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관찰

  • home
  • 노동이슈
  • 관찰

  • [경향신문]“노동이 돈 앞에 스러지지 않게…10년을 버틴 건 연대의 힘”
    • 등록일 2021-12-1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09
  • “노동이 돈 앞에 스러지지 않게…10년을 버틴 건 연대의 힘”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권영숙 대표가 돌아본 10년의 발자취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파기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출범 10년을 맞은 사파기금의 활동 내용과 의미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고희진 기자

     

    김진숙 2차 희망버스 때 첫발
    노조조차 만들지 못하는 사업장
    생계자금 바닥났을 때 생명줄

     

    이젠 민주노총이 기금 만들고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나눌 때
    사파기금 필요 없는 날 와야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파기금)이 올해 출범 10년을 맞았다. 사파기금이 출범한 2011년 7월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한창 진행 중이던 때다.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56)는 당시 사회과학 공부를 하던 연구원이었다. 김 지도위원과 연대하기 위한 2차 희망버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며 동료들에게 ‘파업과 투쟁에 힘쓰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할 기금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페이스북에 “노동은 파업권이란 헌법적 권리를 가졌으나 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스러져갔다”는 글을 올리고 사파기금의 구체적 계획을 알렸다.

     

    권 대표는 “매일 후원금이 들어왔다. 반향이 아주 뜨거웠다”며 “한진중 정리해고반대투쟁위원회에 2000만원을 기부한 것이 첫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사파기금 사무실에서 만난 권 대표가 떠올린 사파기금의 출범 당시 상황이다. ‘김진숙’으로 대표됐던 해고노동자와 열악한 투쟁 사업장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10년 사이 조금씩 식었다. 사파기금에 대한 시선도 그때만큼 뜨겁지는 않다.

     

    10년을 버틴 것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준 후원자, 봉사활동 형식으로 함께한 연대자들 덕이다. 그간 500만원 이상 고액의 연대를 한 사업장은 81곳이다. 연대물품 등 소액 연대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217개 투쟁 사업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올해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에 기금 연대를 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누군가는 ‘돈이 많아서 후원한다’고 하는데 아니다. 내부 운영비를 사용하지 않고 후원금은 연대기금으로만 썼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기억에 남는 연대 사례로 2014년 ‘청주 노인병원’과 ‘부산 생탁 노조’ 투쟁 사건을 꼽았다. 두 곳 모두 지역의 작은 사업장,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힘든 사업장이었다. 그는 “노인병원엔 요양사, 영양사 등 주로 나이 든 여성 노동자들이 일했다. 노조를 만드니 회사가 직장을 폐쇄했고 노동자들은 오랜 시간 투쟁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자금이 거의 바닥났을 때, 사파기금이 그곳에 닿았다. 너무 고마워하고 진심으로 연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해줬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연대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감동받기도 한다. 권 대표는 “많은 파업 사업장이 사측과 합의할 때 완전한 승리를 하지는 못한다. 파업 주동자는 복직을 제외하는 형식의 합의를 할 때가 많다”며 “부산 생탁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측이 주도자를 제외한 합의를 요구하자 10여명의 동지들이 모두 복직을 거부했다. 그렇게 멋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 사업장의 파업 ‘승리’는 사파기금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파업을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확장시키고, 연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하는 이들 역시 각양각색이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의 사망에 항의하면서 분신한 김기설씨 유서대필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강기훈씨는 오랜 연대자다. 노동자로 자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아이 돌반지를 팔아 기금을 후원한 이도 있다. 한 배우의 팬클럽이 활동비 중 일부를 기부한 사례도 있었다.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과 주로 연대하는 이유에 대해 권 대표는 “이제 대공장 노조는 파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비정규·소규모·신규 노조들이 주로 파업을 하는데, 돈 없이 파업을 시작하다 보니 용역깡패 등의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고통을 겪게 된다”고 했다. 이어 “노동권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 대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조합주의에 머무를 게 아니라 플랫폼, 소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민주노총이 나서서 전국적으로 파업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배타적인 멤버십 안에 있는 노동자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나눠야 한다”며 “그때는 사파기금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2021.12.09

  • 링크
    https://www.khan.co.kr/people/people-general/article/202112092132005
  • 첨부파일
    경향 121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