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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73. 가톨릭교회와 노동 ‘성숙한 사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 등록일 2020-06-0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235
  • 가톨릭신문

    발행일2020-06-07 [제3198호, 17면]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73. 가톨릭교회와 노동 ‘성숙한 사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매일 6명씩 산재로 잃는 목숨… 아직도 남의 일인가요?
    「간추린 사회교리」 331항

     

    단순 사고로만 보기 힘든 산업재해
    구조적 문제가 원인인 경우 많아
    기업은 피고용인 생명에 책임 있어
    노동자 안전에 대한 담론화 시급

     

    ■ 반복적 노동현장 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지난 4월,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사고로 인해 영국의 ‘기업살인법’처럼 한국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기업과 경영자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입니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사고 시 7년 이하 징역과 1억 원 이하 벌금, 5년 이내 재범시 50%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3년 이상 유기징역과 5억 원 이하 벌금, 거기에 법인벌금과 추가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법과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은 비율은 0.57%에 불과합니다. 실형 구형도 대부분 1년 이하입니다. 처벌을 받는다 해도 경영자가 아닌 현장의 중간 책임자나 실무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주들의 부담이 매우 큽니다. 또한 처벌 강화가 사고방지효과를 낼지도 의문이고, 작업·영업중지 등의 행정명령 등 현재의 처벌수위도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발적인 사고에 대해 원하청 다단 구조 속에서 업무가 세분화돼 특정 주체가 책임을 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기업의 경영자가 일일이 책임지는 것도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사회적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월 14일 수원교구 정평위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책임에 대한 인식

     

     판단에 앞서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첫째로 흔히 인재(人災)라고 하듯 노동현장에서의 재해는 단순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안전규정 미준수, 부주의라는 개인과실도 있으나,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부분이 더 많습니다. 원청과 발주사의 무리한 공사, 부실시공, 비용절감을 위한 안전장치 미비, 원하청 하도급 관계에서 오는 관행적 폐단들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 강화 이야기는 여기에서 힘을 얻습니다. 현행법상 원청이나 경영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 처벌을 받는다 해도 미미하다는 현실에서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많은 산재보험료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관심의 차이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 노력으로 한국은 세계적인 찬사를 얻었습니다. 이전의 여러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그에 대한 역량과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방역과 대비를 알아서 잘합니다. 부자와 빈자, 남녀노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산재사고는 좀 다릅니다. 그 대상은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어렵고 힘든 자리, 그래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며 매일 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합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코로나19처럼 피부에 닿지 않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산업재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무관심하게 여기지는 않는지요? 그래서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그 내용보다 그 중요성을 공감하는 국민적 인식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 법은 산업재해를 사고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그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이 법은 원인을 규명해 재발을 막고자 합니다. 그럼으로써 모든 이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자 합니다. 나아가 산업현장에서의 사고를 공동체의 아픔으로 여기고자 하는 성숙한 사회적 담론의 산물입니다.

     

    ■ 기업의 책임에 대해

     

     「간추린 사회교리」는 경제의 도덕적 차원을 강조하며 경제와 도덕이 긴밀히 결합돼 있다고 합니다.(330항) 경제는 경제 자체가 아니라 인류공동체를 위하기 때문입니다.(331항) 그래서 경제의 양적 성장만을 강조하면 자칫 인간소외와 죽음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기업활동에 있어 그 중요성과 함께 그에 맞는 책임감도 강조합니다.(342항) 그 책임이란 고용된 이들의 인권과 존엄을 포함합니다.(340항) 그리고 기업주와 경영자가 인간존엄을 구체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의무라고 천명합니다.(344항) 기업철학 혹은 경영철학에 사람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포함돼야 합니다. 산재사고 관련 처벌법은 당분간 여러 토론을 거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실천하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경제 사회 생활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그 온전한 소명,

    사회 전체의 선익은 존중되고 증진되어야 한다.

    인간이 모든 경제 사회 생활의 주체이며 중심이고 목적이기 때문이다.”

     (「간추린 사회교리」 331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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