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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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아시나요? 1993년 5월 10일,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심슨 인형을 생산하던 태국의 한 봉제 완구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188명이 사망하고 46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화재는 1층 창고에서 직원이 피우던 담뱃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연성 골조로 지어진 공장에는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거센 불길은 불과 15분 만에 건물을 무너뜨렸습니다. 당시 화재 안전 지침은 없었습니다. 특히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직원들이 인형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사측이 출입문을 밖에서 걸어 잠갔기 때문입니다. 참사 이후 공장주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태국 내 공장들은 화재 안전 교육과 비상구 확보 등의 조치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사고 3년 후인 1996년 4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각국 노조 대표들은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산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날을 공식 추모일로 지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여러 시민사회와 노동 단체가 모여 추모 행사를 이어왔으며, 2025년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올해 초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작은 관심이 꼭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사고에 무뎌져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추모는 슬픔을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오늘 하루, 일터에서 희생된 모든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 주변에 있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예리하게 살피고, 따뜻한 시선과 기도를 모아주시길 청합니다. 아래는 올해 산업재해로 희생된 노동자분들입니다. 기도 중에 기억해 주세요. · 2월 24일 두옹반탄(베트남) 전남 영암 대불산단 가스 노출 사고 · 2월 28일 톰 소띠에(캄보디아) 전남 영암 대한조선소 선박 블록 깔림 사고 · 3월 8일 노동자(우즈베키스탄) 충남 서산 금속제련 공장 지게차 충돌 후 자재 깔림 사고 · 3월 10일 응웬 반 뚜안(베트남) 경기 이천 자갈공장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 · 3월 11일 노동자(대한민국) 포항 철강 파이프 제조 공장 파이프 깔림 사고 · 3월 11일 노동자(대한민국) 경주 외동읍 공사장 돌 깔림 사고 · 3월 12일 티타완(태국) 전북 부안 플랜트 공장 기계 목 끼임 사고 · 3월 13일 노동자(미얀마) 경기 김포 대곶면 공장 기숙사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 · 3월 20일 14명의 노동자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 · 4월 9일 노동자(대한민국) 울산 HD현대중공업 잠수함 화재 · 4월 20일 노동자(대한민국) 경남 진주 CU(BGF로지스) 물류센터 화물연대 집회 중 탑차 충돌 사고  
솔렌지아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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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이들을 볼 수 있는 ‘봄’
3월 초 서울지역 15개 대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원청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았습니다. 노동사목위원회가 2024년 연세대 청소노동자 식대 인상 투쟁 당시 방문하며 인연을 맺었던 분회장님의 모습도 기사 사진 속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선전전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학교 측이 교섭 요구에 응답이 없네..." 얼마 후에 전화를 드렸을 때 상황이 예상했던 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간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교섭을 진행해 왔습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의 근로 시간과 작업 방식, 임금 등은 원청인 대학에서 결정하다 보니 노조가 요구안을 제시하면 용역업체는 “권한이 없다. 대학에 물어보겠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해 왔습니다. 임금인상이나 인원 충원의 최종 결정권이 대학교에 있다면 교섭의 주체 또한 대학교여야 마땅함에도, 학교 측은 노조의 원청교섭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3월 10일 개정 노동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되었지만 노동 현장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원청교섭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기도 합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부활 시기 인사를 전하려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생회관 앞 한 편에 청소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을 이용한 집회참여를 위해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하나 둘 모여왔습니다. 대부분 연세 지긋하신 조합원들로, 성실히 일하며 자신의 작은 권리를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동지들이 한데 모여 앉아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진짜 사장이 나와서 교섭하라’라 적힌 푯말을 들고 몸짓 활동도 익히며 즐거운 시위를 하고 계셨습니다. 원청교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청소 노동자의 휴게시설 개선, 결원 시 인원 보충,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 조금 넘는 임금수준 개선, 요즘 물가와 동떨어진 식대를 현실화해달라는 등 그리고 책임 있는 사용자의 모습을 바라는 것입니다. 새벽부터 일하는 청소 노동자는 멋진 캠퍼스에서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집회에서 청소 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의 발언이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새벽 출근하는 어머니들의 손길이 결코 ‘유령’이 아님을,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임을 강조하며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연한 잎이 돋아나고 벚꽃잎이 흩날리는 이 아름다운 봄날, 대학 캠퍼스가 진정한 배움의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건물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엄이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입니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비록 시간은 걸리더라도 '진짜 사장'과 마주 앉아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진짜 ‘봄’이지!      
베로니카
삶의 의미, 잊고 있었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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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언제나 '진심'일 수 있는가!"...
Fr.비오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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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사장’도 아닌데... 3.3에 숨겨진 현실
달력을 보면 3월 3일을 납세자의 날로 기념합니다. 그리고 ‘삼겹살 Day’라며 재치있는 소비 촉진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3월 3일을 ‘가짜 3.3 노동자의 날’로 기념하는 행사도 있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그 기념식에 다녀왔습니다.   가짜 3.3 노동자의 날 기념식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노동자인지 개인 사업자인지 혼란스러워해야 하는 부당한 노동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내딛는 발자국입니다. 기념식은 해마다 ‘최악의 기업’과 ‘모범 판정’을 발표하며,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돕는 법률·언론 단체와 활동가, 그리고 불의한 일터를 개선해 온 당사자들에게 격려의 상을 수여합니다.   사회자의 시작 말씀 중에 “김 매니저”, “김 프로”, “김 기사”, “김 선생”, “김 팀장”, “김 작가”, “김 사장”, “김 씨”, 혹은 그냥 “아저씨”, “아줌마” …로 불리는 우리 시대 프리랜서들의 다양한 호칭을 통해 노동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명 ‘프리랜서’ 그리고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편법으로 악용하는 방식이 이제는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되며 ‘3.3 천만 시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학원 강사, 배달 라이더는 물론 편의점과 식당의 청년 아르바이트생, 심지어 대규모 물류센터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까지 ‘효율적인 노무관리 전략’이라 선전하며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짜 3.3 노동자’란 노동자라면 임금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내야 함에도 사업주가 4대 보험 납부와 노동법 적용 등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소득세(3.3%)를 내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에 따른 사업주의 책임은 줄어들고 노동자의 권리는 사라집니다.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가짜 3.3' 수법은 이제 특정 직종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7년 가까이 노동자의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기 위해 활동해 온 ‘권리찾기유니온’은 2024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문제에 있어 전례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적발을 통해 ‘가짜 3.3’으로 위장하여 고용보험 등에 미가입하는 사례가 심각함을 알렸으며, 이를 계기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전수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0월, 국세청의 소득세 신고 내역을 노동부가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제102조의2)이 시행되면서, '유령'처럼 존재했던 ‘가짜 3.3 노동자’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노동법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본격적인 길이 열렸습니다.   작은 사업장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모든 이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아니, 너무나 상식적인 것입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법인 근로기준법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사 말미에 노동자와 사회단체들의 논의로 모아낸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없이 일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를 올해의 공동 활동으로 제안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또한 권리찾기유니온은 앞으로도 3.3 제보센터를 통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법률 구제와 사회적 연대를 통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3월의 꽃샘추위로 다소 추웠던 거리 기념식이었지만, 마지막 결의마당의 ‘상징 행동 33자 피켓’을 들고 선 순간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침묵하지 않고, 혼자라면 어려웠을 테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시간이었기에 어느새 제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베로니카
안녕하세요?
솔렌지아
정말 괜찮은가요? ‘야간노동’
11시가 가까운 늦은 저녁 집 앞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카운터에 계신 분이 마치 아는 사이처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늦으셨네요.” 분명 편의점 사장님은 아닌데, 누구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어색하게 목례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기억에 잊혔다가 동네 안경점에 가서야 안경점 사장님이 편의점 카운터에 계셨던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 왜 편의점에 계셨냐고 여쭈었더니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려고 지난해 가을부터 일주일에 2일 밤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고, 운영하는 안경점도 주 6일 영업을 그대로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안경점과 편의점 모두 손님이 없어 대기하는 시간이 길지만 육체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투잡(겸업), 그것도 야간노동을 하고 계신다니 가장의 무게가 새삼 짐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힘들지 않다고, 할만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애써 그리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생각되었지만 딱히 뭐라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아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매장을 나왔습니다.   이제 밤낮을 바꿔 일하는 일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보건·의료, 방송·통신, 제조·물류는 물론 편의점까지 2·3교대의 밤샘 노동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임시직 인턴 연구원으로 일하는 제 아들마저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밤샘 작업 후 몰아 자는 일이 잦아져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걱정하는 부모에게 아들은 괜찮다고만 합니다.   지금은 괜찮은 것만 같은 그 야간노동이 지속되면 암을 유발할 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은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당장의 생계와 좀 더 많은 소득을 위해 또는 집약적인 성과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밤을 새워가며 일하도록 내몰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쿠팡 사태로 불거진 ‘새벽 배송’이 논란이 되며 대형마트의 심야영업과 온라인 주문·배송을 제한하는 ‘새벽 배송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니, 주말·심야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장치가 다시 대형마트를 비롯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야간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것이 우려스러웠습니다.   ‘새벽 배송’에 대하여 노동계는 '건강권'을 이유로 반대하고, 유통업계는 '생존권'을 내세우며 맞서는 상황입니다.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소상공인의 입장 그리고 ‘새벽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요구 등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수 경제지에서는 일부 배송 기사들은 ‘새벽 배송 금지’를 반대한다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힌 논란이 합의를 향한 공론의 장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야간노동’과 ‘새벽 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하는 우리 사회의 고단함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잡’이라도 해야 생활이 가능한 가장들과 장 볼 시간조차 없어 새벽 배송을 끊을 수 없는 우리들의 일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야간노동’은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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