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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얼어 죽고, 불타 죽는 이주노동자…‘죽음의 사각’ 바뀐 것이 없다
    • 등록일 2022-03-0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16
  • 얼어 죽고, 불타 죽는 이주노동자…‘죽음의 사각’ 바뀐 것이 없다

    2020년 열악한 주거 문제 불거져 정부 개선 대책 나왔지만
    지난달 숨진 인도인은 ‘고용허가제’ 인력 아니라 관리 안 돼
    가설 건물 ‘주거 용도’ 사용 단속은 지자체 ‘인력 부족’ 난색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한 경기 파주 한 식품공장의 컨테이너 숙소가 지난달 23일 전날의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냄비, 밥그릇, 의자, 티셔츠, 운동화, 수건, 소형 냉장고, 매트리스. 지난달 23일 찾은 경기 파주시 조리읍의 한 공장 앞 컨테이너 이곳저곳엔 검게 그을린 세간살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컨테이너 내부 물건의 양이나 종류를 봤을 때 하루이틀 잠깐 머무른 공간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곳에 살던 사람은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 A씨(46)다. 전날 밤 불이 나 그는 이곳에서 숨졌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시설이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정부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는 집다운 집에서 살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집에서 살다 죽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 주거시설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사업장이 불법 가설 건축물을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로 제공하면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열악한 주거시설을 관리감독한다는 내용이다. 또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는 희망에 따라 사업장 변경을 허용키로 했다. 고용허가제란 인력 수급을 위해 정부 허가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국내에 들여오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A씨 사례는 노동부 대책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노동부 입장이다. 주거시설 대책은 한국과 고용허가 협약을 맺은 16개국 출신 노동자를 사용하는 고용허가제 사업장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속헹의 본국인 캄보디아는 한국과 고용허가 협약을 맺은 국가이지만, A씨의 본국인 인도는 아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허가로 나가는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주거시설 지침에 따라 숙소 환경을 엄격하게 따져 허가를 내준다”며 “A씨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부 관리 대상이 아니고,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거시설 대책은 E-9(비전문 취업)과 H-2(방문취업) 비자를 사용하는 고용허가 사업장에 한정되는 것”이라며 “(A씨가 있던 공장은) 노동부 영역 바깥의 사업장”이라고 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체 외국인 취업자 85만5000명 중 E-9과 H-2 비자를 가진 비중은 약 36%다. 상당수는 고용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거시설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 있다.

    컨테이너와 같은 가설 건축물을 ‘임시 숙소’로 사용할 때는 건축법 제20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법에 나와 있다. 그러나 A씨가 살았던 컨테이너는 지자체에 임시 숙소로 신고된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건축법에서 말하는 가설 건축물은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적이 있다. 가설 건축물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소방 안전 등 여러 규제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임시·한시적인 용도가 아닌 지속적인 주거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그러면서 구체적인 신고·단속 등 절차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이라고 했다.


    파주시는 난색을 표했다. 가설 건축물 관련 사무는 시가 아니라 읍·면의 행정복지센터에서 담당한다고 했다. 조리읍의 행정복지센터는 담당 인력이 1명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리읍 쪽 관계자는 “계획을 짜서 전체적인 단속과 적발을 하면 좋겠지만 건축 담당자가 현재 업무 처리에도 바쁘기 때문에 불법 가설 건축물은 신고에 의존하게 된다”며 “불시 점검이나 일제 단속은 어렵다. 파주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도 “파주지역에 워낙 규모가 작은 공장이 많고 인력 한계로 인해 불법 가설 건축물을 전체적으로 다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편법적으로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 있는 것 같다”며 “가설 건축물 사무라고 해서 읍·면에 떠넘기는 건 아니고 시에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부의 주거시설 대책이 아니더라도 근로기준법 제 100조는 사용자가 기숙사를 설치할 때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고 화장실, 냉난방 설비, 소방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규정 위반으로 형사처벌된 사례는 많지 않다.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부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는 A씨가 고용허가제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니므로 우리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인권 차원에서는 잘못된 것”이라며 “A씨도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고 넓은 의미에서 노동자로 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보호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2022.03.03 21:17
  • 링크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3032117025#c2b
  • 첨부파일
    l_202203040100048000004188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