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연대의 눈으로

우리의 하늘은 여직 개지 않았다

Fr.비오

산재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 잦아들었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 있었다.

혹여 다시 비가 쏟아지진 않을까 염려하며

기자회견 장소인 건설회관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설회관 앞에는 피켓을 손에 든 산재 유가족들과 종교인들이 서 있었고,

정부 기념행사를 찾은 주요 인사들의 차량이 줄지어 들어섰다.

정오를 넘긴 오후, 푹 찌는 더위는 아니었지만,

검게 얼룩진 바닥의 빗물은 공기를 후텁지근하게 만들었고,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검은 차량들은 유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을 더욱 짙게 했다.

 

묵묵히 서 있었고, 무심히 지나쳐 갔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의 목소리는 먹먹했다.

유가족들은 안전한 일터를 호소하며 다시 그날의 기억과 마주해야 했다.

상실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고, 그리움은 울분이 되어 가슴 깊이 떨려 올라왔다.

유가족들에게 하늘은 여전히 잔뜩 흐려 있었다.

 

이 글을 적는 지금도,

차마 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떠올리며

부족하나마 기도를 보탠다.

일터의 모든 이가 안전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언젠가는 유가족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하늘이 맑게 개기를.

 


* 이날(7월 9일) 기자회견에는 경동건설 故 정순규(미카엘) 님, 인우종합건설 故 문유식 님, 은하종합건설 故 김태규 님,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故 김형주 님, 건설노동자 故 강대규 님의 유가족들과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