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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 경제, 대면 노동-6
    • 등록일 2023-03-0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08
  • 3. 비대면 경제 이면의 불평등 심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전 노동부 장관) 로버트 라이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2020.4.26.) 기고에서 코로나19 이후는 4개의 계급으로 분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일해야 하는 의료진·경찰·배달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The Essentials),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The Unpaid),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잊힌 사람(The Forgotten), 원격 노동자(The Remotes)를 말한다.24)

    2020년 4월 29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경제 및 비대면 경제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중심으로 규제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7월 14일 선도형 저탄소 경제와 포용 사회를 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한 10대 대표 사업은 데이터 댐, 인공지능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리모델링, 친환경 미래차 등이다. 

    위의 정책이 대면 노동자의 삶과 노동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디지털 경제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실업, 기업 간 양극화, 계층 간 불평등 심화 문제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김병권은 “기술이 발달하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다른 배송 수단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 비대면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김병권은 플랫폼 노동과 같은 질 낮은 일자리가 고용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 고용안전망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25)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현대 산업문명, 현재의 사회시스템, 세계화를 통한 초연결사회가 초래하는 불안정성, 재난 앞에 무력한 시장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정건화는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경제 논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새로운 역할, 지역사회 공동체 회복(지역에 기반한 경
    제), 대안적 경제시스템 구상, 일상적 삶을 움직여 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26)

    2020년 5월 7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코로나19가 던진 생태적 질문, 종교의 과제’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서 패널들은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경제성장 극대화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 유종일이 제시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 선택과 실천의 과제’ 일부를 소개한다.27)

    신자유주의 시대를 완전히 마감하고 경제민주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장만능주의, 작은 정부론, 규제완화, 낙수효과, 긴축재정 등을 주장한 신자유주의는 공공서비스와 사회안전망의 축소, 불평등 심화와 금융위기를 낳았다. 위기 속에서 공공성의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의료서비스와 전국민의료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염과 타인에 대한 전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의 미래는 가속화될 것이다. 교육, 근무, 회의 등을 원격으로 수행하고, 쇼핑, 오락, 의료, 금융, 행정 등도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다. 데이터 기반 방역 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활용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다. 모든 파괴적 혁신이 그렇듯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패자가 나온다. 인공지능이 인간노동을 대체하여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많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자영업자의 타격이 크고, ‘타다’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안전망의 미비 때문에 극심한 갈등이 혁신을 가로막기도 한다. 최근에는 각급 학교가 온라인 등교를 실시함에 따라 디지털 격차 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확진자 동선 파악 등과 관련한 감시사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제도가 잘 뒷받침되지 않으면 디지털 전환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생산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비단 인프라, 인재,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용적 사회제도와 개인정보보호 및 활용에 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필요하다. 

    위기극복 과정을 통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됨을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과 국가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소득·소비·성장보다 안전·건강·행복이 우선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고, 시스템 차원에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인권·환경 등의 가치가 규제정책과 공공투자에 우선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회복탄력성이 높은 경제를 위하여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기업체를 ‘자본의 사회’로만 생각하면 안 되며, 기업체는 기업 활동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과 고유한 책임을 가지고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는 이들과, 동시에 노동을 통하여 협조하는 이들이 참여하는 ‘인간의 사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백주년, 43항)

    2020년 성령 강림 대축일(6월 9일)자로 미리 발표된 오는 10월의 전교 주일 메시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당부했다. “사람을 잘 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을 잘 대우하는 것, 사람이 경제보다 더 중요합니다. 우리 사람들은 성령께서 거하시는 성전들이지만, 경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2020년 5월 11일,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불평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IMF는 과거에 전염병 사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있는데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모든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것이 슬픈 결론”이라고 했다. 불평등을 막기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기의 교훈은 사회보장제도가 중심이라는 것”이며, 불평등 완화책은 “더 진보적인 세금 모델도 무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28)

    전염병은 공평하지 않다. 햇살이 쏟아지는 정원에서 자가 격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좁은 집에서 창문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팬데믹 이후 이미 소득 불평등을 겪고 있는 여성과 청년의 실업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용직 노동자에게 봉쇄령은 굶주림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우울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29)

    23)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약자는 e커머스)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모바일 쇼핑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24) 한겨레21, 일과 삶의 경계 무너질 때 걱정해야 할 것들, 2020.5.30
    25) 경향신문, 밀려오는 ‘언택트’, 밀려나는 노동, 2020.5.2
    26) 정건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의 사색, 기쁨과 희망, 2020.여름
    27) 유종일, ‘포스트 코로나’ 세계, 네 개의 키워드를 주목하라: 전환적 뉴딜의 필요성, 2020.4.20

    28) 국제통화기금 누리집, ‘전염병은 어떻게 가난한 사람을 더 뒤처지게 하는가’ 참조
    29) 스테파니 헤가티, 코로나19: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는 평등해질 수 있을까?, BBC 월드 서비스, 2020.4.26

    (매주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 - 2020년 자료 2  비대면 경제, 대면 노동' 을 나누어서 올립니다. P 16-19) 


  • 링크
    https://catholicjp.or.kr/lib_public/22644
  • 첨부파일
    비대면경제 대면 노동.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