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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견법 개정안이 노동자와 사회에 미칠 영향
    • 등록일 2016-02-1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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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2월 18일 3대종단 토론회 '종교가 바라본 파견법" 발제문

     

    파견법 개정안이 노동자와 사회에 미칠 영향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파견법이 도입된 지 2년이 되던 2000년, 대다수의 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고 파견노동자들을 해고했다. 방송사에서 해고된 파견노동자는 머리에 ‘파견법 철폐’라고 염색을 하고 다녔다. 파견법이 얼마나 나쁜 법인지 알려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파견법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통이 그렇게 머리에 새겨졌다. 파견법 도입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은 96-97 총파업까지 했지만, 파견법이 도입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파견법의 파괴적인 효과는 날로 커지는데 파견법을 없애자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파견법을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을 잃은 것일까? 이 노예노동에 순응하게 된 것일까?

     

    1. 파견법으로 인한 간접고용의 확산

     

    한국정부가 가입해있는 ILO(국제노동기구)의 목적을 다룬 ‘필라델피아 선언’의 첫문장은 “노동력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시작한다. 노동자를 사고팔게 되면 그것이 곧 노예노동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1961년에 제정된 한국의 직업안정법은 ‘51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강제노동 금지 및 중간착취 금지’를 원칙으로, ‘노동자의 직업안정을 도모와 실업대책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직접고용’이 고용의 원칙인 것이다.

    파견법은 이런 원칙의 예외조항으로 등장했다. 96년 김영삼 정부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노동자들이 그에 저항하여 96․97총파업을 벌이자 잠시 후퇴했다가 김대중 정부는 97년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고소득 전문직에 한해 26개 업종에 한해서 2년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파견법 시행 시 적용대상은 간병인, 사무보조, 텔레마케터, 청소, 운전원 등 나쁜 노동조건을 가진 업종이었다.

    ‘파견법’은 간접고용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기업에 보냈다. 간접고용은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업체와 사용업체가 분리되어 있는 형태인데, 용역, 외주, 아웃소싱, 도급, 사내하청, 파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합법파견은 10만명 내외이지만 파견법 도입 이후 간접고용은 편법․불법적으로 확산되었다. 대기업에서는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간접고용이 늘어났다. 청소노동자들이나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용역’이라는 간접고용으로 일하게 되었다. 공공부문에서는 민간위탁 혹은 외주화로 간접고용이 늘어났다.

    현재 10대 재벌 계열사 노동자 120만 명 중 비정규직은 43만명(36.3%)이며,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은 36만명(10대 재벌 계열사 노동자의 30.2%)에 달한다. 2014년 7월 1일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간접고용 노동자(소속외 근로)는 878,000명으로 300인 이하 사업장을 포함하면 2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청소, 식당, 경비 등의 업무를 빼더라도 150만명 이상이 사내하청 노동자인 셈이다. 즉 대기업 사내하청의 비율이 30%나 되는 것이다. 금지된 제조업 파견이 사내하청 형태로 횡행한다.

    중소업체의 경우 대다수가 ‘사내하도급’보다는 불법적인 직업소개업(직업소개를 빙자하여 사실상 지속적으로 임금을 떼는 경우)와 파견법상의 ‘일시․간헐적인 업무’ 조항을 이용한 편법 파견이 대다수이다. 고용노동부의 2014년 ‘파견사업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파견노동자의 25.7%가 제조업의 일시․간헐적 파견이었다. 상시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6개월 미만의 시한부 파견을 써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시한부 파견의 85.8%는 인천·경기 등과 같은 수도권에 주로 몰려 있었다. 특히 산업단지가 있는 안산과 시흥에는 93.2%나 됐다. 파견법이 도입된 이후 한국은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인 간접고용 천국이 되었다.

     

    2. 파견(간접고용)은 노동자들에게 어떤 문제를 낳았는가?

     

    파견의 문제는 단지 ‘파견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파견’ 자체가 그동안 엄격하게 금지해온 간접고용을 승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견’의 문제는 ‘불법이거나 편법적인 파견’의 문제, 즉 간접고용 전체를 포함한 문제가 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이 나쁘다. 정부는 파견업종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전체 파견 노동자의 임금 평균(169만4000원)이 용역 노동자(148만6000원)보다 높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파견과 용역 노동자 모두 한달 17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원청은 도급금액을 낮추고 공공부문은 사실상의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파견업체는 중간에서 임금을 떼는데 보통의 경우 임금의 7~20% 사이라고 한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기업이 파견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량이 많으면 노동자들을 많이 쓰고 물량이 적으면 노동자를 해고해도 된다. 그러다보니 파견노동자들은 늘 고용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공단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들은 근속이 6개월인 경우가 많다. 최종 6개월까지 일시․간헐적 업무에 파견을 허용한 파견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6개월마다 해고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며칠 쉬다가 다시 새로운 업체에 파견을 나간다. 청소노동자들은 해마다 용역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연말이면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업체변경시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하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권리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87%가 용역노동자인데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해고하고 출입증을 박탈했다. 노동자들이 인천공항 안에서 파업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로 고소도 했다. 용역노동자는 인천공항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합법파견의 경우 체불임금이나 산재 등 일부를 원청이 공동책임을 지지만 간접고용 사업장에서 원청 사용자는 법률적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올 의무가 없으니 투쟁은 길어지고 원청이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노동자들을 괴롭혀도 대응할 방안이 없다.

    원청회사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파견이나 용역에 맡겨버린다. 안전장치를 하는 대신 파견노동자를 사용해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핸드폰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 4명이 메틸알코올에 인해 실명을 했다. 파견노동자들이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유해물질 속에서 일을 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에서도 2014년 한 해 동안 10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원청은 산재가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재보험금을 대규모로 감면받았다. 하청업체로 위험을 모두 떠넘겨버린 것이다.

     

    3. 파견법 개악 과정

     

    1998년 파견법 도입 이후 기업들은 포지티브 방식(파견허용업종을 명시하는 방식)을 네거티브 방식(파견허용이 되지 않는 업종만 명시하고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파견을 예외적인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접고용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는 파견허용업종을 점점 늘려서 파견을 일반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2007년에 정부는 파견법을 개악하여 파견 허용 업종을 26개에서 32개로 늘렸고, 파견된 지 2년이 지난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약화시켰다.

    불법적인 간접고용이 확산되면서 노동자들도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2008년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가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고,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최병승씨의 판결에서 불법파견 계약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 이후 제조업 대공장에서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소송이 줄을 이었고,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불법파견을 합법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2013년에는 ‘사내하도급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파견을 늘리지 않더라도 대기업 하청을 합법화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그 법안은 실현되지 않았다.

    중소제조업의 불법파견 문제는 조금 늦게 알려졌다. 인천과 반월시화공단 조직사업이 시작된 이후 ‘불법파견’ 문제가 대두되자, 2015년 고용노동부는 반월시화공단과 인천남동공단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등 법 위반사항을 조사했다. 조사대상 1,008개 중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사업장은 566개소였다. 절반이 넘는 사업장에서 간접고용을 사용한 것이다. 이 중에서 고용노동부는 196개소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간접고용을 활용한 사업장은 편법적으로 ‘불법성’을 피해간 셈이다. 195개 사업장이 불법파견인데 무허가 파견 38개 업체, 2년 이상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5개 업체, 일시․간헐적인 업무가 아닌데도 파견을 사용한 업체들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되었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에 대해 묵인 방조해왔다. 그러다가 노동자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이제는 ‘불법파견’의 문제를 들어 ‘합법파견’으로 전환하자고 말한다. 정부의 파견 확대는 이렇게 확산된 불법파견을 합법파견으로 전환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주장하며 경제계와 핫라인을 구성하여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4년 말 ‘경제패러다임 선진화를 위한 5대 규제개혁과제 건의문’을 청와대·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는데 ‘파견허용 업종 제한’ 등 선진국에 없는 각종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는 이 건의를 적극 받아들여, 9월 13일 노사정야합을 했고, 새누리당이 ‘파견법 개정안’을 냈다. ‘고령자파견 허용’이나 ‘고소득 전문직 파견 허용’, 그리고 ‘뿌리산업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금기시되어왔던 ‘제조업 파견 허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파견업종에 대한 규제는 유명무실해지고, 정부와 기업은 이를 핑계삼아 모든 업종에서 자유롭게 파견을 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4. 파견법 개악의 문제점

     

    파견법 개악은 불법적이고 편법적으로 확산되어온 ‘간접고용’을 합법화한다.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이 만연하니 파견을 합법화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도둑질이 만연하면 도둑질을 인정해야 하고, 세금포탈이 만연하면 세금포탈도 정당화해야 하는가.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을 범죄행위로 보지 않고 기업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ILO에서 그리고 직업안정법에서 간접고용을 금지한 것은 그것이 허용되는 순간 노동자들이 권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을 제대로 관리감독하거나 처벌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런 노예상태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파견법 개악은 고용의 원칙을 뒤바꿔버린다. 노동자를 고용하여 이득을 얻고자 하는 자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해야 하는 것이 고용의 원칙이다.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은 이 원칙에서 예외를 조금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늘어나버린 비정규직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비정규직은 다양한 고용형태일 뿐, 나쁜 고용형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을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인정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간접고용과 계약직은 고용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박탈이며, 위험과 책임을 하위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는 행위이다.

    파견법이 개악되어서 파견허용업종이 늘어나면 중간착취업체(파견업체)가 늘어난다. 노동자를 사고파는 것이 정당해지면 노동자를 매매하는 산업이 생겨난다.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을 내는 이유는 실업을 당했을 때 실업급여를 타기 위함이기도 하고, 일자리를 소개받거나 교육훈련을 받아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고용서비스’는 정부의 고유 기능이며 의무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산업화’하겠다고 한다. 파견업체를 대형화하고 프랜차이즈화를 해서 더 많은 고용서비스를 민간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제 노동자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 중간착취 업체들에게 계속 돈을 내야 한다. 파견허용업종을 확대한 정부는 신종 인신매매업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고용서비스 선진화방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내놓는다.

    파견법에 대해 소위 전문가그룹(고용노동부의 의견만 따르는 노사정위원회의 공익위원이라는 교수들) 의견에서는 사용자단체가 파견업체를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들은 노동자 전체의 리스트를 갖고 자신들이 원하는 노동자들만 뽑아서 일을 시킬 수 있다.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게 될테니 노동자들은 취업을 위해서라도 기업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게 되고 구직단계에서부터 사용자들에게 종속된다. ‘상용형 파견(파견업체가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여 다른 업체로 파견되지 않은 기간에도 임금을 주는 방식)’을 만들자고 하지만 중간착취로만 유지되는 파견업체의 속성상 불가능하다. 한 제안이다.

     

    5. 파견법 개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 고용하라는 것 외에도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해왔다. 바지사장과는 교섭도 안 되고 고용승계도 안 되니 원청이 사용자로서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2010년 대법원에서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조설립에 폐업으로 대응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하기도 했고, 공공부문의 경우 ‘업체변경 시 고용승계’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다수 원청은 사용자로서 법적인 책임은 없다. 법적으로 책임은 안지면서 하청에 대한 지배개입을 하도록 만들려고 정부는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교육훈련 등 원청의 지배개입이 '시혜'이기 때문에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런 책임 없이 간접고용으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게 된다. 기업들은 유해화학물질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업무를 외주화해버리면 설령 불산누출 사고 등 큰 사고가 나서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더라도 원청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청업체로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다. 원자력발전소나 철도나 모두 정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비용절감이라는 이름 아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그 일을 떠넘겨버리고 하청업체는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소홀하게 일을 하게 된다. 그 피해는 주변 주민들이나 승객들이 당하게 된다. 안전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대규모 참사를 우리는 계속 접하고 있다.

    이번 파견법 개악안에는 제조업(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이 포함되어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기술을 말하며 사실상 제조업 전체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뿌리산업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50인 미만 사업체가 전체의 93.6%, 대부분 대기업의 2~4차 협력사로, 1차하청이 10%, 2차하청이 29%, 3~4차 하청이 61%를 차지하는 등 독립성이 없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이다. 또한 제조공정상 환경유해물질의 취급과 발생이 불가피하고 설비의 노후화도 빠르다. 따라서 대다수 업체들이 인력 축소와 인건비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따라서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을 갖고 있다.

    원하청 관계에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곳이 뿌리산업인데 이 기업체들은 원청의 단가인하 압력을 줄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기술개발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중소영세업체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파견허용'으로 더 싼 값에 노동자들을 사용하라고 달랜다. 지금 한국경제를 왜곡하고 있는 원하청 관계, 그리고 중소영세업체의 기술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당장에 비용을 줄이는 방안만 제시한다. 이렇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제조업 중소영세업체들의 생존은 쉽지 않다. 경제구조는 더욱 왜곡된다.

    게다가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제조업에 파견이 허용되면 기업들은 더이상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인원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물량에 따라 노동자들을 파견으로 쓰게 될 것이다. 파견노동자는 ‘단기파견’이 되거나 혹은 잔업만 뛰는 단시간 파견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노동자들은 집에서 파견업체가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호출노동자가 될 것이다. 다단계 파견도 생겨난다. 여러회사를 전전하기 때문에 직업병에 걸려도 어느 회사에서 발생한 병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할 때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싸워야 하는가. 계속 이동해가면서 언제 내가 팔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미래가 있는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노동자에게 미래가 없어진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살다보면 사회정치적인 의식을 가질 시간도 없다. 공부도 하고 집회도 가야 의식도 높아질텐데 그러기도 어렵다. 친구들을 만나고 문화생활도 해야 삶이 풍성해질텐데 그저 하루를 견디게 된다.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사회적 약자나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발한다. 묻지마 폭행과 자살, 인터넷 폭력 등이 확산된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제조업에서 파견이 허용된 일본에서 나타난 일들이다. 일본의 아키하바라 살인사건이 가장 적나라한 파견노동자의 현실이었다.

     

    6. 마치며

     

    점점 간접고용이 정당화되고 있다. 간접고용은 정상적인 고용도 아니다. 이것은 노예노동을 양산하며 권리와 책임을 불일치하게 만들고 비용절감의 모든 책임을 사회 전체와 노동자 개인이 떠안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런 간접고용이 마치 기업 경영정책의 하나로 간주되고 몇가지 부수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방안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간접고용은 결코 인정해서는 안되는 고용형태이다. ‘직접고용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직접고용 원칙에 예외를 인정해버린 ‘파견법’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해야 한다면 근로기준법에 기간제 사용 사유를 명시하면 된다. 굳이 파견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많은 이들이 파견법 폐지가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물론 이미 만들어지고 더 확산되고 있는 이 법을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노예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이미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인정해서는 안되는 게 있는 법이다. 물론 지금 당장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접고용 원칙을 세우기에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뭉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원청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도록’ 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뭉쳐서 힘을 발휘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 고용불안정으로 인해 뭉치기 어렵고, 진짜 사장은 교섭에도 나오지 않으니 더 힘을 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대안은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꼭 노동조합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지역에서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개별 사업장에서의 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권리를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새로운 협약을 만들어나가며, 정치적인 요구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믿어야 하고, 사회적 연대를 더 굳건하게 해야 한다. 변화를 만드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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