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안내
  •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사목

노동의 영성

  • home
  • 노동사목
  • 노동의 영성
  • 성당내부 사진

    일상에서 우리는 노동과 영성, 일과 기도가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은 뙤약볕 아래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이고, 영성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 두 가지가 한 범주 안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노동은 정말로 영성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노동에도 영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위의 질문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아니, 그렇다는 것을 넘어 “그래야 한다.”라는 것이 올바른 가르침이라 하겠다.

  • 우선 성경을 보면 그 시작인 창세기에서부터 하느님은 일하시는 분으로 등장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시며 세상을 창조하시는데, 이는 ‘엿새’ 동안 하신 일과 일곱째 날의 ‘휴식’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이제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 만들어진 유일한 피조물인 인간은 그러한 노동을 통해 하느님의 사업을 계속해 나아간다. 즉, 하느님 자신이 당신의 창조 활동을 ‘노동과 휴식’이라는 형태로 표현하시기를 원하셨으므로, 인간은 노동을 하면서 그리고 휴식을 하면서 하느님을 닮아 나아가야 하고 이것이 바로 인간 성화의 수단인 것이다.1) 따라서 창세기가 말하는 인간의 노동은 단순한 직업이나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며 각자의 일터가 하느님을 닮아 살아가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노동을 통해 인간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활동에 참여하고 그분을 닮아 나간다는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도 등장한다. 그리스도는 목수의 삶으로 직접 노동하는 분이셨고, 그분의 복음은 말로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노동을 이해하고 존중하신다는 것은 그분의 분명한 삶이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많은 비유에서 인간 노동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데 목자, 농부, 의사, 씨 뿌리는 사람, 관리인, 종, 청지기, 어부, 상인, 일꾼 등의 노동을 통해 하늘 나라를 설명하신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가기 위해 뽑히고 파견 받은 사도들 역시 어부나 세관 등 노동하는 사람들이었다. 바오로는 직접 자신이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며 노동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실제로 게으른 생활을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의 일에만 참견하는 것을 경계하였다.(2테살 3, 11)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한결같은 노동의 가르침을 전해 받은 교부들은 노동을 ‘노예의 일’로 여기지 않고 ‘인간의 일’로 간주하며 다양하게 표현되는 모든 노동을 존중한다. 그들은 노동을 통해 인간은 하느님과 더불어 세상을 다스린다는 창세기의 내용을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솜씨와 지혜를 나누어 받은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성부께서 이미 세워 놓으신 우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은 개인적 영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증진하는 사회와 공동체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참된 인간 노동은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하며, 이는 인간 노동의 최종 목적이 사랑 실천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이다.3)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따른 노동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여 세상을 거룩하게 만드는 과정이며 인간 자신이 하느님을 닮아 나아가는 길이어야 한다. 일과 기도, 노동과 영성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노동의 영성이 온전히 실현될 때 인간은 노동을 통해 개인과 세상의 성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베네딕도 성인의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수도규칙은 깊은 의미를 나타낸다. 짧고도 강렬한 성인의 가르침은 우리가 노동을 어떠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잘 드러낸다. 인간 노동은 결코 영성과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노동을 통해 인간은 영성을 실현시켜야 함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 1) 『노동하는 인간』 25항 ㆍ 2) 『노동하는 인간』 25항 ㆍ 3) 『간추린 사회교리』 266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