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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곱의 우물]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 등록일 2016-03-0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846
  • [야곱의 우물] 2016년 3월호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서울대교구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

     

    지난 연말연시 동영상 뉴스 하나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몇몇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뉴스였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교탁 주변에서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었고, 욕설과 함께 빗자루로 선생님을 툭툭 치며 위협하기도 했고, 손으로 머리를 밀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반 다른 학생이 촬영한 이 영상은 SNS에 올라오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놀람과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학교와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선생님을 위협하고 폭행한 학생들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된 일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교권이 무너졌다’, ‘불량 학생들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들과 후속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을 몇몇 학생들의 개인적 일탈로 보고 처벌하는 것만으로 올바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왜 학생들은 그렇게 선생님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것일까요? 그리고 피해 당사자인 선생님은 왜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훈육할 수 없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이 사건의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바로 폭행을 당한 피해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란 임용고시를 본 후 교육감의 발령을 받는 정규직 교사와 달리, 학교 측과의 계약을 통해 정해진 기간 동안 일하는 교사를 말합니다. 병가나 출산휴가 등의 이유로 수업을 담당할 수 없는 선생님이 발생할 때, 그 공석을 임시로 담당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만약 자리를 비우게 된 선생님을 대신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남아 있는 선생님들의 부담이 생기고, 반대로 정규 교사를 발령한다면 복귀한 선생님이 돌아왔을 때 이중으로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기에 정식 교육감의 발령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와 일정 기간 계약을 통해 교사로 근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정규직 교사보다 연봉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근무 기간도 수년씩 연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상시 근무에 종사하는 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과 인사관리의 용이함을 이유로 교육 현장에서도 이미 비정규직이 증가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 되었기에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간제 교사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극단적 사례로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번 사태의 본질은 나쁜 학생들의 개인적 일탈행동으로만 몰고 가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과 제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은 학생들이 아니라 어린들이 먼저 만들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기간제 교사 故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에 관해 일어났던 일이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희생되신 11분의 선생님 가운데 아직 두 분 선생님의 시신은 미수습 상태입니다. 그리고 시신이 수습되신 9분의 선생님 가운데 정규직 교사였던 7분은 모두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였던 故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아직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정규직 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 선생님은 비교적 안전했던 세월호의 5층에 머물다가 배가 기울자 자신의 반 학생들(두 분 선생님은 담임을 맞고 있었습니다.)을 돌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거기서 불안해하는 학생들과 함께하며 구조를 위해 애쓰다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정규직 선생님들과 같이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해 줄 것을 인사혁신처에 요청했으나,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순직 인정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판례에서도 기간제 교사 역시 교육 공무원이라는 판결도 있기에 이러한 이유는 온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기간제 공무원인 공중보건의나 사법연수원생들도 모두 공무원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기간제 교사만 공무원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도 형평에 맞아 보이지 않습니다. 순직을 인정하는 것에 있어서 그 고용 여부에 따라 정교사였느냐? 기간제 교사였느냐? 하는 것은 이미 우리사회가 기간제, 혹은 비정규직에 대해 얼마나 차별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학생들도 기간제 교사라고 한다면 무언가 개인적으로 무능하거나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 정도로 인식하며 무시하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간제 혹은 비정규직에 대한 것은 개인의 잘못이 결코 아닙니다. 매우 특정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만 엄격히 사용해야 하는 특수한 고용관계를 우리 사회가 효율성만을 앞세운 나머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고 인사 관리를 손쉽게 하기 위해 남용해온 결과, 너무나 많은 곳에서 비정규직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러한 차별이 결국 불평등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학생이 스승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하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회를 원합니다.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로우며 더 가치 있는 세상, 바로 공동선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은 우리가 어떤 법과 제도를 간직하는지에 따라 그 때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계약직, 임시직, 기간제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은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인정되어야 하며 경제적 효용성만을 추구하여 남용할 때, 우리는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세월호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던 故 김초원, 이지혜(가브리엘라) 선생님께도 차별 없는 순직이 인정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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