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목이야기

연대의 눈으로

다시 돌아간 일터, 우리에게 남은 숙제

솔렌지아

지난 6월 노원구 상계보람아파트의 경비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40여 명의 노동자 중 14명이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고용승계는 의무가 아니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안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아파트의 경비 용역업체는 바뀌더라도 노동자는 고용승계가 되어 한 아파트에 오래 근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아파트 역시 그러했습니다. 올해 2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용역업체 변경 시 경비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하기로 의결하여 노동자들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용역업체에서 면담이라며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도 형식적인 절차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14명이 면담 결과라며 해고되었습니다. 업체는 고용승계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의 테두리 바깥에 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아파트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이 문자 한 통으로 해고 된 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존중과 배려가 사라진 현실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마음을 모은 몇 분의 경비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 촉구를 외치신다기에 현장에 두 번 참여하며 마음을 보탰습니다.

 

오랜 세월 아파트를 위해 애써 온 경비 노동자분들을 위해 상황을 묻고 서명해 주시는 분들, 잠시지만 현장에 머물며 발언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아파트 단지 내 통행이 불편해지고 또 소음이 발생하니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짜증과 화가 섞인 말을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다시금 나부터도 주변에 시위와 집회가 있다면 그 이유부터 살펴야겠다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집회 마무리에 누군가 이 사안이 빨리 해결되지 않을 수 있으니 계속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폭염에 대비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마지막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해 오셨을 분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드시겠다 싶어 걱정되었습니다. 다행히 경비 노동자분들의 목소리, 이에 연대하는 이들 그리고 이에 응답해 대화의 장을 마련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라는 말에 이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만 보느라 오랜 시간 헌신해 온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은 용역업체와 그 이전에 그저 대체하기 쉬운 노동이라 치부하게 만든 이 시대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 말입니다. 노동의 가치는 나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인간의 삶과 존엄을 지키는 커다란 마음으로 모여 우리 사회의 전반에 뿌리내리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해 당장 나부터 인간의 존엄함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마음을 잘 품고, 주변에 어려움을 살필 줄 알아야겠습니다. 경비 노동자분들이 되찾은 일터가 단순히 임금을 받는 곳을 넘어, 우리가 그들의 노동을 존중하고 ‘이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