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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평화신문]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손배ㆍ가압류, 문재인 정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 등록일 2017-11-1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69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ㆍ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교회와 노동] (6)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손배ㆍ가압류, 문재인 정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박영기 노무사(사도요한) 노무법인사람 대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비롯된 국민들의 분노가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이후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방면에서 개혁적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 가운데 필요한 것이 있다. 노동계에서 줄곧 요구해 온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문제의 해결이다. 노동자에 대한 ‘손배ㆍ가압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손배ㆍ가압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신종 노동 탄압 수단으로 사용자들에 의해서 악용돼 왔고, 노동계는 줄곧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ㆍ가압류 남용 제한’을 공약으로 약속한 사실이 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행사장에서 영상을 통해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 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다. 이러한 현실을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래서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손잡고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이 현재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점도 손배ㆍ가압류 문제 해결에 기대를 높이고 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해 2015년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열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동자가 손배ㆍ가압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손배ㆍ가압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 상반기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현황은 24개 사업장 65건, 누적 청구 금액 1867억 원, 가압류 금액 180억 원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상반기 금액만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손배ㆍ가압류 금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선 이명박 정부 때부터 사용자와 일부 컨설팅회사 주도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노조 파괴 전략이 반복되면서 대표적인 노동자 탄압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쟁의 행위로 인한 물질적 피해에 대한 손배ㆍ가압류를 넘어 명예훼손, 모욕 등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는 소송 제기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노동자에게 제기된 손배ㆍ가압류의 진행 경과를 보면,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목적이 ‘배상’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임에도 쟁의행위 기간 발생한 손실을 과도하게 책정해 청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손해배상으로 막대한 금액을 청구할 것을 예고함으로써 노동자를 위협하거나 위축시키고 있다. 또 손배ㆍ가압류를 앞세워 노동자 지위 확인 소송의 취하, 노동조합 탈퇴 또는 퇴사를 종용하는 등 2차 노동자 탄압을 벌이는 사실상 부당 노동행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손배ㆍ가압류 금액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개인에 대해선 생존 자체를 위협할 만큼의 엄청난 금액이지만, 기업과 사업주 입장에서는 손배ㆍ가압류 청구 금액을 배상받지 않더라도 존립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노동자들은 부풀려진 과도한 손배ㆍ가압류 청구 금액과 대체로 오랜 시일이 걸리는 노동 민사사건의 특성에 따라 소송 비용마저 높아져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소송을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 교회는 손배ㆍ가압류 문제와 관련해 “사유재산권은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칙에 종속되며 다른 사람들의 노동이나 발전을 저해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간추린 사회교리」 282)고 말하고 있다. 또 생산 수단은 “노동을 거슬러 소유될 수 없고 한갓 소유를 위한 소유가 될 수는 없다”(「노동하는 인간」 14항), “노동과 사회적 부의 보편적 발전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것들의 억제에서, 착취에서, 투기에서, 그리고 노동 영역의 연대 단절에서 오는 이득을 얻기 위하여, 생산 수단의 소유 재산이 사용되지 않거나 다른 이의 노동을 방해하는 데 쓰이게 되면”(「백주년」 43항) 부당한 것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가톨릭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노동 영역의 연대 단절에서 오는 이득을 얻기 위해, 또는 다른 이의 노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손배ㆍ가압류라는 사유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의 부당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손배ㆍ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법원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법원은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논리로 기업과 사용자의 편이 돼 왔다. 노동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다. 사유재산권 보호 측면과 더불어 노동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자에 대한 손배ㆍ가압류 판결에 진일보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국회는 환경노동위원회에 발의돼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조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노조법 제3조 개정안은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자 개인에게 손배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손배ㆍ가압류 제한을 통한 노동 기본권 보호, 임원이나 조합원 등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 금지,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제한, 손해배상액 경감의 구체적 ‘사유’와 ‘기준’ 제시 등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 법원과 국회의 변화와 노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배ㆍ가압류 문제를 즉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배ㆍ가압류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파괴 목적의 손배ㆍ가압류를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단속ㆍ지도함으로써 손배ㆍ가압류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노동조합 손배상 청구ㆍ가압류란?

     

    노동조합의 불법 또는 위법이나 고의 과실 등에 의해 사업주가 손해를 봤을 때 해당 노동조합 또는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위. 더불어 그 청구 전 우선하여 상대방 재산에 대해 은닉이나 도피, 감소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가압류하는 행위를 손배가압류라 함. 합법 파업이 쉽지 않은 현행 노동법 체계에 따라 파업=>불법 파업=>손해배상 청구=>손배·가압류가 성립되기 쉬워 노동조합과 노조원을 압박하는 사업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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