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판단

  • home
  • 노동이슈
  • 판단

  • 2019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강론 - 감정노동과 건강한 사회
    • 등록일 2019-06-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324
  •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미사 강론>

     

    감정노동과 건강한 사회

       

    이주형 세례자요한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미국의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1911, 과학적 경영의 원리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경제적 효율성과 노동생산성 증진을 강조합니다. 시간 연구, 동작연구, 목표 작업량 설정을 통해 작업의 과정을 관리합니다. 그 당시는 강대국의 식민지 쟁탈이 한창이었고 1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기여서 모든 나라가 전쟁을 대비해 많은 물자를 생산해야 하는 시대였으므로 이 이론은 그 효율이 탁월하게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관리법은 곧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인간과 노동력을 단순히 기계적·합리적 도구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일러 주의는 노동자에게 사유를 금지시킵니다. 사유는 경영자들의 몫이고 노동자는 기계의 부품처럼 일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노동 속에서 인간은 비인간화됩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라는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일만 하는 주인공을 통해 산업화 속에서 인간 소외를 묘사합니다. 과학적 경영원리의 단점인 인간경시가 잘 묘사됩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 임금 노동자의 40%인 약 740만 명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됩니다. 감정노동이란 좁은 의미로 감정을 억누르는 직업을 의미합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친절함을 드러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 감정노동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감정노동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갑을 관계, 위계와 권력 때문에 일어나는 부당한 대우, 모욕, 차별 등입니다. 감정노동이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이 일어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상대방을 인간으로 인격체로 이웃으로 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넌 왜 그거밖에 못해? 그걸 왜 이렇게 했어?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니?

    필요 없으니깐 됐어. 딴 소리 말고 다시 해줘요. 사장 불러와. 내가 누군지 몰라?

     

    앞서 테일러 주의가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비인간화를 초래한다고 했는데 감정노동의 본질도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감정노동의 폐해가 심각합니다. 감정노동이 심각해진 원인은 현대사회에서 소비문화 속에서 사람들이 편안함만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에 반해 신앙의 가르침, 정신적 도덕적 가치는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의 이익과 소비자의 권리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배려, 양보, 인내와 같은 미덕들을 실천하지 못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빨리 더 갖고 싶고, 더 편하게 누리고 싶은 내 욕심 때문입니다. 내 욕심 때문에 손님을 맞이하는 노동자들이 인격체가 아니라 종업원, 소모품으로 전락합니다.

     

    국내에서는 201810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업주는 직원을 감정노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최고 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가됩니다. 최근에는 감정노동 스트레스 관리사라는 자격증도 생겼습니다. 감정노동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지역과 사업장 등에서 감정노동 힐링 캠페인, 치유 프로그램들을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인식 개선이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불편함과 인내를 감수하더라도 이웃과 사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일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친절하게 대해주고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노동의 참된 의미가 회복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가 이룩될 것입니다.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10주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지셨던 추기경님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생전의 말씀이 더 절박하게 요청되는 오늘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임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마태 7,21

     

  • 첨부파일
    photo_2019-06-28_15-19-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