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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
    • 등록일 2015-10-1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082
  • "그것은 수치이다! 생명이 없는 물질은 공장에서 값이 매겨져 상품이 되어 나오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인간은 그 곳 공장에서 한낱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90여 년 전, 교황 비오 11세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비오 11세 교황께서는 1931년에 반포한 회칙 <사십 주년>에서,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당시 노동자들의 모습을 염려하시며, 가장 고귀한 인간이 일터에서 한낱 쓰레기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그 사회상이 바로 우리 인류의 수치라고 표현을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비오 11세 교황님께서 그렇게 염려하시던 당시 1930년대 노동자들의 상황은, 90여년이 지난 지금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각하게 악화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현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올해 1월 1일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이렇게 개탄하셨습니다.


    “(오늘날) 노예노동의 원인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이들의 부패에 있습니다. (… 이러한 참담한 상황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 경제 제도의 중심에 있을 때 발생합니다.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이 모든 사회 제도나 경제 제도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물신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때 가치의 전복이 일어납니다.”

     

    다행히도 우리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세상의 양심 있고 깨어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인간 존엄성과 노동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가는 오늘날의 상황에 강력히 반대하며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체적인 활동들이 UN으로 하여금 “인간 발전과 행복”이라는 전 세계적인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연대하며 기념하는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도 바로 그 일환의 하나인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양질의 노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인간 존엄성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노동

    - 가정을 부양할 수 있는 임금을 받는 노동

    -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노동

    -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는 노동

    - 안전한 노동

    - 사회보장이 동반되는 노동

    - 삶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노동

    -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노동

     

    양질의 노동에 대한 ILO의 이런 설명들은, 사실 우리 가톨릭 교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선포되어 온 내용들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1년에 반포하신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 보면, 세상 사람들이 오늘날에 와서야 언급하고 있는 ‘양질의 노동’ 내용들을 이미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반포하신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도 “양질의 노동”에 관한 내용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요, 다만 우리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양질의 노동”이 아닌 “품위 있는 노동”으로 번역되었을 뿐입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노동과 관련하여 ‘품위’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개별 사회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본질적 존엄을 드러내 주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곧, 남녀 모든 노동자가 그들 공동체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노동, 노동자가 존중받고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을 수 있는 노동, 가정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자녀가 육체 노동으로 내몰리지 않고도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노동,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노동, 개인적 가정적 정신적 차원에서 자신의 뿌리를 재발견할 충분한 여지를 주는 노동, 은퇴자들이 품위 있는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진리 안의 사랑> 63항)

     

    품위 있는 노동, 즉 노동의 가치에 대해 하신 교황님들의 이와 같은 말씀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들은 사람과 노동보다 자본을 더 우위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상황이 더욱 열악하고 심각합니다. 근래 우리나라의 이슈가 되고 있는 소위 ‘노동개혁’이란 것도, 일반 노동자들은 안중에 없이 기업인들에게만 잔뜩 유리하도록 기울어진 내용들로 노동법안을 만들어 경제를 부양시켜보겠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하거나 혹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많은 기업가들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너희가 자꾸 시끄럽게 구니까 이 나라 경제가 이 모양 아니냐!” 하며, ‘경제’라는 단어를 볼모로 삼아 노동자들과 그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노동자인 국민들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지, 아직도 시대착오적으로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여전히 우리나라는 “인간 발전과 행복”이라는 전 세계적 발전 목표에 발맞추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을 느끼는 노동자 국민들이 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시길, 경제 체제의 구조와 조직이 노동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존엄성을 위태롭게 만들거나 행동의 자유를 박탈한다면, 비록 거기서 막대한 재화가 생산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경제 체제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노동하는 인간> 83항 참조)이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바로 우리나라 사회가 가장 잘 새겨들어야 할 말씀인 것 같습니다.

     

    많은 경우에 빈곤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 침해에서 기인한다고 교황님들은 선언하십니다(<진리 안의 사랑> 63항 참조). 세상 사람들이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까지 만들며, 노동의 가치를 재확립하려고 하는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도 자본이 우위에 있는 사회가 아닌, 사람과 그의 노동이 더 우위에 있는 사회로 조속히 전환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회와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길임을 모두가 인식하고 실천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이 미사 중에 함께 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2013년 9월에 이탈리아 사다니아 섬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노동자들을 위해 세상에 호소하신 말씀으로 강론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사람과 노동을 중심에 되돌려놓으십시오. (…) 여태까지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소득과 이익의 법칙을 밀어내고 사람과 공동선을 중심에 되돌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명히 노동입니다. 인간의 참된 발전이 이루어지려면 노동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노동을 보장하는 이 과업은 사회 전체의 의무입니다.”

     

     - 2015. 10. 7.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 기념 미사 중 강론 (장경민 시메온 신부)



    <한국가톨릭노동장년회가 벌이는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 거리켐페인. 2015. 10. 7>

     


     

  • 첨부파일
    CWM 켐페인.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