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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근면하게 일한다는 ‘근로’는 사용자의 말”
    • 등록일 2017-11-1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915
  • “근면하게 일한다는 ‘근로’는 사용자의 말”

     

    ㆍ‘노동으로’ 캠페인 노동사목위 정수용 신부

     

    헌법에 표기된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정수용 신부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노동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노동자의 권리가 정당하게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근면하게 일한다’는 뜻의 ‘근로’는 일을 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말이에요. ‘노동’의 의미와는 큰 차이가 있죠.”

     

    정수용 신부(38·세례명 이냐시오)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노사위)는 헌법에 표기된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자는 ‘근로에서 노동으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정 신부는 “정부의 개헌안에 이 내용이 반영되도록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노사위는 지난 9월부터 헌법에 ‘노동’이 표기될 수 있도록 근로와 노동의 차이를 알리는 강연회를 열고 직접 제작한 스티커(사진)를 나눠주고 있다. 곧 서명운동을 진행해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 신부는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일이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헌법 32조와 33조는 각각 국민의 노동권과 노동자 권리를 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여기에 표기된 ‘근로·근로자’를 ‘노동·노동자’로 바꾸자는 것이죠. 법에는 시대정신이 반영돼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헌법에 노동을 표기한다면, 노동을 노동 그 자체의 의미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정 신부는 노동의 본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노동’이란 단어엔 풍부한 가치들이 포함돼 있어요.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노동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동’이란 말은 부정적이고 경직된 의미로만 쓰고 있어요. 일제강점기 이후 발생한 이념적 대립에서 북한이 노동이란 단어를 적극 쓰고 있는 게 원인입니다. 우리는 북에 대한 반발심과 차별을 위해 노동을 배척해왔고요. 그러나 이미 자본주의가 우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을 굳이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근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 ‘근로정신대’ ‘조선근로의용군’처럼 일제는 한국인을 일왕에게 봉사하며 성실히 일해야 한다고 주입해왔어요. ‘근로’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노동보다 근로가 배척할 단어죠.”

     

    현재 천주교에선 모든 행사와 문서에서 ‘노동’을 사용하고 있다. 정 신부는 ‘종교적 관점’에서도 노동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의 중요성은 성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신은 ‘일하는 신’이에요. 창세기를 보면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일곱째 날은 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나머지 6일은 ‘일’을 했다는 의미죠. 그래서 신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기에 노동은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근로와는 전혀 다른 의미죠.”

     

    정 신부는 캠페인 외에도 노동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12월 케이블방송사 씨앤앰(C&M)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사태 때 50일간 농성을 함께 진행했다. 세월호 비정규직 교사의 순직 인정을 위해 정부 관련 기관을 항의 방문하고 서명운동도 기획했다. 최근엔 KTX 여승무원들의 부당해고를 알리고 복직을 기원하고자 3시간 동안 오체투지(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로 행진하는 데 참여했다.

     

    정 신부는 이런 일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가 노동 문제에 나서는 것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 곁에 서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제도적으로 소외된 계층은 대부분 노동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광호 기자·정두용 인턴기자 ahn7874@kyunghyang.com> 

     

    * 해당원본글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71109211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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