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연대의 눈으로

길 위에 다시 선 ‘쿠팡’ 산재 유가족

베로니카

작년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쿠팡의 도를 넘는 행태가 하나둘 본색을 드러내며 공분을 샀습니다. 대기업 규모의 대관 조직을 가동해 정부, 국회, 노동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기사도 전해졌습니다. 특히 전직 검사와 청와대 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을 대거 영입하여 노동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부 실무진에게 접촉했다는 기사는, 그간의 산재 은폐와 유족에게 행했던 무자비한 행태 등 쿠팡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해 왔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쿠지게(쿠팡 지게차 계약직 사원), 헬퍼(소분 등 물류 현장 보조 업무), 워터(부자재 보조·운반 업무), 쿠팡 친구, 쿠리어·플렉서 등 파편적인 형태로 일합니다. 쿠팡 물류센터 한 곳당 일하는 노동자 약 2,500명 중 정규직은 겨우 5~10% 남짓이며, 대부분은 단기 계약직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내 곁에서 일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구조 속에서 이 노동자들은 철저히 ‘노동력’으로만 존재했습니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동화 시스템은 노동자를 부품처럼 통제하게 했고, 이는 심각한 노동 강도와 폭력적인 노동 착취를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배송 기사들은 새벽·로켓 배송 시스템 속에서 쓰러져 갔습니다. 결국 많은 쿠팡 노동자가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산재는 매번 은폐되었고, 유가족은 따로 관리되며 대관 조직을 활용한 로비 방식으로 축소되었습니다.

2020년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27세였던 그는 계속되는 심야 노동으로 근무 기간 중 몸무게가 15kg이나 줄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지속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대폭 늘어난 작업 물량에 시달리며 인력 충원과 근무 장소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건장했던 청년 ‘장덕준’님은 ‘과로사’로 무참히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고 장덕준 님의 부모님은 아들이 죽은 이유를 알고자 하였지만, 쿠팡은 부모님의 애끊는 슬픔을 외면하고 산재 판정 자료 요구에도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합의를 유도하여 유족은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결국 ‘사과 없는 합의’만 있었고, 유족은 이에 비통해하며 고통 속에 더욱 힘든 나날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년이 흐른 2025년 12월. 쿠팡이 과로사를 은폐하려던 증거가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하게 하라” 이는 정보보호 책임자와 당시 쿠팡 한국법인 대표 김범석이 나눈 메신저 대화의 일부분입니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합의 당시에는 전혀 몰랐던 산재 은폐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는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라며 또 다른 고통에 신음해야 했습니다. 이후 쿠팡을 고발했지만, 4개월째 조사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고통은 고 장덕준 님의 유가족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0년 쿠팡 목천물류센터에서 돌아가신 고 박현경 님, 2020년 용인2물류센터에서 돌아가신 고 최성낙 님, 2024년 쿠팡 퀵플렉서로 일하다 돌아가신 고 정슬기 님 등 계속되는 쿠팡 일터에서의 죽음과 그 유가족에게도 유사한 고통은 반복되었습니다. 같은 슬픔을 가진 유가족들은 ‘이대로 두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와 ‘더는 안타까운 희생이 없어야 한다’라는 다짐으로 ‘쿠팡 산재 피해 유가족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유가족은 전국 쿠팡 물류센터를 돌며 노동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며 전단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쿠팡 유가족은 쿠팡의 ‘산재 은폐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무리한 기업 운영에 반발해 ‘탈팡’을 선택했던 시민들이 다시 쿠팡을 이용한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다른 유가족을 보듬으며 애써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유가족 1인 시위에 함께 섰습니다. “올여름에는 누구도 힘들지 않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건강히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 이전글 절제
  •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