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역할
과연 정치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보조성의 원리를 명심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수준에서 각자 능력을 발전시킬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권력을 지닌 이들이 공동선을 위하여 더 큰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보조성의 원리는 다양한 권력 남용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한편,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향한 지원과 연대의 행동을 촉구합니다. 보조성은 연대 활동이 복지주의 (assistenziallisimo)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오늘날 일부 경제 부문이 국가 전체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의 결여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가 결여된 경제는 실제 위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논리를 증진할 수 없기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환경에 대한 참다운 배려가 없는 논리는 사회의 가장 힘없는 이들의 통합에 관심을 두지 않는 논리입니다. 「복음의 기쁨」에서 말하듯이, “오늘날 '성공'과 '자립'의 모델에서는 뒤처진 이들이나 힘없는 이들, 능력이 모자란 이들이 삶의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투자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폭넓은 시각으로 생각하는 정치, 위기의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하고자 학문 간 대화에 힘쓰는 학자들과 활동가들을 포함하며, 통합적인 접근법을 문제들에 적용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위기는 언제나 점점 더 복잡해지기에 종합적 접근법과 반드시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흔히 정치가 올바른 공공 정책의 부재와 부패 때문에 불신을 받는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 지역 국가가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 어느 정도 적법한 일부 경제 집단이 후 원자를 자처하며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고, 스스로 공동생활의 규범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조직 범죄, 인신매매, 마약 매매, 폭력과 같은 근절시키기 어려운 모든 범죄를 일으키는 데에 이릅니다.
정치가 탁상공론에만 빠져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이러한 사악한 논리를 깨뜨릴 수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인류의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실질적 변화를 위한 전략에는 세계화된 경제와 정치 과정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소비문화와 버리는 문화의 논리를 문제 삼지 않고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고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건강한 정치는 이러한 과제를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정치와 경제가 빈곤과 환경 훼손과 같은 중대한 문제들을 풀지 못한 데 대하여 서로를 비난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정치와 경제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상호 작용의 방법을 찾기를 바랍니다. 한쪽은 경제적 수익만을 추구하고 다른 한쪽은 권력의 유지나 확대에만 집착한다면, 결국 남은 것은 전쟁이든지 아니면 환경 보호와 가장 힘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에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고 정치와 경제 양자가 맺는 불순한 협약뿐입니다. “일치는 갈등보다 우월하다.”라는 원칙이 여기서도 유효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 또한 인류의 여정을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정치에 몸담되 '위대한 정치'를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위대한 정치는 “사람들이 복음적 제안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사회 정의 – 돈과 권력 p188-190
미켈레 찬추키 편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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