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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노동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 노동조합이 할 일을 하자
    • 등록일 2022-01-0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12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 노동조합이 할 일을 하자


    2022년은 대통령선거·지방선거가 연이어 있는 소란하고 정치적인 한 해가 되겠지만 한편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원년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달 27일 시행된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일터에서 다치고 병들고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한 해 한 해 노동자들에게 더 안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기업의 도덕성, 정부의 관리능력(정치의 작동), 과학기술의 위험통제력, 전문가의 책무, 언론·시민사회의 감시와 노동자의 참여권을 이야기해 왔다. 거창하게 사회적 책임까지 나아가지 않아도 시민과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지 않는 기업의 기초적 도덕성만으로도 사회는 안전성이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 한 무더기의 법률과 지침이 있더라도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고 관철하는 것은 정부의 관리능력에 달려 있으며, 법안이 미비해도 그 취지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정책 의지가 발휘되는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위험한 물질을 대체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의 성장도 필요하다.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관리방법과 체계를 구성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서 기능을 발휘할 전문가들에게도 책무가 있다. 그리고 입법자나 관료든 기업이든 언론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가 있다면 책임감을 가질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원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 과연 이들 각 요소가 조화롭게, 때로는 긴장을 유지하고 역할을 하고 있을까. 기업과 자본, 그들의 돈주머니를 노리는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은 날래고 부산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따지기보다는 총수와 사장, 기관장들의 안위에 대한 불안감을 한껏 높이는 것이 법조 브로커의 역할이며, 기업과 공공기관은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형식 짜 맞추기와 법의 허점 찾기에 매달린다. 새로운 시장과 수요가 형성되고 소위 자격을 가진 전문가들이 포진한 법무·노무법인, 안전·보건관리 컨설팅(대행)기관들도 법조문을 공부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야기하는 형국이지만 이것이 중대재해 예방으로 향해 가도록 만들 정부의 정책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국민참여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들을 찾아 세우는 일도 벅찼던 상황은 변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이름값 하던 안전보건전문가들은 줄줄이 로펌으로 향하는 세태를 한탄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좋고, 기업과 정부의 각성을 주장하는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할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다른 요소와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진정한 노동자 참여권의 발휘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에 노동자들이 단지 조사 대상이나 참고인으로서 소환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참여가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 동료들의 해원(解寃) 차원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사고원인을 밝히는 조사에서부터 책임을 묻고 따지는 사법절차, 재발방지대책의 수립과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의 사회적 공유에 이르기까지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양대 노총과 중대재해가 집중되는 건설·금속·공공·화학 부문의 산별노동조합 차원에서라도 중대재해 대응조직 구축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양대 노총·산별노조·지역본부가 각각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조직적 대응체계 구성과 역할 분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자체 역량을 점검하고 필요한 인적 자원을 조직하고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자발적이든 조직적이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조합 차원의 대응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비극적으로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재해사망과 그에 대한 대응 경험을 축적시켜 온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단체들이 존재한다. 참혹한 현장상황을 복기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복장 터지는 행정과 사법관행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소진되면서도 발로 뛰고 조사하고 공부하고 싸워 온 일선 활동가들의 경험을 밑천으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의 사회적, 법·제도적 의미를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이전 사례들을 분석하고 재해조사의 방법론을 학습하는 등 공동의 기획을 통해서 차츰차츰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마다 새로운 활동가, 현장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 노동조합 공조직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에 대응해 왔던 안전보건단체들과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리를 지지해 온 전문가조직과 단체들을 엮어 세우는 기획을 내놓아야 한다. 무책임한 기업 탓, 의지 없는 정부 탓, 실속 차리는 전문가 탓만 하거나 혹은 덧없이 주체 역량의 한계만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조합이 해야 할 일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일터에서 하염없이 쓰러지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마땅히 참여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해 제대로 된 재해조사와 책임자 처벌, 구현 가능한 재발방지 대책을 내오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 일터에서는 노동자가 전문가다. 중대재해 대응에 있어서도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주장을 넘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함께 머리를 맞대기를 기원한다. 산하 노조와 기업이 다르다 한들 노동자들을 질병과 손상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재해에 대한 대응과 예방의 길이 다를 리 없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입력 2022.01.06 07:30
  • 링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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