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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역할
    • 등록일 2020-04-2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6
  • <토론>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역할
    - 가톨릭의 입장에서 -


    이주형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 들어가는 말 - 코로나19와 종교


    “Before Corona, After Corona”(토머스 프리드먼)라는 표현처럼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된다고 한다. 집단감염을 예방하려는 노력과 목적은 거리두기와 안전에 대한 관심 증가를 골자로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종교의 외연과 동향을 넘어 그 본질과 기능마저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미 문화, 스포츠, 예술 분야는 스마트 기기를 통한 무관중, 비대면, 무접촉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학교의 온라인 수업은 금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기업 역시 자택 근무, 화상회의 등의 비대면 노동이 증가하고 오프라인 노동환경과 기업구조는 플랫폼·AI와 결합하여 해체·재편될 것이라 한다. 종교 영역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금번 코로나 사태 때문에 종교 영역에서 대부분의 기성 종교들은 안전을 이유로 신자들의 경신례 참여 의무를 전면 완화했다. 게다가 이제는 어떠한 종교도 안전이라는 목적을 침해할 수 없으며 이는 신천지예수교 장막교회를 포함하여 일부 소수의 그리스도교 종단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코로나 사태는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사목 현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불가피하게도 종교적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라 분석한다. 집단감염사태가 재발하거나 혹은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시 신자와 신도들의 결속력은 약해질 것이고 종교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그 런데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재정적 타격이다. 향후 이러한 집단감염 사태의 영향이 장기화 될시, 지지기반이 약한 소규모 종교, 또는 그리스도교 내에서도 영세한 교회들 역시 제정구조에 따라 재·개편될 것이며, 대형교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대현 종교는 자선과 긍휼, 사목적 이유 등으로 수많은 사업을 수행해왔고 이를 위해 많은 재정과 재원을 필요로 한다. 가톨릭 교회 역시 적잖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종교의 영역에서 불가피하게 그리스도교를 시작으로 종교의 사회적 구조조정이 예측되며 매우 즉각적으로 종교가 향후 어떻게 어떤 모습과 기능으로 재편되어야 하는지 기성 종교인의 변화된 모습과 역할, 쇄신을 시급히 요청한다.

     

    □ 문제제기 - 사회적 가치와 성숙한 사회


    하지만 사회 전반적 영역에서는 안전과 공공성 의료와 보편적 복지, 정부의 적극적 사회제도 운용을 골자로 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적 가치 개념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그 공통 함의는 사회 전체를 위한 공익(Public Goods)이다. 금번 사태는 공익의 최우선 요소가 국민 안전과 의료임을 각인시켜주었고, 전 세계적인 집단감염 사태는 소극적이고 불투명한 대처가 사회적 가치와 공익을 심각히 훼손하기에 투명하고 선제적인 정부 주도의 적극적 방역과 개별 국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주었다. 결국 울타리 치기, 문 걸어 잠그기, 은폐 등의 폐쇄적인 방법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인데 바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요청이다. 앞서 사회적 가치는 사회 전체의 공익을 표방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성숙한 사회는 더 넓고 더 인본(印本)적이면서도 보편적이며 생명 중심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이다. 여기서 인본적이라 함은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야만적 군림과 착취라는 이기적 인간상이 아닌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이타적 인간상이다(구약성경 창세기 1-2장). 이런 관점에서 올바른 발전과 인간존엄은 나와 타자를 동시에 배려하고 인간과 함께 자연과 생태를 포함하여 어떤 실재(realities)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집단감염 사태는 울타리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여기서 사회적 약자란 재산과 일자리, 주거환경과 사회적 보호가 취약한 이웃들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취준생들과 노숙자, 이주민과 노인, 그리고 통계에 잡히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분명 금번 팬데믹 사태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단점과 민낯, 그 속에서 붉어져 자라온 불평등을 드러냈다. 또한 금번 4·15 총선에서도 드러났듯이 정치권의 구태한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갈등, 더욱이 이를 이용하여 권력을 잡으려는 어리석음과 그 무용함을 드러내며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개인과 성숙한 사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 가톨릭의 사회론

     

    올바른 사회적 가치와 종교에 대해 논하려면 종교가 갖고 있는 대사회관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초세기(the primitive church)부터 가난한 이에 대한 자선을 기조로 실천되었던 가톨릭의 사회론( The Social teaching of the catholic church )은 1891년 교황 레오 13세가 회칙 ‘새로운 사태( Rerum Novarum )’를 반포를 통해 매우 적극적인 형태의 사회적 연대활동으로 격상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산업혁명 이후 종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대량의 신앙적·윤리적 불의함이 양산되었고 이는 노동현장에서의 인간소외와 노동자에 대한 착취, 안전과 생명 경시로 이어졌다. 회칙 새로운 사태는 인간존엄과 정부의 올바른 역할, 사업자의 윤리적 경영을 촉구하며 노동자의 기본권, 인간적 품위 등을 천부적이며 공공적인 보편적·사회적 가치로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가톨릭교회는 인간존엄을 위협하는 사회현장에 대한 복음화를 비롯하여 예언자적 관심과 형제적 연대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는 2004년 간추린사회교리(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를 공식 발간하여 이에 대한 이론적 지침을 제시했고, “인간존엄, 공동선과 보조성, 연대와 참여, 재화의 보편적 사용 목적과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환경과 생태의 보호, 모든 이를 위한 경제, 균등하고도 지속적인 발전”을 중심으로 가톨릭의 대사회적 가르침을 집대성하였다. 또한 가장 최근의 매우 강한 권한과 영향력이 있는 가톨릭 교황 회칙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진리 안의 사랑’, 교황 프란치스코의 ‘찬미받으소서’는 이러한 가톨릭의 사회론과 그 안에서 종교를 초월한 선의를 지닌 이들의 우정 어린 협력, 사회와 깊이 유관된 종교의 역할을 중심으로 세계적 평화를 향한 참된 사회적 가치를 심도 있게 조망하며 제시한다. 코로나 사태는 그 자체로 많은 사회적 어려움을 양산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속 구조적 불공평함도 드러내었다. 이는 분명 개선 되어야한다. 만일 제도화된 불의(不義)함과 고착화된 사회적 부조리(不條理)와 구조적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크고 작은 폭력은 죽음을 야기한다면, 이는 사회와 개인에 있어 가장 큰 문제이며, 또한 하느님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태이다.(헨리 나웬, ‘평화의 영성’) 그러므로 가톨릭교회는 인간과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불의함을 고발하고 감시하며, 더 나은 길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협력과 관심을 요청한다.

     

    □ 나가는 말 : 사회적 가치와 종교의 역할, 평화로써 평화를

     

    코로나 사태가 인간들로 하여금 세상과 사회에 대해 성찰하게 했다면 이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하지만 집단감염사태가 모든 일상을 멈추고 휩쓴 속에서 삶의 이유, 이웃의 의미, 죽음의 공포를 절실히 성찰하게 했다. 이는 분명 힘든 과정이었으며 뿐만 아니라 이제 더 크게 닥칠 충격과 고통은 더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력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가운데 합리적이며 사회적, 종교적 가치 중심의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하며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선술 했듯 향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종교는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종교의 본질과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나 사회와 무관한 것도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和而不同, Ecclesia in mundi sed non mundi ). 기실 인간과 세상을 향한 성숙하고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두 가지이다. 첫째는 사회와 실재(reality) 속에 존재하는 불의함과 어려움을 개선해나가는 노력이고, 둘째는 평화로써 평화를 이룩하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가 ‘평화는 정의의 열매’( Opus iustitiae pax )임을 언급한 것처럼 가톨릭의 사회론은 삶의 자리, 부조리한 현실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사회와 인간이 겪는 불의함에 대해 공개적으로 저항하고 세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은 모든 진정한 영성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껏 이어져온 오늘날 종교의 영적생활은 현실세계와 상당이 분리됐거나, 동떨어져있다. 이는 잘못된 기복신앙과 신앙의 이기주의,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몰이해와 곡해, 무관심에 사로잡힌 소극성과 열정 없는 침묵, 비난과 불편을 감수하길 원하지 않음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는 그리스도의 예언적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헨리 나웬, ‘평화의 영성’) 사회와 괴리된 영성은 올바른 사회적 가치와도 괴리되는 것이고, 이는 마치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사로잡힌 구태한 정치의 말로처럼 언젠가 종교의 존립마저도 흔들 것이다.
    두 번째로 종교의 역할은 평화를 만드는 일이다. 갈등과 분쟁을 넘어 마음을 한 데 모으고 인간을 인간의 길로 이끄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며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평화가 존재함을 증거 하는 것이 종교의 참된 기능이다. 흔히 이야기한다. 종교적 이상과 사회적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고. 그렇다 분명 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고단한 사회적 현실만을 바라본다면 이는 자칫 투쟁과 폭력만을 야기할 수 있다. 폭력의 악순환은 종교가 제시하는 이상이 될 수 없다. 투쟁을 향한 개선을 지지하면서 종교는 평화라는 가치를 부여잡는다. 포용하고 모든 것을 끌어안기에 종교는 현실적 괴리들이 존재함에도 그 속에서 또 다른 화합의 길을 제시한다. 진실로 종교인은 투쟁 속에서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증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종교적 가르침과 종교인의 삶은 숙고와 결단 속에서 일치되어야 하며 따라서 가난하고 주변화 된(marginalized) 이들 속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진정한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격과 언행, 가르침이 통합된 참다운 전인적, 통합된 형태의 영성이다.
    금번 코로나 사태를 온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해야하고 종교 역시 이에 협력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사회적 불의함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무엇보다 종교가 종교 본연의 역할과 위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진정한 종교성의 회복은 분명 건강한 사회를 위한 귀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제언

     

    금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종교는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합니다.
    종교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돌보아야합니다.
    종교는 사회적 어려움에 대해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해야합니다.
    종교는 통합적 영성으로서 평화로써 평화를 증거해야합니다.
    성직자들은 이러한 실천에 앞장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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