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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평화신문]성과주의와 눈치 보기에 오늘도 불야성
    • 등록일 2017-10-26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120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3) 장시간 노동과 삶의 질 문제

     

    성과주의와 눈치 보기에 오늘도 불야성

    김동배 교수(토마스)인천대 경영대학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은 최근 노동과 관련한 뜨거운 이슈다. “노동 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어떠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연평균 2069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과 장시간 노동은 가정의 긴장과 위기를 부르고 일터의 노동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진은 퇴근 후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노동시간 세계 3위인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평균 노동시간이 길다!’ 노동시간 단축의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평균 노동시간이다. 현 정부가 ‘연평균 1800시간’이란 공약을 제시한 것도 평균 노동시간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2016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63시간에 비해 306시간 정도 더 길다. 한국은 멕시코(2255시간), 코스타리카(2212시간)에 이어 부끄러운 3위다.

     

    OECD 회원국의 연평균 1763시간, 현 정부의 연평균 1800시간 공약, 그리고 지난해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 2069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연간 실제 노동일수는 365일 가운데 233일 정도 된다. 토ㆍ일요일 총 104일, 법정 공휴일 13일(2014~2017년 평균, 단 토ㆍ일 중복 휴일은 제외), 연차휴가 15일(최소로 가정)을 제외한 결과다. 노동자가 233일 동안 정상적으로 하루 8시간씩만 근무한다면 연간 총 노동시간은 1864시간이다. 이 계산에 의하면 만일 시간제 근로자가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1800시간, 나아가 OECD 평균 수준에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위의 계산에서 가정한 토ㆍ일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와 법정 공휴일을 어느 정도 지키는가, 연차휴가를 얼마나 사용하는가, 매일 8시간만 근무하고 초과 근로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2016년 국가별 노동시간 및 연도별 한국 노동 시간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문채현 연평균 2069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과 장시간 노동은 가정의 긴장과 위기를 부르고 일터의 노동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진은 퇴근 후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과 2016년 국가별 노동시간 및 연도별 한국 노동 시간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문채현

     

     

    또다른 위험 ‘장시간 노동’

     

    노동시간 단축의 근거로 많이 인용되는 또 다른 근거는 정상적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이다. 현행법에서는 주 52시간을 초과 노동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은 건강한 노동자 및 건강한 시민의 삶을 위협한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자는 노동시간 차원에서 사회적 약자가 된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시간 단축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이야기할 때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강조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주당 노동시간이 50시간 이상인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한국이 23.1%로, OECD 평균 13%보다 훨씬 높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4년 실시한 근로환경조사에 의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55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전체 24%에 달했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김유선 박사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는 전체 17.9%에 달한다. 노동시간 특례나 제외 사항 등을 논외로 하고라도 주당 법정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탈법적 장시간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나 자살, 그리고 불의의 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올해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2명의 사망자를 낸 버스 운전기사는 사고 전날 새벽 5시 운행을 시작해 밤 11시 40분까지 근무하고, 사고 당일 새벽 6시에 출근해 과로로 졸음 운전을 했다. 과로사와 자살로 문제가 불거진 집배원은 하루 13시간 근무, 토요 격주 근무, 연간 휴가 2.7일 사용에서 보듯 장시간 노동 종사자였다. 그 외에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부르는 노동자나 초과 노동으로 저임금을 보전해야 하는 중소기업 노동자 등 미처 살피지 못한 장시간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법·제도, 사회적 규범과 문화가 원인

     

    왜 한국은 평균 노동시간이 길고 장시간 노동도 많은가. 그 이유는 △법·제도 △사회적 규범 △문화 △생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요인들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법·제도로는 1주를 5일로 볼 것인가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크다. 또 주당 12시간 이상 초과 근로를 하도록 규정한 특례업종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 외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농축산업 등 적용제외 문제, 포괄임금제 등도 있다. 앞서 사례로 든 집배원이나 버스 기사와 같은 장시간 노동자의 경우 1주일의 해석 방식과 근로시간 특례 제도에 해당하는 경우다. 장시간 노동에 책임이 있는 법과 제도가 신속히 개편될 필요가 있다.

     

    장시간 노동은 문화 및 사회 규범과도 연관된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외벌이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 장시간 노동이 자리 잡는다. 업무량 관리를 합리적으로 하지 않거나 윗사람 눈치 보는 기업 문화도 사무직의 장시간 노동을 낳는 원인이다. 간부 눈치 보느라 마음대로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눈치 보기 문화’에 해당한다. 이러한 조직 문화가 과도한 성과주의와 결합할 경우, 장시간 노동을 낳을 위험이 크다.

     

    낮은 생산성도 장시간 노동을 낳는 요인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생산성이 향상되어 동일한 목표량을 생산할 수 있다면 노사 모두에게 문제가 없지만, 생산성 향상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면 인원을 더 채용해야만 목표량을 생산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원을 더 채용할 여력도 적고, 인원 충원도 쉽지 않아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이 낮기 때문에 노동자도 초과근로를 통한 수입으로 저임금을 보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당위성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진 방법이나 속도에는 이견이 존재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선 법·제도 개선과 기업의 사원 관리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ㆍ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은 생산성 향상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정 나아가 사회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여기서 견지해야 할 원칙은 인간의 가치 제고를 통한 경제적 효율성 추구와 노사 자치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 능률과 창의성을 저하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가정과 노동의 관계성에 주목한다. 장시간 노동이 가정에 쏟을 시간을 빼앗아 가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가정의 긴장과 위기는 일터의 노동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정과 일터의 조화는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노동시간 단축의 비전이 돼야 한다.

     

    * 발행일 : 2017. 10. 29

    * 원문보기 :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699561&path=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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