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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대량해고는 사회적 재난
    • 등록일 2016-06-0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151
  • 대량해고는 사회적 재난

    종교계 긴급 토론, "대량 해고가 유일한 해법 아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3대 종단이 조선소 위기와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조선업 위기로 인한 대량해고 사태. 이미 지난해 1만 5000여 명이 해고된 상황에서 올해 6월 이후 5만여 명이 추가 해고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쌍용차 2646명 해고 뒤 최대 해고라는 초유의 사태는 그 규모뿐 아니라 대상이 대부분 ‘물량팀’으로 불리는 재하청 노동자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또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해고를 해결책으로 삼으려는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대량사태는 더 크게 몸을 불리고 더 많은 산업현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다.

     

    6월 1일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는 경성대 허민영 교수가 한국 조선산업의 양상과 대량감원 사태 그리고 하청노동자의 일자리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조선업 노동자 하창민 씨(현대중공업 사내하청회)와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 종교계 대표로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사위 부위원장)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한국 조선업은 왜 위기를 맞았을까

     

    한국 조선업 위기는 기본적으로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해상물동량 급감, 원유값 하락과 같은 세계 조선시장의 침체와 맞물린다. 세계 선박 수주량은 2007년 이후 약간 회복한 2010년과 2013년을 빼고는 줄곧 하락세다. 원유값 하락은 선박 물동량과 함께 해양플랜트(원유 시추선 사업) 시장도 침체시켰으며, 한국 조선업은 이 두 가지 흐름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지만, 한국 조선업 구조상 해양플랜트 침체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고 있다.

     

    선박 수주 감소를 극복하고자 현대, 삼성, 대우 등 조선 3사는 2008년부터 해양플랜트 사업을 확대했고, 2010년부터 수주가 급격히 늘어 현재 해양플랜트 비중은 현대중공업 54퍼센트, 삼성중공업 67퍼센트, 대우조선해양 45퍼센트이며, 수주잔고(선박 인도시 지불되는 금액)는 평균 약 20조 원이다.

     

    허민영 교수는 “적자의 주요 원인은 세계 조선시장의 불황여파와 함께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시장에 진입한 탓”이라며, 현재 각 20조 원의 수주잔고가 남았다면, 이를 회수하지 못하고 추가 적자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같은 상황이 현대, 삼성, 대우 3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주를 받은 중소형 조선소 그리고 조선소 노동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 해고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 6월 1일 조선소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와 관련한 긴급 토론회가 3개 종단 주최로 열렸다. ⓒ정현진 기자

     

     

    조선소 노동자 대량감원, 조선업 위기의 결과이자 원인

     

    한국 조선소 사업은 노동구조를 보면, 하청노동자의 힘으로 유지되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선업 호황기가 시작되던 2000년, 전체 조선업 노동자 수는 7만 9776명이고 이 가운데 하청노동자는 2만 5960명이었다. 2014년 20만 4966명으로 늘어난 전체 조선업 노동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수는 13만 4844명이었다. 원청이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약 1만 6000명 늘어난 반면, 하청노동자는 약 10만 9000명 늘어난 것이다. 하청노동자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됐다. 2014년 해양플랜트 부문 하청노동자 비중은 무려 90퍼센트를 웃돌았다.

     

    2014년부터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조선 3사는 감원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사무직 1500명을 감원했고, 2016년에는 약 3000명의 사무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권고에 나섰다. 보다 심각한 것은 대규모 하청노동자 감원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 말부터 최근까지 8530명, 대우조선해양은 5340명의 하청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5월 말, 추가로 약 1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하청노동자의 현실상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최소 1만 5000에서 2만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량해고는 사회적 재난

     

    허민영 교수는 이 같은 설명을 바탕으로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일자리 유지와 고용대책에 대해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조선업이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모두 중요한 전략사업으로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산업이든 없애기는 쉽지만, 새로 일자리를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고용위기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단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재난’ 문제”라고 말했다.

     

    또 현재 정부 차원의 고용위기지역 지정과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원 등의 정책에 대해 “지자체보다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용돼, 고용위기에 대처하는 시의성과 고용효과는 떨어지고, 일자리 유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지자체 차원의 ‘직업훈련기업’ 운영이나 ‘고용관리기금’ 등을 조성해 지자체가 직접 관여하는 독자적 제도와 장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당사자로서 이날 토론에 참여한 현대중공업 노동자 하창민 씨는 조선업의 하청중심 생산체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조선업 3사는 불황에는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가장 먼저 축소하고, 호황에는 사내하청 노동의 활용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을 유지해 왔다면서, “노동조합이 없는 하청노동자, 특히 물량팀으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고용불안에 노출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노조 활동조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조선업의 위기를 진단하는 이들과 현장 노동자들은 조선업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든 다시 고용할 수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수시로 해고하면서 인건비를 줄여온 것이라고 말한다. 1차 선박업 위기가 닥치고 해양플랜트 사업에 투자할 당시 하청노동자들은 그나마 해양플랜트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어 충격이 덜한 것처럼 보였지만, 해양플랜트 사업마저 불황을 맞으면서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이 갈 곳을 잃어 가시화된 것이다.

     

    또 이 같은 인력관리는 거꾸로 조선업의 위기를 가져온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인건비 절감만 생각하고 기술력 향상과 노동자 양성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은 결과, 한국 조선업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잃게 됐다.

     

    또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양상이 기업 주도에서 정부 주도로 바뀌었으며, 금융권이 관여하면서 사실상 자본과 정부의 총공세인 셈이라면서, “해고 방식도 정리해고가 아니라 희망퇴직으로 저항하기 어렵고, 노동법 개악으로 저성과자를 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노조결성조차 어려운 하청노동자들은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은 4월 27일 낸 보도자료에서 "2016년 1/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의 적자 탈출"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현재 정부와 지자체 대책, 기업과 자본만 살리자는 것

     

    하창민 씨는 이 사태에 대한 대책안을 요구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13조 수익을 올리면서, 위기에 대비한다며 임금인상도 하지 않았다며, “과연 대량해고가 진짜 위기이기 때문인가”라고 물으며, 해고에 대한 대책조차도 “기업과 자본만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나 5월 3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원,하청 사용자와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이 맺은 상생협약 양해각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임금삭감 철회는 배제하고, 사용자들만 생존하겠다는 것이며, 어떻게 포장하든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을 공식화하는 구조조정 협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테이블 구성과 고용재난지역 선포 요구에 대해, 노사정 대표단에 하청노조가 배제되어서는 안되며, 고용재난지역 선포 역시, “조선업 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본질을 두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대량해고의 불가피성만 인정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 하청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하청노동자 고용안정을 통한 숙련인력 확보 노력과 사회안전망 구축, 기업이 아닌 노동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고용안정 대책, 원청의 책임성 강화, 하청 중심의 생산 구조 개혁” 등을 요구하고, 하청 노동자들은 현장과 지역에서 노조를 조직함으로써, 산재사망사고와 업체 폐업에 함께 대응하며, 적극적인 노조가입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1만 5000, 그리고 예상되는 5만 명의 삶, 가족, 일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종교계 대표로 토론에 참석한 정수용 신부는,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대량해고자들이 죽음, 소득급감으로 인한 생활고, 정신적, 육체적 질병으로 당사자들은 물론, 사회 전체가 공포와 불안을 경험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대규모로 해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가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경영에 대한 잘못된 판단 결과를 왜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책임은 기업이 잘 될 때,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한 결정권자에 있으며, 자금을 위기 준비 기금이 아닌, 배당금으로 탕진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그것을 결정하고 이익을 취했던 이들이 더 크게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신부는, 조선업의 위기를 과거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진통을 겪었던 대량해고라는 방법으로 풀 수 없으며, 우상 아래 우리의 양심을 외면한다면 결국 인간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분명 새로운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계의 역할은 같은 아픔이 재발되지 않도록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 무뎌진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는 현재 조선업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와 관련, 정부 정책 전환과 노동자 고용보장과 사회안전망 구축, 중형 조선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현대중공업 대주주 등의 사재환원과 경영정상화 노력, 조선소 인위적 매각과 합병 중단, 업종별 협의체 구성과 성실한 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여러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여는 한편, 오는 6월 8일에는 서울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문화제와 노숙 투쟁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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