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나눔터

2026년 건설의 날 건설산재 유가족 기자회견 발언문(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비오 신부)

노동사목위원회
2026년 7월 9일(목), '2026 건설의 날 건설산재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김비오 신부가 발표한 발언문 전문입니다.
 
 

지난 5월 26일,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총 123개의 과제에 대한 실적을 다루는 성과집의 목차 중,
일흔다섯 번째 제목은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입니다.
안전한 일터를 위해 역대 최대의 예산을 편성했고,
산재 사고 사망자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로 하여금 다행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한편으론 여전한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듭니다.

 

성과집은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가 113명으로 줄었다고 긍정합니다.
아무래도 정부의 성과를 홍보하는 문서이다 보니,
‘잘하고 있다’라는 데 집중하는 뉘앙스를 갖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감소 추세라고 한다면 다행인 일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극심한 아픔입니다.
113이 더 줄어 100이 된다해도, 또 100이 10이 된다해도, 10이 1이 된다 하더라도,
그 각각의 숫자는 단순히 전체의 크기와 양으로 저울질되어서는 안 될,
한 명 한 명의 귀한 ‘생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숫자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더욱 또렷이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이 내세우는 숫자의 성과에 쉬이 가려지곤 하는 ‘사람’의 존재를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일터에서의 안전을 다만 숫자로 가늠하는 데에 익숙해지면,
비록 그것이 선의의 필요에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 사회는 ‘사람’을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게 될 것이고,
이 비통함들을 그저 확률적 불운의 문제로 보려 하게 될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인간이 일할 운명을 타고났고 소명을 받았다 해도
우선적으로 노동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이 ‘노동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노동도, 기업도, 그와 관련된 모든 제도도, 언제나 사람을 위함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에 대한 우선적 존중과 연대적 책임이 무너져 생긴 이 비극들을
그저 성과를 나타내는 통계 재료로 삼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숫자에는 너무도 기민하나,
정작 사람의 고통에는 무감각한 이 기괴함에서 도무지 벗어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가장 탄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보람을 찾고,
언제나 안전하게 그리고 기쁘게 귀가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한 세상이 되기를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