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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노동뉴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들’이 설 곳 있으면”
    • 등록일 2021-12-0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77
  • ▲ 정기훈 기자


    “2주기가 엊그제 같았는데 아들만 붙들고 있어서인지 금세 3주기가 돌아왔습니다. 멀리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군대를 보낸 것처럼 언제라도 용균이가 돌아올 것 같습니다. 지난 3년은 긴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세월이었습니다. 어쩌다 겉으로는 웃을지언정 마음은 늘 어둡고 참담합니다.”

    김미숙(53·사진)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스물네 살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 이사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위태로운 현실을 개선하고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년을 달려 왔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산재는 TV 뉴스 속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 10일은 김용균씨의 3주기다.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경북 구미의 한 전자제품 회사에서 인쇄회로기판(PCB)을 검사하는 일을 했다. 12시간씩 2교대로 일했다. 회사와 집을 쳇바퀴처럼 돌았다. 예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했는데, 요즘에는 부당한 죽음을 막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다.”

    - 원래 산재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
    “어쩌다 TV를 한 번씩 보면 ‘누가 죽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왜 죽었는지,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는지,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이런 것까지는 세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오늘도 한 명 죽었구나’ 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산재는 TV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 3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사고현장을 찾았는데.
    “용균이가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알고 싶어서 사고가 나고 사흘 뒤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았다. 어두침침한 곳에 낙탄이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21세기에 그런 현장이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예전에 용균이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낙탄을 치우고 점검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점검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에도 산재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하려면 적어도 위험작업에 대해 2인1조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원·하청이 분리되면서 노동 현장이 위험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원청은 책임지지 않고, 하청은 권한이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구조에서 사고가 난다. 원청이 직접 현장을 관리·감독하고 하청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야 한다. 위험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원청은 하청을 줬으니까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청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고 한다. 용균이 동료들의 말에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이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살릴 권한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비정규 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하니까 처우가 나빠도, 갑질을 당해도, 위험한 일에 내몰려도 입을 닫아 버린다. 비정규직이 일을 하면서 권리는 챙기지 못하고 있다. 김훈 작가가 ‘킬링필드’라고 이야기했듯 ‘힘없는 사람들이 나라가 발전하는 데 밑거름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12월 고 김용균씨와 같은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비정규 노동자를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노·사·전문가 협의체는 한전산업개발 재공영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는 여태껏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한국전력과 발전 5사가 자유총연맹의 한전산업개발 지분 31%를 매입하는 과정이 지연되면서 정규직 전환 절차도 진척되지 못했다. 한전과 자유총연맹은 7일 한전산업개발을 공공기관화하는 방안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규직화 논의도 진전될 전망이다.

    - 정부는 탈탄소 정책에 따른 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30대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에너지 전환을 하더라도 어차피 누군가를 고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인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를 우선 고용한 뒤 직무교육을 거쳐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 정기훈 기자


    “자식 잃고 아파하는 모습, 사회에 좀 더 보여졌으면”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27일 시행된다.
    “2018년 1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으로는 용균이를 보호할 수 없는데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좀 더 ‘센 법’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국에서 유족이 앞장서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9일 동안 단식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단식을 해 봤다. 다이어트도 해 봤는데 잘 안 됐다. 먹는 것을 참는 게 쉽지 않았다. 절박하니까 단식이 되더라.”

    - 무엇이 그리 절박했나.
    “지난 3년간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현장의 죽음, 마사회 기수의 죽음을 봤다. 가족에게는 아주 귀한 사람들이 허망하게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가족 중 한 명이 죽으면 나머지 가족들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진다. 가정이 파탄이 난다. 매년 2천400명이 산재로 죽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천400명을 숫자로만 대한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당한다. 그래서 이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이 생겼다. 자식을 잃고 아파하는 모습이 사회에 좀 더 보여지면 좋겠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5년간 안전의무 등을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삭제됐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감내하기도 힘든 유족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5명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3년간 유예했다. 대형 로펌에서는 이 법에서 빠져 나가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까지 들린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최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겠나.”

    -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원청 한국서부발전과 하청 한국발전기술 법인, 그 관계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청은 하청업무에 대한 지시·관리를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막말을 하고 있다.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심정이다. 원청쪽 변호사가 ‘공항 수화물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처럼 현장은 안전한데 왜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고, 사고를 목격한 증인도 없어 왜 사고가 났는지 자기들도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건물의 주인은 원청이다. 기계도 원청 소유다. 그렇게 위험한 현장을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적반하장이다.”

    “비정규직 철폐 운동하겠다”

    -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할 생각인가.
    “비정규직 철폐에 앞장서겠다. 원청과 하청이 단절되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비정규직에게 위험이 가중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용균이도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한다.”

    -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용균이는 청년노동자였다. 사회에 나와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구한 회사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청년노동자가 설 곳이 없는 현실이 마음이 아프다. 청년들이 설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훈 기자 ahab@labortoday.co.kr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 링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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