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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
    • 등록일 2015-12-0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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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불완전노동철폐연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질라라비] 12월호에 소개된 원고입니다. "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

     

     

    1. 시작하며

    제목이 참 무겁습니다. 처음 [질라라비]에서 원고 요청을 받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 기쁘게 수락했는데, 받아놓은 제목을 마주하고 글을 시작하려니 쉽게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순간 고통의 현장에 함께 했는지, 아니 현장에만 참석하는 것으로 고통에 함께 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이 과연 나의 고통이었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이 글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게다가 ‘회원활동 꼭지이니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써도 된다’는 말에 이 복잡한 머릿속을 어떻게 재미있게 승화할 수 있을지 더욱 고민입니다. 그러나 소중한 지면을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노동사목위원회가 해오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사제로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자 합니다.

     

    2. 노동사목위원회가 걸어온 길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서울교구 사회사목국 소속 여러 위원회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 신자들의 신앙과 영성에 관한 문제 말고, 이 시대가 겪고 있는 현실에 함께 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들이 현재 13개의 위원회로 구성되었고, 이들 위원회들를 묶어 사회사목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노동 이외에도,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일반병원사목위원회, 단중독사목위원회, 노인복지위원회 등, 이 시대의 현실에 함께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위원회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노동사목위원회는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현실 함께 하고,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인간존엄성의 정신에 바탕을 둔 노동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활동을 하는 기관입니다. 역사적으로는 1971년 3월 ‘도시산업사목연구회’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분신사건과 연결됩니다. 전태일 열사의 사건은 이 땅에 노동 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당시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제 12명을 구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시로 몰려드는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한 여러 문제를 분석하며 가톨릭교회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위원회의 모습은 사제들의 연구조직으로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 작업만으로 발생하는 여러 노동 현안을 다룰 수 없음을 판단하고 1년 후인 1972년 ‘도시산업사목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합니다. 이 후 1980년 현재의 명칭인 ‘노동사목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70,80년대에 위원회의 활동은, 오늘날에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는 가톨릭노동청년회(J.O.C.)의 활동과 함께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청년 천주교 신자 노동자로 조직된 단체를 통해 서울 시내 여러 공단 지역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운동을 함께했고, 크고 작은 여러 현안을 지원하는 활동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당시에 턱없이 부족했던 노동문제 상담을 위한 상담소도 운영하였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교구 전체가 성명서를 내거나 추기경의 발언을 통해 사회여론을 형성하는 역할도 수행했었습니다. 그러면서 90년대 이후에 노동사목위원회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내부적으로는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활동의 침체와 함께 외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또한 노동계 안에서도 민주노총의 출범을 바라보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이제 활동의 방향을 국내 노동문제에서 외국인노동자 문제로 전환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라는 의견과 함께,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공존합니다. 아무튼 90년대 후반부터 약 20여 년간 노동사목위원회는 산재피해자 지원 분야를 제외한 국내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활동을 중단하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투신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들만을 대상하는 노동상담소를 92년 명동에서 시작하여 현재 보문동에서 이전 진행하고 있고, 외국인 산재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대피소, 그리고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어린이집 및 공부방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던 지난 2014년, 노동사목위원회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동안 노동사목위원회 이름 아래 있었던 이주사목분야를 분리, 신설하 “이주사목위원회”로 이관하고 다시 국내 노동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조직을 정비하면서 작년 초부터 노동사목위원회는 어떻게 하는 것이 고통 받는 노동 현실과 함께 하는 것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아직 보완할 것이 많지만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3. 노동사목위원회의 지금 모습

    앞서 이야기 나눈 것처럼 국내 노동사목에 다시 관심을 기울인지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인 가톨릭노동청년회(J.O.C.), 가톨릭노동장년회(C.W.M)와 산재 피해자들을 위한 산재사목상담소는 계속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우선 작년에는 사무실을 정비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내부 업무를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연대 사업으로 2014년 희망연대노조 통신비정규직 형제들이 광화문 네거리 파이넨스 빌딩 앞, 전광판으로 올라갔던 사안에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포스코 사내하청 EG테크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일, 세월호 단원고 기간제 선생님의 순직 인정을 위한 활동 등과 연대했습니다.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도 노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노동절 기념 세미나”, 일선 본당 주일학교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청소년노동인권 관심자 교육” 등을 시도해보며 노동의 정신을 알리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교황청 정의평화 평의회에서 발표한 “성찰-기업리더의 소명”을 번역 출간하며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현재 노동사목위원회는 ‘사도직 평신도 단체의 양성’, ‘교육과 연구 사업’, ‘노동 현실에 대한 연대’, 그리고 ‘산업재해 피해자를 위한 상담’ 등 활동의 범주를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 시대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4. 노동사목위원회에서 사제로 살며...

    고등학교 때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가졌던 적이 있지만 제가 노동사목에 함께 할 것이라고 상상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신학생 시절 “노동사목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의 끈을 이어오긴 했지만, 제게 이런 소임이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진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노동사목위원회에 발령을 받게 되었고(사제는 본당 혹은 특수 사목에 일정 임기를 갖고 부임한 후, 새로운 발령을 받으면 소임을 이동하게 됩니다), 마침 그 때가 위원회가 분리되며 국내 노동 문제로 관심을 전환하던 때였습니다. 아직 맡은 소임이 2년도 되지 않아 무얼 이야기 한다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글 처음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얼마나 고통에 함께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자신 있는 답을 내 놓을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시대의 아픔에 함께 했던 많은 선배 신부님들의 모습 안에서 현장에 나가게 되면 많은 노동자분들이 참 반갑게 맞이해주신 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연대를 요청하는 손길에 모두 응답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처음 노동사목위원회에 발령을 받았을 때, 어느 선배 신부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여러 사람의 억울하고 아픈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다보면 내가 그 일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선배 신부님은 사제의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일이라는 유혹이 든다고 표현했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것이 과연 유혹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내가 가진 돈이나 권위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사제가 갈 길이 아니란 생각에 다시 기도해야 함을... 함께 아파해야 함을 느낍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노동사목위원회에 있으며 그 선배 신부님의 말은,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픔에 함께 하는 것, 즉 같이 그들과 아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표현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제가 법조인의 역할을 할 수 없고, 또 사제가 정치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늘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5.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저의 소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노동사목위원회가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약속도 너무 거창해 보입니다. 아직 저는 겁이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것 같기에 노동사목에서의 하루하루가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모두가 노동자인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세상, 각자의 노동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함께 한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존엄함을 알기에 정당한 보수와 안정적인 고용과 위험하지 않은 작업장에서 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모습이 많지만 이를 위해 기도가 필요하면 기도를 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필요하면 함께 아파하고, 의사 표시를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면 그 길에도 함께 나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노동은, 신이 만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노동을 통해 공동선을 이루고 인간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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