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노동이슈

관찰

  • home
  • 노동이슈
  • 관찰

  • [경향신문] 알바·잠재취업·초단기근로…일하고 있는데 일이 고프다
    • 등록일 2021-07-1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150
  • [기획 시리즈 ‘경계 청년’]

    (1)노동시장 바깥서 맴돌다

     

     

    알바·잠재취업·초단기근로…일하고 있는데 일이 고프다

     

     

     

     

     

    단기 알바 등 취업자인 동시에
    입사 시험 준비하는 ‘실업자’들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 해당

     

    ◎ 취업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 초단시간 취업자: 취업자 중 취업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한 자

    ◎ 일시휴직자: 직업이 있지만 일시적인 병, 휴가·연가, 일기 불순, 노동쟁의,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하는 자. 유급이나 무급휴직도 해당

    실업자: 취업을 희망하고 4주 내 구직활동을 했고, 현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 비경제활동인구: 가사 또는 육아를 전담하는 주부, 학생 및 일을 할 수 없는 연로자 및 심신장애자, 의무군인, 불로소득자, 자발적으로 자선 사업 또는 종교단체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

    ◎ 잠재취업가능자: 4주 내 구직활동을 했고, 일시적인 병 등의 이유로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사람

    ◎ 잠재구직자: 4주 내 구직활동 없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

     

     

     

    일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은 취업자일까, 아니면 실업자일까. 대한민국 청년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이 이 같은 ‘경계 청년’으로 노동시장을 떠돌고 있다. 이들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자’인 동시에 입사를 준비하는 ‘실업자’들이다. 통계청은 완전한 실업도, 그렇다고 취업도 아닌 경계지대에 머물고 있는 이들을 실업의 시간과 기간을 기준으로 추가취업자·잠재취업가능자·잠재구직자·구직단념자·쉬었음 등으로 복잡하게 나눈다. 반면 1시간이라도 임금을 받고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 실업률이 낮다고 하지만, 체감실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박성훈씨(30·가명)도 ‘경계 청년’ 중 한 명이다. 수년 전 대학을 중퇴한 이래 관공서나 대학 행사의 영상편집 일감을 받아 쉬지 않고 일했다. 회사에 정식으로 소속된 적은 없지만 학자금과 생활비는 벌었다. 그럼에도 그는 늘 구직 상태였다. 불안정한 지금의 일자리 대신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으려 취업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그나마 있던 일감마저 끊겼다. ‘프리랜서’라서 실업자로 인정되지 않아 실업급여는 받지 못했다. 최근에 그의 일자리는 패스트푸드점, 주 20시간짜리 아르바이트다. 그는 “아침에 나가서 기름솥을 닦고 설거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러다가 평생 알바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구직활동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많은 2030 청년들이 취업과 실업 사이에서 맴돈다. 지난해 청년층 확장경제활동인구(482만6000명) 중에서 경계취업자(14만9000명), 잠재경제활동인구(69만3000명)에다 실업자 37만명을 포함하면 25.1% 수준인 121만2000명이 ‘경계 청년’에 해당한다.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자리 부족 또는 미스매칭 탓이라 엄밀하게는 ‘비자발적’인 선택이다. 코로나19 이후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면서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MZ세대’가 직장 소속감이 낮다지만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일자리 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낮은 임금,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채용 사이트를 뒤지며 노동시장 내 사다리 오르기를 시도하는 ‘경계 청년’이 늘어날수록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저출생 문제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청년 일자리 정책이 나오려면 일단 통계와 진단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경계청년’의 위기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충격은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을 경계로 더 많이 몰아넣었다.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를 갖고 있던 사람도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차현웅씨(34·가명)도 코로나19 이후 ‘취업자’와 ‘실업자’ 중간지대에서 떠도는 중이다. 차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운영하던 여행사를 접었다. 귀국한 이후 대기업 하청업체의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다 어려워진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자 그 일도 그만뒀다.

     

    현재는 간간이 벽지 시공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통계청 분류로 보면, 현재 그는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크게 늘어난 이들 중 한 명인 셈이다. 여행사 사장이나 생산직 노동자일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그는 ‘취업자’로 묶이지만, 현실의 차씨는 계속 일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 취업자’로서 경계청년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노동시장 밖 경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에서 2년간 일한 이사라씨(28·가명)는 지난 4월 코로나19 타격으로 여행사가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됐다. 이씨는 “사장님도 버틸 만큼 버텼지만 월세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게 갈지 몰랐다”고 말했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으로 생활 중인 이씨는 2개월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여행 관련 일 말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터라 미래가 막막하다. 이씨는 ‘잠재구직자’로서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과 상관없는 직종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다.

     

     

    ‘취업 뽀개기’ 해도 재탈출

     

    코로나 등으로 일자리 잃은 사람들
    알바로 버텨가며 다른 일거리 찾는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신분 돼

    취업에 성공해도 저임금·고강도에
    자발적 퇴사 선택 ‘구직단념자’로

     

    한국의 고질적 노동 문제도 경계청년을 만드는 원인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은 낮은 임금, 고강도 노동, 불예측적 해고, 책임없는 노사관계 등의 문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나와 자발적으로 경계청년이 되기도 한다.

     

    김효은씨(20·가명)는 특성화고를 다니면서 반도체 공장 생산직 정규직원으로 취업했지만 수개월 만에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그는 “철제로 된 반도체를 오븐에 넣고 빼내는 작업을 했는데 생산량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며 “선배님들 손에는 화상 자국이 흔했다”고 말했다. 회사 밖은 더 지옥이었다. 코로나19로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는 일일 임상·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아르바이트를 했다. 자신의 몸을 약 부작용 시험 대상으로 맡긴다는 점에서 위험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씨는 자발적으로 경계청년이 됐는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취업자’로 살게 될지는 몰랐다.

     

    20대 윤정희씨(가명)도 2년간 치위생사로 일한 병원을 최근 그만뒀다. 의료계 집단 괴롭힘, 일명 ‘내리 갈굼’이 문제였다. 그는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로 아직 정신과 치료 중인데 현재는 실업급여를 받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쉰 지 반년이 넘은 윤씨는 ‘쉬었음’ 인구이면서 구직활동에 소극적인 ‘구직단념자’다. 2020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전년 대비 7만3000명 증가한 60만5000명인데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였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떠나 경계청년이 되는 대표적 이유 중에는 낮은 임금도 있다. 2020년 기준 청년 취업자의 58.7%가 첫 일자리 월 임금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최저임금 월 환산액이 18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청년 절반이 첫 직장에서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첫 직장 근속 연수도 매년 짧아지고 있다. 2020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도 1년5.5개월로 10년 전과 비교해 1.5개월 줄었다.

     

    첫 일자리에 실망한 청년들은 더 나은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해 퇴사와 동시에 자격증이나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실업-교육으로 이행하는 사람을 두고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등 학계에선 ‘요요 이행’이라고 부른다. 더 나은 직장에 가기 위한 이 ‘이행 행위’에는 돈이 든다.

    최유진씨(26·가명)는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했지만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자 일을 그만두고 언론사 취업 준비를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포기했다. 그는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려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월세 포함 100만원 정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며 “최근 본가인 대구로 내려와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외부에 서 있는 ‘주변인’

    취업시장 얼어붙어 발 못 디디고
    주변 맴돌다 “경쟁력 없다” 포기도

     

    얼어붙은 취업시장 때문에 단 한 번도 노동시장에 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채 주변만 맴도는 경계청년들도 적지 않다. 8월 대학 졸업예정인 서지현씨(28·가명)는 올 상반기 50곳에 입사 서류를 냈지만 서류 합격은 손에 꼽는다. 그는 “이제 상반기 채용 공고도 거의 안 올라오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원서를 안 넣고 있다”며 “매일 일어나서 상식시험 대비 모의고사를 풀고, 채용 사이트를 뒤지고, 자기소개서를 이런저런 방향으로 수정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말했다.

     

    이성원씨(25·가명)도 올 초부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용돈벌이를 하던 알바도 모두 정리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월 50만원의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한다. 가뜩이나 돌아갈 곳 없는 신분이라 불안함이 큰데 부모님에게 손까지 벌리고 있어서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구직활동 없이 취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유경준씨(22·가명)는 조만간 현재 다니는 서울 소재 대학교를 그만둔다. 유씨는 “스펙이 좋은 동년배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주변을 보면 자격증을 따고 바늘구멍을 통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못 사지 않나. 크게 한탕 노리자는 생각에 주식투자자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4월부터 주식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최근엔 생계를 이어갈 만큼 돈을 벌고 있지만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기에 ‘취업자’는 아니다. ‘실업자’는 물론, 취업을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구직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동시장 외부에 머물기로 마음먹었지만 언젠가 내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늘 컴퓨터 앞에서 돈이 오가는 것만 보니 머리도 아프고 외로움도 탄다. 외로움은 해소하기보다 그냥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입력 : 2021.07.13 06:00

    수정 : 2021.07.13 06:00

     

  • 링크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7130600015&code=920100#...
  • 첨부파일
    출처 경향신문 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