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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성탄대축일 현장 미사 강론
    • 등록일 2020-01-1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39
  • 2019년 성탄대축일 현장 미사 강론
    “노동현장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며”

     

    이주형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 찬미예수님
    오늘 강론을 맡은 서울노동사목 이주형 신부입니다.
    오늘 바쁘신 중에도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 신부님들, 수녀님들, 교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모두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함께 옆에 계신 분들과 성탄 인사를 나눠볼까요?
    또한, 오늘 이 현장 미사에서 우리는 노동현장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려합니다.
    그런 우리의 기도도 꼭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간절한 기도를 청합니다.

     

    자,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오늘 많은 교우분들을 비롯해서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탄절이 왜 기쁩니까? 성탄절이 즐거운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잘못이 많은 우리들을 용서해주기 위해 이 세상에
    몸소 오셨기 때문입니다.
    죄의 용서를 받는다. 얼마나 설레는 이야기입니까?
    이처럼 성탄절은 용서를 받기에, 인간을 위해주는 하느님이 계심이 드러나기에
    예로부터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축제였습니다.

     

    그러나 성탄이 반갑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있을까요? 누구입니까?
    저는 그 중에 하나가 루돌프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사슴 루돌프 말입니다.
    왜냐하면 즐거운 축제 날에 힘들게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끌어야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루돌프는 모든 이가 축제로 지내는 성탄이 대목입니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에는 일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밤에 썰매를 끌어야 하니 야간근무가 태반이고
    선물 배달이 밀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립니다. 쉬는 시간도 없습니다.
    아파도 일해야합니다.
    맨날 썰매를 끌어야하니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에 시달립니다.
    거기다 이제는 나이가 많은 루돌프를 산타할아버지가 재계약을 안 해주려합니다.
    또는 산타할아버지가 사슴 루돌프가 아닌
    자동차를 몰거나 하면 이미 해고될 수 도 있겠지요?
    거기다가 급여마저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이런 루돌프에게 성탄은 즐겁지 않습니다.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과 거기다 몸도 아프고...
    생계마저 막막합니다. 이젠 쓸모없는 루돌프를 아무도 찾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성탄을 흥겹게 지내지만 루돌프는 슬픕니다.
    성탄이라는 축제가 단순히 우리끼리 먹고 마시고 즐기고 흥겹게 지내는 사이
    우리 주변의 루돌프들은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루돌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휴일에도 고된 노동을 하는 이들,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데 정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심지어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시지요? 이런 분들이 요즘 부쩍 늘었습니다.
    바로 어르신들입니다. 일자리가 없어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주으셔야 합니다.
    저는 사제로서 너무 미안합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청소년, 청년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 때문에 고통을 받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현재도 불안합니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일터에서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 우리 김용균 형제가 꽃다운 나이에 황망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GM공장에서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최근에는 마사회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모든 분들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에 5-6명이 일터에서 죽는 상황이 아직도
    멈추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달이면 150명. 일 년이면 1800여명이 사망합니다. 얼마나 참혹합니까?

     

    문제는 죽음에 이르는 원인이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노동현장에 만연한
    잘못된 구조들, 노동을 경시하는 풍조들,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직을 차별함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더 안타깝습니다.
    어찌보면 우리의 무관심과 이기심, 욕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천주교의 성직자이면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런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입니다.
    저는 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그런 분들에게 무관심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평화를 전해야하는데
    마치 저는 다리 같은 역할이 아닌 소통이 안되는 벽처럼 서있었습니다.

     

    그러나 참회하고 쇄신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갖읍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절박하게 외칩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어라!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

     

    성탄의 기쁨은 그런 모든 이들과도 함께 나누어져야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우리도 평화를 선물하고 나누고 그러기 위해 모든 이웃들을 위해 기도해야합니다.
    또한 단순히 말뿐이 위로가 아니라
    더 좋게 변화되도록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 간 형제자매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우리가 여전히 몸담아 살아갈 이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고자
    기도하는 우리 모두가 희망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모두가 희망입니다.
    나 개인이 반성하고, 우리 모두가 회심하며, 사회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격한 투쟁이나 갈등으로 이어지기보다
    화합과 상생 안에서 해결되길 바랍니다.
    적대감과 증오로 번지지 않고 모두가 화해하고 용서하며,
    그런 가운데 약한 이가 배려 받고 우리 사회 모두가 건강해져야합니다.

     

    특별히 오늘의 미사를 통해 많은 우리의 이웃을 기억해야합니다.
    하지만 특별히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 GM비정규직, 삼성 해고자들,
    건강을 위협받으며 일하는 분들을 비롯하여
    노동현장에서 고통받는 형제자매님들 기억하고자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가
    평화를 위해 서로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도가 풍성이 열매 맺길, 저도 기도합니다.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 울 것이다!(마태 5,9)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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