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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택배노조가 ‘사회적 합의’ 8개월 만에 또 파업 들어간 이유
    • 등록일 2022-02-1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66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의 점거 농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17일로 52일째, 본사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대립하는 와중 노동·시민사회단체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까지 논쟁에 가세하며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택배 노사가 택배 요금 인상과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한 지 8개월 만에 또다시 노사가 정면으로 부딪힌 이번 사태는 단순히 택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늘고 있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한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택배노조의 파업 명분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지난해 6월 정부·더불어민주당·택배사·택배노조·화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만든 ‘사회적 합의’ 내용을 CJ대한통운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합의의 요지는 택배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해 택배기사의 업무강도를 낮추고 사회보험 가입을 보장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해 택배요금(170원)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 합의는 올해 1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택배노조는 구체적으로 CJ대한통운이 지난해 200원 이상의 택배요금을 올려놓고 상당부분을 회사의 이윤으로 확보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경쟁을 고려해 택배요금을 올리지 않던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택배요금을 올리고, 노동환경 개선에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해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또 노조는 CJ대한통운이 표준계약서 외의 부속합의서에 ‘당일 배송’, ‘주 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을 포함시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기구를 재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주체들은 난색을 표한다.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요금 인상분을 어떻게 배분할지까지 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택배요금을 인상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택배사가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이윤을 남길지 등에 관해서는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회사와 노조 외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 관심이 온통 다음달 치러지는 대선에 쏠리면서 사회적 갈등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측면도 있다.

    다만 국토부는 분류인력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주 4회 이상 불시점검을 계속 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조기에 정착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업계와 시장에 주려고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대체로 합의 내용이 지켜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노조는 이는 극히 일부만을 조사한 결과라며 국토부에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장 목록을 제출한 상태다. 노조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958명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약 64%는 분류인력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CJ대한통운은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노조 파업에 정당한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오전 택배노조가 점거 농성 중인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서 한 조합원이 창문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근본적인 문제는 택배 노동자의 지위가 노동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데 있다.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있다. 택배사와 택배기사간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뭉치고 교섭을 요구해도 택배사가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경총 등이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니며 노무제공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택배노조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택배사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게 중노위 판단이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법원 판단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적 보완이 되지 않으면 택배노조 파업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커지고 있고 이들의 권리와 사용자 책임에 관한 논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국세청 자료 분석에 따르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가 2020년 704만명에 달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택배와 같은) 노동이 앞으로 굉장히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계속해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며 “20세기에 개별적인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임금 노동자에게 부여했던 노동3권과 복지 등이 이들에게도 부여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재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노사간의 교섭을 통해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자꾸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며 “법원 판결이든 입법으로든 빨리 해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등을 개정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대선주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법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냈다.

    이같은 복잡한 상황을 감안해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 파업 사태에서도 물리적 충돌은 최대한 막고 양측이 대화로 풀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관계라고 확정지을 수 없는 것은 맞지만 (법적 다툼 중이라) 정부가 한쪽 편을 들 수도 없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택배노조는 오는 21일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 택배사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혜리 기자

  • 링크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02171613001?utm_source=ur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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