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돌봄 노동64)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76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9%다(2026년 정도에는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예상).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계속 증가하는데, 이들을 돌보는 사람 중 대다수는 고령의 여성이다. 장기요양요원(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포함) 중 요양보호사가 91%다.
돌봄 노동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환자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돌보는 모든 활동을 이르는 말이다. 자료집은 대표적 유급 돌봄 노동인 간병, 재가요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간병사,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들이 돌봄 대상자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 돌봄 노동자의 25.2%가 수급자나 수급자 가족으로부터 언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은 16%, 성희롱, 신체접촉은 9.1%였다.
전국적으로 20만 명의 간병사, 42만 명의 요양보호사 중 대부분 중고령 여성이 이 일에 종사한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살펴주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돌봄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될 때, 돌봄의 사회화를 내걸었지만 실제 요양원·요양병원처럼 노인장기 요양보험제도 공급기관의 95%가 민간 위탁이다.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돌봄 노동 역시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 배워야 하고 숙련이 필요한 노동이다. 그동안 평가절하되었던 돌봄 노동에 적정 임금을 주고, 숙련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65)
간병사는 ‘가사사용인’으로 구분되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환자나 보호자의 폭언, 성추행, 임금체불 등이 생겨도 간병인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간병사는 대체로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다. 24시간 간병 기준 9-11만원인데, 시간당 임금으로 치면 4,000원 수준으로 최저시급에 훨씬 못 미친다. 간병사 대다수가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지만, 그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4대 보험 대상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돌봄을 신청한 가정에 가서 노인의 식사를 돕고 양치질과 세면, 기저귀 케어 등을 한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안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간병인 활동은 사적 관계에서의 비공식 노동이다. 24시간 환자를 돌보며 받는 임금은 일당 9-10만원, 시급 3,850원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 요양서비스 제공 시간은 1회 4시간이었으나,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2017년엔 3등급 이하 이용자는 3시간으로 줄었다. 문제는 목욕, 대소변, 식사, 청소, 세탁, 은행업무, 장보기 등 전반적 돌봄 및 가사 업무를 하는 상황에서 노동시간만 줄고 업무강도는 오히려 높아진다는 점이다.
2019년 7월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울시는 5곳의 종합재가센터에 요양보호사를 고용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 이유에 대해 “민간센터에서 서비스 제공을 거부당한 돌봄 대상자가 배치되지만, 기관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업무를 조율해 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돌봄의 공공화 사례는 수요가 더 늘어날 돌봄 노동의 방향에 긍정적 시사점을 준다.
64) 시사인,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며 시간당 4000원, 2020.8.11.
경향신문, 로봇으로도 대체 못할 돌봄노동...‘우리 안의 홀대’가 문제, 2020.2.12
65) 시사인, 찬양하면서 폄훼하는 돌봄 노동과 재생산 노동, 202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