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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 곧 사라질 직장에 다니는 석탄 노동자들
    • 등록일 2021-06-04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6
  •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2)]

     

    곧 사라질 직장에 다니는 석탄 노동자들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소멸과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은 순차적 폐지가 예고됐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이같은 전환이 필수적이라면 전환 과정 역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손실을 나눠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떤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이다.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향신문은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기획을 통해 전환 대상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석탄 발전’ ‘내연기관’ 이라는 큰 이름에 가려져 있는 노동자 삶으로 들어가 그들이 체감하는 전환의 상황은 어떻고, 바라는 건 무엇인지 물었다. 기후위기도, 산업 전환도 결국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인 한태교씨(왼쪽)와 박낙호씨가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서 있다. 두 사람 역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데도 공감한다. 하지만 발전소 폐지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는 지금의 상황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선망의 직장…이젠 ‘석탄발전소 다닌다’ 어디서 말 못해”

    석탄발전이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 되며
    노동자들까지 ‘잠재적 범죄자’처럼 위축
    발전소 일 해도 기후위기 둔감하진 않아

     

    박낙호씨(38)는 3년 반쯤 뒤면 사라질 직장에서 일한다. 그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의 경상정비 노동자다. 하역부두에서 들어온 석탄을 발전기 안에 집어넣는 석탄취급설비의 계측제어 업무를 10년째 맡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 있는 총 10개의 발전기는 순차적으로 폐지된다. 박씨는 1·8호기에서 일하는데, 그중 1호기의 폐지 시점은 2025년이다.

     

    그는 몇년 전 강릉의 영동화력발전소가 바이오매스 연료로의 전환을 앞두고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뒤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태안으로 넘어온 것을 기억한다. “그때는 발전소가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죠. 그 당시엔 언론에서도 기후변화라든가, 미세먼지라든가, 이런 게 이슈화된 적이 없었거든요.” 폐쇄된 발전소에서 일거리를 찾아 태안까지 넘어온 노동자들을 보면서도 실감하지 못한 일은 불과 몇년 만에 박씨가 맞닥뜨린 현실이 됐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는 ‘정의로운’ 과정을 거칠 수 있을까. 석탄 노동자들은 지금까지의 과정은 정의롭지도, 정부의 표현대로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직장이 한순간에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지만 그 이후의 대책은커녕 직장이 문 닫게 되는 시기도 정확히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현재 5개 발전사(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는 1만3846명,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1286명으로 추정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자 수가 거의 비슷하지만 전환에 따른 일자리 상실 등 피해는 공기업 직원인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은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석탄 노동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미세먼지, 기후위기… ‘안정된 직장’의 쇠락

     

    지금은 ‘끝이 정해져 있는’ 직장이 되었지만 박씨의 동료 이태성씨(48)가 22년 전 입사했을 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선망받는 직장이었어요. 안정적이고, 지역에도 대공장이 처음 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화력발전소에 대한 인식도 좋았죠. 젊은 노동자들이 굉장히 많이 입사지원서를 냈고, 지역특채 가점까지 주면서 채용했어요.” 그는 “국가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자긍심도 있었다”고 했다.

     

    ‘안정된 직장’은 미세먼지가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가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이슈가 나오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어요. 그냥 일하는 노동자가 언론을 통해서 지탄받는 대상이 된 거예요.” 이씨는 2018년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그가 노조 일을 하면서 만난 노동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많이 위축됐어요. 잠재적 범죄자 같은 느낌도 있는 거예요. 예전엔 누가 직장을 물으면 ‘화력발전소 다닙니다’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뭐 그냥, 발전소 다녀요’라고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많이 있어요.”

     

     

    보령지역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인 남상무, 이진길, 장성일씨(왼쪽부터)가 지난달 기자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씨는 기후위기에 대해 “자식, 손주 세대가 과연 살 수 있게 세상이 유지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석탄 노동자들도 느끼는 기후위기

     

    전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은 폐지되고 있다. 석탄 노동자들도 기후위기를 체감한다. 신보령화력에서 일하는 남상무씨(58)는 올해 초 미국 텍사스 지역에 닥친 이상 한파를 보고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다. 남씨가 말했다. “저는 걱정되는 부분이 많아요. 우리 어렸을 때와 지금과 기상이변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고요. 우리 세대가 아닌 우리 자식, 손주 세대가 과연 살 수 있게 세상이 유지될까 하는 생각이 들죠.” 당진화력에서 일하는 손일원씨(41) 느낌도 그렇다. “변화를 느껴요. 열대야도 심해졌고, 진짜 비 오는 것도 예전보다 많이 준 것 같아요. 겨울에 눈 내리는 것도요. 솔직히 걱정은 돼죠.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북극에 얼음 녹아내리는 것도 심각하게 생각돼요.”

     

    먼지에 뒤덮인 발전소 일을 한다고 미세먼지에 둔감해지는 건 아니다. 손씨의 동료 김경민씨(36)는 서해대교를 넘어갈 때마다 의문이 든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저게 해무(바다 안개)인지, 아니면 미세먼지인지 저도 헷갈려요.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는 없지만 느끼는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남씨의 동료 이진길씨(48)는 남씨가 걱정한 ‘텍사스 겨울폭풍’은 정말 ‘남의 나라 일’ 같다고 했다. “제가 사는 곳에선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보령화력의 장성일씨(27)는 “체감으로 느낀 적은 없다”면서도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사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심각하게 여기기는 쉽지 않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묻는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에서도 ‘불안하다’는 답은 45.4%에 불과했다. 절반이 되지 않는 이 수치조차 기후변화가 지금보다 덜 이슈였던 2018년 49.3%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22%는 ‘불안하지 않다’, 3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폐지 일정

     

    정확한 폐쇄 일정 아무도 안 알려줘 답답
    폐쇄 자체에 대한 의문과 불만 쌓이기도
    “현장 사람들에게도 이해와 동의 구해야”

     

    곧 문을 닫는 직장에 다니는 석탄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첫 번째 문제는 아무도 이들에게 정확한 폐쇄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령화력 1·2호기는 지난해 12월 폐지됐다. 하지만 폐지 직전까지 누구도 보령화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그 시점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1·2호기가 ‘언제 폐지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만 10번이 넘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화력발전에서 일하는 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같이 일하는 동료의 입을 통해 들은 대략적인 일정만 짐작하고 있다.

     

    당진화력의 손씨는 당진 1·2·3·4호기의 폐지 시점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했지만, 제9차 전력수급계획이나 언론보도, 노동조합을 통해 알게 된 것일 뿐 공식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발전소 폐지 자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노동조합을 하니까 일정을 알고 있는 거거든요. 조합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려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같은 발전소에 있어도 모르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태안화력의 박씨도 “원청이나 (소속된 하청) 회사로부터 들은 건 없다. 뉴스를 통해서도 봤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서로 이야기하는 게 더 빠르다”고 했다.

     

    폐지해야 하는 이유도, 폐지 일정도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폐지 자체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쌓인다. 노동자들은 기후변화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데 그 발전한 기술로 발전소를 개조해 운영하면 안 되는 것인지 물었다. 탄소 저감 기술로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이 있고, 일부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을 그대로 유지한 채 CCS 기술만으로 기후위기를 막기는 어렵다. ‘기후솔루션’의 박지혜 변호사는 3일 “CCS 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도 있겠지만 CCS와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 수준을 비교해 볼 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재생에너지 기술이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방침을 어느 정도 이해하더라도, ‘제대로 된 설명’ 없는 일방적 폐지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당진화력의 김씨는 “현재의 자원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을 우리가 당겨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탄소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다만 ‘전환의 당사자’인 이들에게 누군가는 제대로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산업 자체를 없앨 정도의 위기인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동의를 구하면 되지 않나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설명도 해주지 않고) 주야장천 ‘탄소 배출이 문제야, 탄소를 줄여야 돼, 그러니까 석탄화력을 없애야 해’ 이렇게 공표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보령화력의 이씨는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고 느낀다. 그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 여름의 발전소 풍경을 떠올렸다. “그때 내내 풀 출력으로 (발전소를) 돌리고 난리가 났었어요. 비상이었어요. 한 기라도 가동 중지되면 안 되니까 교체운전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게 불과 얼마 전 일인데, 그렇게 돌리다가 이제 와 다 없앤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크게는 항만에서 석탄을 나르는 일(석탄하역), 그 석탄을 발전기에 넣는 일(연료설비), 발전기를 돌리는 일(메인설비), 그 설비들이 모두 잘 돌아가도록 점검하고 정비하는 일(정비),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일(환경설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메인설비인 발전기를 돌리는 일은 발전사 정규직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 몫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 중 일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익혀야 하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 한정된 업무도 많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되면, 많은 이들이 하던 일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당진화력발전소 노동자인 김경민씨(왼쪽)와 손일원씨가 당진화력발전소 앞에 서 있다.

     

    ■하던 일만 계속할 수 있다면…

     

    석탄화력발전소에만 한정된 업무 많아
    폐쇄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 가장 큰 걱정
    “일 계속할 수 있다면 거주지 이전 감수”

     

     

    먼저 폐지된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충남 서천군의 신서천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A씨는 그 전에는 보령 1호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황을 제거하는 탈황설비 일을 했다. 지난해 12월 보령 1·2호기가 폐지될 때쯤 새로 지어진 신서천화력이 운행을 시작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신서천에서 경력자들이 좀 필요했어요. (수요가) 맞아떨어진 거죠. 지원자를 뽑길래 옮기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옮겼어요.” 집에서 20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40~50분으로 늘었지만 어쨌든 그는 거주지를 아예 옮기지 않고도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사업장만 옮겼을 뿐 같은 업무를 하기 때문에 처우의 변동도 없었다.

     

    “타이밍이 좋았죠.” 신보령화력의 남씨가 말했다. “보령 1·2호기 인력은 대부분 신서천화력으로 옮겨갔어요. 삼천포화력 인력은 고성발전소로 옮겨갔고요. 기존 발전소 폐지와 신규 발전소 가동이 맞물며 오히려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지어지지 않는다.

     

    석탄 노동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발전소 폐지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다. 연료설비, 환경설비 같은 업무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만 필요한 일이다. 경상정비의 경우 플랜트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할 수 있지만 새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많은 석탄 노동자는 거주지를 옮겨서라도 A씨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평생 살던 지역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아서 지역을 옮기지 못할 거라고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아요. 반반이에요. 이 일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지역을 옮겨서라도 하겠다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태안화력의 이씨가 말했다.

     

    태안화력의 박씨가 하는 계측제어 일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대체발전소가 들어와도 일을 계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지역을 옮기고 싶지 않지만 생계유지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옮겨야겠죠. 이 업무를 계속 영위만 할 수 있다면, 지역이 바뀌더라도 갈 용의는 있어요.”

     

    환경설비를 하는 보령화력의 이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른 지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라도 가야죠. 그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저 혼자만 가더라도 해야죠.”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노동자들은 다른 발전산업으로의 이직을 준비하기도 한다. 보령화력의 장씨 역시 그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산업 분야가 꼭 발전일 필요는 없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지는 못했다.

     

    ■아무도 관심 없는 이들의 일자리

     

    새로 지어지는 대체발전소에서 일을 계속하길 희망하는 이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LNG발전을 이야기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폐지되는 석탄화력발전 30기 중 24기를 LNG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태안화력에서 일하는 한태교씨(42)는 노동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석탄취급설비 일을 하다가 폐지된다고 다른 지역의 석탄설비로 보내지 말고, 다시 교육을 시켜서 LNG발전소에서 일하게 하는 게 옳지 않나요? LNG에 있는 기계들을 정비하는 것도 정비업체에서 하는 거고 제어시스템도 제어과에서 하는 건데, 교육만 받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없애겠다는 건데, 고용을 보장해 줘야죠.”

     

    “고용 전환은 되는지, 어떤 재교육 받을지…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LNG·재생에너지 분야로 옮기기 위해
    재교육받는다고 해도 미래는 불투명
    임금·복지 등 동일하게 유지 어려울 듯

     

    석탄 노동자들이 LNG발전이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옮길 경우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아야 관련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다. 노동 전환을 위해 필수적으로 연구돼야 할 부분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연구하고 있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체발전소로 가도 오작동 등 기초매뉴얼에 대한 습득 기간은 최소 3~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최소한 지금의 임금 수준과 비슷한 업무로 가려면 1년6개월 이상은 교육받고 배치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재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모든 이들이 LNG발전소로 갈 수는 없다. LNG발전에는 기존 석탄화력에서 일하는 인력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인력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석탄발전소가 폐지된 지역에 LNG발전소가 그대로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인 이들의 고용 전환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사)정의로운전환을위한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충남연구원의 위탁을 받아 수행한 ‘탈석탄 예정지역 연구보고서’에 이렇게 서술했다. “연료환경설비 노동자는 석탄발전소에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 교육을 통해 LNG발전소에서도 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러나 발전사 정규직과 달리 이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전환 배치는 공기업 발전사나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사실 환경 측면에서 본다면 LNG발전은 진정한 대안이 아니다. LNG는 가스전에서 채취한 메탄을 액화시켜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 방식이다. 발전 과정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덜 하지만, 이를 위한 채취 과정부터 되짚어보면 온실가스 배출에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박지혜 변호사는 “가스개발 단계부터 비교해 보면 LNG발전의 탄소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재교육받는다 해도 불투명한 미래

     

    운이 좋아 대체발전소로 옮긴다고 해도 ‘지금의 처우가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다른 직무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받던 임금은 깎일 가능성이 크고, 복지 수준도 담보할 수 없다. 당진화력에서 일하는 김씨가 말했다. “사람은 일정한 양의 금액을 갖고 생활할 것으로 계획하잖아요. 그런데 그 금액을 엄청나게 줄여가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가야 한다고 하면, 그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죠.”

     

    노동자들은 재교육받을 준비가 돼 있다. 태안화력의 박씨는 “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받아야 한다면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하지만 재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인지, 재교육이 취업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태안화력의 한씨는 “교육을 한다면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도 명확한 게 없다. 나한테 꽃꽂이를 가르치고, 화원에서 일하라고 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진화력의 손씨도 말했다. “교육을 다 받았는데 취업이 안 되면 또 문제잖아요. 또 교육은 일을 그만두고 받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을 하면서 받을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요. 실업급여만 받아가면서 교육을 받기에는 생활이 힘들잖아요.” 김 연구위원은 “실업급여 외에 부족한 부분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실업급여에 준해 줄 것인지, 아니면 정의로운 전환 기금에서 줄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정부

     

    충남도는 지난 2월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을 위한 조례를 공포했다. 2025년까지 100억원의 전환 기금을 조성해 산업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지역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충남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먼저 이런 기금을 조성한 이유는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28기가 충남에 있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는 충남의 지역경제와도 직결된다.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다른 일을 찾아 지역을 빠져나가면 그것 자체로 큰 타격이다. “10년 전쯤인가, 회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회식을 금지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발전소 주변 식당 주인들이 와서 회식 금지 취소하라고 시위를 했어요. 발전소 노동자들이 없으면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거예요.” 신보령화력의 남씨가 말했다.

    당사자인 노동자들에게 지자체의 노력은 아직까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지자체에는) 기대를 못해요. 실사한다고 발전소를 오거든요? 그럼 ‘깨끗한 곳’만 가요. 실제로 저희가 일하는 공간은 정말 더럽고 힘든데, 그런데 오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 잠깐 왔다 갔을 뿐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맡기겠다? 저희는 전혀 공감을 못하겠어요.” 태안화력의 박씨가 말했다.

     

    지자체보다 더 힘 있는 곳’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다뤄주길 바라기도 한다. “지자체는 서로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이 뭔가 할 때까지 기다릴 것 같아요. 먼저 했다가 몰매 맞는 건 피하고 싶을 테니까요. 지자체의 파워가 얼마나 있는지도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와 입장이 다르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지자체장인가, 아닌가가 중요해질 것 같아요.” 당진화력 김씨의 말이다.

     

    ‘대응이 늦다’는 지적을 받지만 노동조합은 나름대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노조는 최근 정의당 류호정 의원실과 함께 비정규직 석탄 노동자 3600여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전환 과정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했다. 사실 노조가 아니라 더 풍부한 자원과 인프라를 갖춘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다.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 사회적으로 비판이 커지는 것을 보고 석탄발전이 오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던 거죠. 그런데 원래 정부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이태성씨가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현장의 목소리 들어줄 ‘창구’가 절실
    정부가 ‘공정한 전환’을 추진한다면
    노동자들도 지원방안 논의 참여해야

     

     

    ‘전환의 당사자’인 석탄 노동자들이 보기에 지금까지의 상황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일단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줄 ‘창구’가 없다.

     

    태안화력의 박씨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저희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아무 데도 없어요. 이런 (인터뷰할) 기회가 좀처럼 없어요. 저희 목소리를 내는 건 청와대나 광화문 앞에 가서 시위하는 그런 방법밖에 없고… 정부가 ‘공정한 전환’을 한다고 하면, 폐쇄되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대표를 정해서 같이 대화를 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항상 그림자인 거예요. 저희도 실체가 있고, 사람이고, 이 나라의 국민인데….” 이태성씨는 “옆에 있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해서 우리는 5조3교대도 감수할 수 있다. 줄어드는 임금을 전환 기금에서 일부 보상해주고, 재교육도 시키고, 그렇게 공정하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식으로 ‘완만하게’ 갔으면 좋겠는데, 그냥 갑자기 폐지한다고만 하니까 불만이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오는 7월 산업 전환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한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이해당사자로서, 이 지원방안의 논의 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이씨는 “정의로운 전환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으니, 사전에 촘촘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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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입력 : 2021.06.04 06:00 수정 : 2021.06.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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