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3일 주님 세례축일 강론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이주형 세례자 요한 신부
주님 세례축일을 맞이하여 거룩한 교회는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의 시작과 성자의 공생활을 장엄하게 선포하며,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로 하여금 세례받은 사람으로서 합당한 삶을 살아갈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합당한 삶을 위해서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으나, 무엇보다도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게 나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평소에 자주 읽고 묵상하는 글이 있는데, 캐롤 위머의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때는”입니다. 전문을 인용해봅니다.
"그리스도인이라 말할 때는"(캐롤 위머)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구원을 받은자임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때는 죄인이었음을 속삭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선택했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교만한 마음으로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실수하는 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도우심이 필요하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강한 자임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약한 자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이 힘주시기를 기도하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성공했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내가 진 빚을 다 갚을 수가 없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혼란스러움을 시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히 하느님의 가르치심을 구하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온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이 많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하느님의 인정하심만을 믿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삶의 고통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내 몫의 고통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의 이름을 찾노라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때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권위가 내게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오직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돌아보면 우리는 얼마나 나 자신의 생각과 고집에 사로잡혀 살아갑니까? 또한 얼마나 많이 다른 이를 심판하고 판단하며 살아갑니까? 그리고 만족할 줄 모른 채 항상 끝없는 욕심과 탐욕에 이끌려 살아갑니까? 그러한 나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서 어떻게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혜로운 이는 항상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며 자신의 살아갈 날수를 헤아리며 겸손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아픔과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많은 사회적 갈등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겠지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 양심을 갖고 올바르고 떳떳하게 살아간다면 많은 사회적 갈등들도 자연스레 해소될 것입니다. 그리고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불림 받은 우리에겐 더 거룩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더 각별한 소명이 요청됩니다.
이제 세례축일을 지나 연중시기로 접어듭니다. 푸르른 색깔로 상징되는 연중시기는 우리에게 일상의 성실함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히 살아가길 요청할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불림을 받은 여러분들을 통해 여러분과 여러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복과 은총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티토 2,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