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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디앙]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누가·왜·어떻게 합의했나?
    • 등록일 2019-03-2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09
  •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누가·왜·어떻게 합의했나?

     

    8차까지 의견차 컸다가 돌연 합의··· 9차 회의 회의록, 합의 경위 ‘실종’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의제별위원회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노개위)가 의결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을 본위원회 의결 없이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했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보다 앞서 8일 노개위 의결 내용을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법 개정에 착수했지만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법조계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절차적 문제는 노개위 내 노사정이 이른바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의 핵심 내용이 회의록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노동법률단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장시간·저임금 노동 및 과로사의 제도화’라는 주제로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유하라

     

    경사노위법에 없는 ‘합의’ 그리고 실종된 회의 내용

     

    노개위 자칭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의 경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합의에 이르는 결정적 순간이 회의록에 전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노측 대표인 한국노총은 14일, 7차 노개위 회의에서 경영계와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큰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날 회의록에 따르면, 노동계는 단위기간 확대 시에 도입요건을 현행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임금 보전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처벌조항, 중복적인 안전장치 등을 제안했다. 예컨대 건강권과 관련해 11시간 일간 연속 휴식에 더해 주1회 24시간 휴식, 미조직 사업장 오남용 방지를 위한해 산별협정 방식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 언급했다. 반면 경영계는 건강권 보호 논의와 관련해 집중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탄력근로제 본래 취지가 유지되는 방식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이 나오기 바로 전날인 18일, 8차 회의에서도 이러한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회의록을 보면 노동계는 “밤샘 마라톤 집중협상(간사단 회의) 전개했으나 논의를 좁히는 데는 미흡했다고 판단, 탄근제 관련 보호장치가 매우 중요하며 집중노동에 따른 과로방지, 건강권 확보, 임금보전이 중시돼야 함”이라는 뜻을 밝혔다. 경영계도 “한국노총과 쟁점에 대해 밤 새워가며 밀도 있는 논의를 했으며, 논의과정에서 서로가 진지하게 임했으나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개위는 당초 계획했던 시한인 이날까지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철수 위원장은 날을 넘겨 19일 새벽 8차 전체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변경 필요성과 이에 대응하는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오남용을 막기 위한 방안의 세부 사항에 대해 이해 당사자간 주장이 첨예해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19일, 9차 전체회의에선 돌연 합의문 공식 추인 및 위원회의 논의 종료를 공식 선언한다. 바로 직전 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던 노사정이 합의문을 만들고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한 것이다. 회의록에 노사정 3자가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는 과정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정병욱 변호사는 “회의록으론 합의가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왜 이뤄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추인으로 의결했다”며 “이럴 거면 9차에 걸친 회의와 회의록은 왜 남겼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디서, 어떻게, 협의를 했는지 모르는 합의문을 경사노위 합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의록 공개는 소수의 대표자들이 공익과는 거리가 먼 야합을 하는 걸 방지하는 등 회의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특정 기관이나 기구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요구로 회의록 제출·공개가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작 노개위 전체회의 회의록엔 노사의 좁힐 수 없는 간극만 있을 뿐, 의결까지 어떠한 경위와 논의를 주고 받았는지와 같은 핵심적인 부분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노사의 ‘밀실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가 비활자화 전제로 구두 설명을 요청해 공익간사가 간사단회의 논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진행함’이라고 적시된 8차 전체회의 회의록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토론회 자료 중 관련 부분 캡쳐하여 표시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노개위 8차 회의는 2월 18일 오후 4시 30분부터 2월 19일 새벽 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한국노총과 경총 간에도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인 2월 19일 오후 5시, 9차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렀는데 그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차 회의록에 보면) 한국노총이 공익위원 및 공익간사에게 ‘비활자화’를 전제로 구두로 요구한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당초 경사노위가 ‘합의기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경사노위 법 전체에 ‘합의’라는 표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경사노위 자체가 ‘합의’를 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개 의제별위원회인 노개위는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병욱 변호사는 “경사노위법상 합의라는 규정은 없다. 협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 규정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법상 ‘협의’도 어디까지나 대통령 보고사항인데다, ‘위원회 의결’도 관계 행정기관 통보 및 이행 촉구 등 권고 수준에 그친다.

     

    노개위가 발표한 합의문에 정작 노개위 위원은 단 2명만 서명한 점도 이상하다.

     

    합의문 하단엔 이철수 노개위 위원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서명을 했다. 이 중 노개위 구성원은 이철수 위원장과 김용근 상근부회장 뿐이다.

     

    노개위엔 이 2명 외에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유정엽 정책실장과 박재근 상공회의소 상무이사, 김경선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강성태 한양대 법전원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간사인 손동희 전문위원이 참여해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논의를 벌였다.

     

    정 변호사는 “경사노위 의결도 거치지 않은 소위 탄근제 합의는 그야말로 합의를 한 ‘5인의 바람’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동자 건강권 보장 위한 유일한 장치인

    ‘일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보장’…“있으나 마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탄력근로제 확대, 합법적 과로사 지적은 타당”

     

    노개위 회의에 참석한 몇몇만 그 경위를 아는 합의는 어떤 내용일까. 최소한 노동자의 건강권은 보장되는 걸까.

     

    소위 ‘노사정 합의’는 사실상 노동계가 다 내준 합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국회에서의 더 큰 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노동일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보장과 임금보전 장치를 마련했다고 긍정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조계 인사들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김태욱 변호사는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보장에 대해 “있으나마나한 규정”이라고 혹평했다. 노동일간 11시간 연속휴식시간 보장은 합의문에 담긴 ‘유일한’ 노동자 건강권 확보 방안이다.

     

    김 변호사는 “(2월 8일 6차 노개위 전체회의 결과 회의록에 따르면) 공익간사는 주 단위 최대시간은 현행 3개월 단위기간과 동일하게 적용하되 사업장별 사장에 따라 3가지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익간사가 제시한 3가지 안은 ▲11시간의 일간 연속휴식시간 의무화, ▲연속 4주에 연장근로를 포함한 총 근로시간이 240시간을 초과하지 않을 것, ▲단위기간 중에 3주 총 근로시간이 18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3회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다. 합의문엔 3가지 중 ‘11시간의 일간 연속휴식시간 의무화’만 담겼다.

     

    김 변호사는 “그나마 안 중에서도 (건강권 확보) 효과가 가장 미미한 안”이라며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전날 밤 10시에 퇴근해서, 익일 9시에 출근하면 11시간이 된다.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했다고 해 만성 과로 등을 막아서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은 거의 없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학적으로도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자 건강권 측면에서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장시간 노동 온존, 단기간 업무 부담 증가 확대, 하루 노동시간 증가와 회복 시간 감소, 노동자의 노동시간 통제력 침해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합법적 과로사라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류 소장은 건강권 확보를 위해선 “전체노동시간보다 하루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무와 근무 사이 11시간 휴식이라는 후방 규제만으로 부족하다”며 “캘린더 데이(자정에서 다음 자정까지의 24시간) 내 11시간 휴식 등 실제 하루 노동시간을 제한하기 우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 소장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가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품처럼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에게 일하는 능력만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고 수시로 교환하고 기계의 부속처럼 조립해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에서 온전히 노동력만이 추출될 순 없다”면서 “일터에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활력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온전한 휴식과 여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노동자의 건강 악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대한 분명한 사회적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의결 과정도 거치지 않은 노개위의 합의문을 그대로 국회로 넘겼다. 한정애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입법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노사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대화기구에 논의를 떠밀어 놓고는,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조차 하지 않은 채 입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병욱 변호사는 “한정애 안이 발의된 것은 경사노위 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보는 거다. (정부여당이) 정해놓은 결론에 (노동계가) 따라오라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사회적 합의이고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By 유하라

     

     

    * 출처 : 레디앙 2019. 3. 21

    * 해당원문 : http://www.redian.org/archive/13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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