아직 끝나지 않은 외침
고진수 노동자(세종호텔지부 지부장)는 올해 1월 14일, 336일 동안 이어온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세종호텔 앞에 있는 도로 위 10m 높이의 좁은 철제구조물에서의 투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했고, 교섭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는 약속도 이어졌습니다. 저 또한 마음을 보태며 하루빨리 그가 내려오기를,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복직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습니다.
마침내 전해진 고공농성 해제 소식에 당연히 당분간은 몸을 추스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농성을 마친 당일에도 사측과의 7차 교섭에 직접 참여한 후에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러한 간절함이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길 바랐으나, 7차와 8차 교섭 모두 "복직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입장과 "복직 불가"라는 사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좀처럼 진전이 없는 교섭에 노동자들은 로비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실소유주가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요구였습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복직 안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측 대표와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로비 농성을 이어가던 어느 날 아침, 해고 노동자들이 일하던 호텔 연회장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종호텔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식음료부서를 폐지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했으나, 임대 방식으로 연회장 영업을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 이를 본 해고 노동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은 즉각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11명이 연행되었습니다. 연행자 대부분은 조사 후 석방되었지만, 고진수 노동자에게는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습니다. 다행히 시민 9천여 명이 석방 탄원서를 제출했고, 영장실질심사 결과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어 석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다른 연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다시 구속되었고, 56일 만에 석방되었습니다.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해 보니 고공농성, 평행선을 달리는 교섭, 로비 농성, 그리고 두 번의 구속까지... 참 답답하고, 구속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들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투쟁을 이어 나가는 이유는 단지 개인의 복직 때문만이 아닙니다.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핑계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그 자리를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저임금 외주화로 채우는 기업의 행태, 그리고 이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 외침에 의미가 있음을 확신하기에 이들은 오늘도 하루하루 목소리를 냅니다.
노동사목위원회는 월요일마다 세종호텔 농성장 앞에서 해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길어지는 투쟁 속에서 노동자분들이 지치지 않기를, 그리고 불쑥 밀려드는 미움과 억울함으로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또 노동이 단순한 생산 도구가 아닌 인간을 목적으로 하는 존엄한 행위임을 다시 되새깁니다. 점점 더 인간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차가운 세상에 맞서, 모두의 노동이 존중받는 날까지 마음을 모아 함께 걸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