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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곱의 우물] 알파고와 인간 노동
    • 등록일 2016-05-24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649
  • [야곱의 우물] 2016년 6월호 

     

    알파고와 인간 노동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아직 추위가 물러가지 않았던 지난 3월, 전 세계인의 뜨거운 시선이 서울 시내 한 바둑 대국장으로 쏠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세계 최고 바둑기사 가운데 하나인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장기, 체스, 퀴즈 등의 영역에서 인간을 이긴 것은 여러 번 있었지만, 바둑은 그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깝기에 과연 컴퓨터가 바둑에서도 인간을 이길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의 관심이 모아졌던 것입니다. 이번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한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 발전을 자랑하며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직면하게 될 것이기에, 이는 단순한 바둑 시합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총 5번의 대국에서 인류를 대표한 이세돌 9단이 과연 승리할 것인가? 아니면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 넘을 것인가? 바둑팬을 넘어 세계 많은 언론들이 대국장에서 나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은 승리를 자신했었습니다. 아무리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이 향상되었다 하더라도 바둑에서 만큼은 인간의 직관과 추리를 따라올 수 없을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첫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수를 넘을 수 없었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대국과 세 번째 대국에서도 내리 패하자 인류를 향한 기계 문명의 승리는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5번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놀라운 집중력과 끈기를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완승만을 막은 1:4의 성적으로 대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넘어 충격 자체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장착한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제품조립원, 청원경찰, 경리사무원 등 생산직, 서비스직, 사무직을 가릴 것 없이 전반에 걸친 직업군이 기계화 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화가, 사진사, 작곡 및 연주가 등 주로 예술 창작 분야 일부만 인공지능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덜 할 뿐, 신기술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터를 빼앗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란 뉴스가 신문과 방송에 흘러 넘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등장은 분명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미래사회 노동환경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혹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미래 인류가 로봇에게 점령당하는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기도 했고, 인공지능 기술의 해악을 걱정하며 적극적인 거부감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정말 인공지능을 가지게 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며 인류는 일자리를 잃어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러한 걱정은 인류가 처음 접한 두려움은 아니었습니다. 역사상 기술의 진보는 늘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으며 진행되어 왔기에 새로운 기술 앞에 인류는 늘 걱정과 두려움을 품어 왔습니다. 처음 증기기관이 등장했을 때, 기계의 힘은 인간의 물리력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람이 쓸 수 있는 힘과 속도보다 엄청난 크기의 그것을 기계는 가지게 되었고 물리력의 영역에서 인간 노동력은 기계에게 자리를 내 주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운반하고 조립하는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기계의 능력에 인류는 자신의 영역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또 컴퓨터 기술의 등장 역시 다시 한 번 인간의 노동력을 앞지르며 무수히 많은 영역에서 디지털 혁명을 몰고 왔습니다. 이러한 기술 진보 역시 수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했고 인간 노동력은 하나하나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은 증기기관을 때려 부수어야하고 컴퓨터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진일보한 기술에 적응하며 노동 안에서 인간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을 때, 인간 노동은 그 의미를 간직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생산성과 효율성이란 이름 앞에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즉, 사람 자체가 아닌 하나의 인건비로 계산되어 인간 존엄성의 가치는 잊혀졌고, 생산 과정 안에서 비용을 나타내는 하나의 항목 정도로만 취급된 것입니다. 인간의 노동이란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며, 인류 전체에 봉사하는 것이란 숭고한 지위는 점점 엷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노동은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이나 생산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러하기에 돈벌이에 효용이 없는 노동력으로서의 인간은 얼마든지 버려도 된다는 생각이 인간의 위기를 불러온 것입니다. 기술의 진보 그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진보한 기술을 간직한 시대에서 우리가 노동을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시대를 경험한 우리는 알파고라는 새로운 기술 진보를 접하며 다시 한 번 인간 노동이 가지는 의미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고 로봇을 부수자는 식의 논리로 새 시대를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보단 새로운 기술의 진보 안에서 우리가 인간 노동의 참된 의미를 다시 기억해야 함을 기억하게 됩니다.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바라보며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앞세우려 한다면, 인공지능 알파고는 또다시 일부의 사람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부의 불평등을 가속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기술 진보로 얻어진 풍요로움 안에서 인간 노동의 의미를 기억하고 그 존엄함을 지킬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분명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알파고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은 두려워하며 거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는 인류가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직업이 사라져 인간은 노동에서 소외될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기억하며 다함께 풍요를 나누어 인류가 기술을 통해 노고에서 해방될 것인지는 기술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입니다.

     

    현존하는 첨단 기계와 컴퓨터 기술을 통해 인류는 생산 증대를 이루었기에 빈곤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대에는 모두가 먹고 마실 수 있는 식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 목마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성 실현과 공동선 추구에 대한 우리의 의지 문제이자 세상 작고 여린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대한 우리의 연대적 감수성의 문제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알파고 시대의 인간 노동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알파고가 인간을 소외시킬지, 아니면 기술 진보의 풍요로움이 인간 노동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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