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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용차에서 조선소까지 대량해고와 종교의 역할
    • 등록일 2016-06-0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895
  • [종교계 3대 종단 긴급토론회- 조선소 위기와 대량해고,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문 중에서

     

    쌍용차에서 조선소까지 대량해고와 종교의 역할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부위원장, 신부)

     

    1. 들어가며

    사회의 여러 갈등을 바라볼 때, 다양한 의견 가운데 더 나은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각자의 주장에는 논리가 있고, 그 논리를 깰 수 있는 반대논리도 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취하며 한쪽도 50%, 다른 한쪽도 50%로 합치는 것이 아닌 이상, 두 극단의 논리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과 선택이 매번 힘들고 어렵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그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우리는 모두가 더 좋은 사회,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간 우리가 해왔던 선택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문제를 접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있기에 오늘의 선택 역시 그간의 경험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 안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면, 해결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야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에겐 선험적으로 주어진 양심과 선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순간 우리의 욕심과 이기심에 의해 그 양심이 가려지거나 혼미해지기도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어떤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고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이를 두고 거창하게 근세 서양철학의 커다란 주제였던 인간 인식론에 대한 경험론과 합리론의 구분으로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조선업의 위기와 이를 극복하려는 수많은 해결책 가운데에서도 “사회적 경험”과 선험적으로 주어진 “합리적 양심”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오늘 나누는 이 주제 역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 대량 해고를 겪은 사회적 경험

    사실 대규모 정리 해고는 우리 사회가 처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지금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예상되는 구조조정의 양과 넓이를 과거의 사례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과거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제를 맡은 허민영 교수님의 다른 글에는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사태의 영향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노사간 극한 대립과 반복되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은 ... 죄책감, 두려움, 공포, 무서움, 분노, 억울함, 수치심, 소외감 등을 경험한다 ... 실업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도 우울증, 자살, 음주질환, 심장질환과 뇌졸중 증가, 이혼 등 가족 파괴를 야기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기업으로서는 인력 감축분 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부산지역으로서는 그 만큼 실업자에 대한 보호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 대기업의 무분별한 대량감원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만큼, 해당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따른 대량해고 뿐 아니라,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의 대량 해고에서도 우리는 값진 교훈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7년여의 시간동안 우리는 대량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보여주는지 경험했습니다. 작년에 발표된, 정리해고로 복직하지 못한 187명중 116명의 응답을 통해 6년의 삶을 추적한 한 연구는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해고 직후 노동자들은 즉각적으로 소득이 급감하였고, 가장 흔하게 재취업한 경우는 일용직과 아웃소싱이었으며, 남편의 실직으로 배우자의 경제 활동은 증가했음이 나타납니다.2) 이 과정에서 쌍차 정리해고도 한진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일으켰고, 안타깝게도 28분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수백 번의 집회, 기도회, 문화제가 이루어졌고, 목숨을 건 단식과 고공농성, 그리고 수많은 물리적 충돌을 겪는 동안 사회전체가 아파하고 공포와 불안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볼 때, 대량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과연 어떠한 이득이 있는지,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를 대규모로 해고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인지에 답하기 위해 우리 사회도 이제는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선한 의지를 추구하는 우리의 양심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약한 자를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나 유람선에서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된다면 어린이, 여성, 노인 등은 다른 건강한 성인 남성에 비해 우선적으로 선택됩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차별이라 말하거나 특혜라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보편적 양심은 약한 사람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 반대의 과정으로 약한 이들이 우선적 선택의 대상이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 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할 때 먼저 희생할 사람, 더 크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대상은 당연히 더 힘이 세고 더 강한 쪽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경영자 보다는 노동자, 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 그 비정규직 안에서도 더 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선택이 과연 우리의 선한 양심에 비추어볼 때 합리적 과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어떠한 일이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습니다.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 결과를 떠넘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의 오판에 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찌하여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노동자들만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기업이 잘 될 때, 앞으로의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않은 책임은 분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몫입니다. 만약 성실히 준비를 했다면 당연히 그러한 기금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지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준비하지 않고 배당금으로 탕진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그러한 결정을 내린 사람, 그로 인해 이익을 취해 왔던 이가 더 크게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4. 나가며

    최근 우려되는 조선업의 위기에 다양한 해결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과거 우리 사회가 심각한 진통을 겪었던 대량해고로 다시 이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진보하는 것만큼, 시대의 양심도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 기술에 따른 놀라운 변화는 이루면서 돈의 가치를 극대화 한다는 우상 아래 우리의 양심을 외면한다면, 이는 결국 인간의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노동자를 대규모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해고하며 가장 약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 얼마나 큰 아픔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조선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논의 되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과거의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무뎌진 우리의 양심의 일깨울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새로운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계가 해야 할 역할이라면, 이러한 아픔이 재발하지 않도록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며 함께 아파하는 것, 그리고 무뎌진 시대의 양심을 일깨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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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민영, “한진중공업 사태와 정책적 함의”, 2013년 5월 22일 「한진중공업 문제로 돌아보는 한국의 노동현실」 토론회 발제문 중에서 22-24p

    2) 참조 : 이승윤, 김승섭,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미끄럼틀 한국사회”, 2015년, 「2015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한국의 복지수준과 재정의 균형」중 자유세션:고용과 노동시장정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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