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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신문][바다 위의 ‘김용균’](하)선원 목숨 달렸는데…해수부 안전기준 ‘미적’, 노동부 법 개정 ‘실기’
    • 등록일 2020-05-1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51
  • [바다 위의 ‘김용균’](하)선원 목숨 달렸는데…해수부 안전기준 ‘미적’, 노동부 법 개정 ‘실기’

     

     

    어선 무게 따라 관할 부처 달라
    선원법엔 핵심 규정 빠져 있고
    산안법은 어업 특성 반영 못해
    선원 ‘안전 사각지대’ 발생


    국제해사노동협약 비준에도
    선사·노조 반대에 고시 표류
    ‘안전기준 마련 국가책무’ 요원

     

    어선원 노동자 산업재해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돼왔다. 6만여명에 불과한 선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인 노동조합이 취약한 데다 선원의 절반가량은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다.

     

    이들의 목소리는 육지까지 전해질 수가 없었고 정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을 반복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어선원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개정을 누락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 해사노동협약 발효에 따라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해야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어선원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한 안전보건 법령이 전반적으로 미비한 상태고, 정책적 대안 마련의 기초가 되는 재해 통계조차 부실하다.

     

    ■선내 안전보건기준 5년째 안 만든 해수부

     

    어선원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산안법, 선박안전법·어선법, 선원법 등의 적용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선 20t 이상 어선의 경우 선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노동부가 아닌 해수부 관할이다. 지난해 11월30일 제주항 북동방 약 12㎞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22t)에서 베트남 선원(32)이 양망기(그물 끌어올리는 기계)에 빨려들어가 사망했을 때도, 노동부는 사고 발생 어선이 20t 이상이라 산안법이 아닌 선원법을 적용받는다며 재해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현재의 선원법에 어선원 안전을 위한 핵심 규정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비준한 ‘2006 해사노동협약’에 따라 정부는 선내 안전·보건 및 사고 예방 기준 마련이 국가의 책무임을 선원법에 규정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 장관은 구체적인 선내 안전보건기준 사항을 정해 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사노동협약이 국내에서 발효된 2015년 1월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고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해사노동협약 이행을 위해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하려 했지만 선사·노조 모두 반대했고, 이후 협의를 진행하던 중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이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수부가 관할하고 있는 해상 산재사고는 노동부가 관할하고 있는 육상 산재사고와 달리 책임자가 산업안전 관련 법령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은 경찰과 별개로 산안법 위반 여부를 직접 조사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지만, 해수부 선원근로감독관은 선원법상 근거 법령 미비 등으로 안전보건 관련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선원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해양경찰이 사용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넘기거나, 해양안전심판원이 해당자를 징계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선원근로감독관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향후 해수부가 선내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감독·기소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선원근로감독관은 전국에 총 60여명뿐인데, 순환보직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t 미만 어선에 대해선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아 거대한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어선이 20t 미만에 해당한다.

     

    ■산안법 시행령 개정 놓친 노동부

     

    선원법이 적용되지 않는 20t 미만 어선은 노동부 관할로 넘어와 기본적으로 산안법을 적용받게 된다. 그런데 사실 산안법은 제조·건설업 등 일반 산업 위주라, 광업·어업·원자력·항공 같은 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산안법은 해당 4개 산업에 대해서는 광산안전법·선박안전법·원자력안전법·항공안전법 등 별도의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두고 있다. 즉 어선의 경우 선박안전법이 주축이고, 산안법은 보충적으로 일부 조항만 적용되는 구조다.

     

    문제는 노동부가 2010년 산안법 시행령 개정을 빠뜨리는 ‘행정 부작위’를 저지르면서 의도치 않게 노동부 관할 영역이 커져버렸다는 점이다.

     

    어선은 기존에는 선박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선박안전법을 적용받았지만 2010년부터는 어선법을 적용받고 있다. 그해 정부조직 개편으로 선박안전법이 규정하던 어선의 설비 기준·검사 업무 등이 어선법으로 일원화됐고, 이에 따라 선박안전법 적용 범위에서 어선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선박안전법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선에 대해 어선법을 우선 적용하고 산안법을 보충적으로 적용하는 법체계가 유지되려면, 산안법 시행령을 개정해 어선도 산안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명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산안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행 법체계상 어선은 선박안전법 적용 사업과 달리 기본적으로 산안법의 온전한 적용을 받게 됐다.

     

    물론 산안법 시행령에는 사업장의 상시 노동자 수에 따라 산안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어업은 ‘상시 노동자 50명 미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이 대상이다. 연근해어업의 경우 대부분 상시 노동자가 50명 미만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적용이 제외되는 규정은 노동자 안전보건교육을 규정한 산안법 29·30조 2개뿐이라 산안법 대부분 조항이 적용된다.

     

    결국 법체계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선 산안법 시행령 손질이 필요하지만 시행령을 개정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박안전법이든 어선법이든 배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규정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동부 실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산안법이 많이 적용되는 현행 방식이 해답도 아니다. 산안법 역시 어선원 노동자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규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31일 경남 통영시 앞바다 11t 선박에서 베트남 선원(39)이 양망기에 몸이 감겨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배는 20t 미만이라 노동부가 산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안법의 일반적 규정은 어업 특성과 딱 맞질 않아 예방활동이 쉽지 않다. 사망사고만 조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박안전법·어선법, 산안법, 선원법 중 어느 것이든 어선원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한 규정이 미비한 만큼 법령 정비가 시급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노동부, 해수부로 나누어져 있는 감독체계를 효율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배·바다 등 해양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고, 해수부는 경제부처 성격이 강해 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과 정책 의지가 약하다는 단점이 각각 있다. 부처 간 협의로 풀기엔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어선원 노동자들이 최근 10년간 연간 140명씩 사망한 배경 중 하나가 안전보건 법령의 미비였던 만큼 필요한 법령 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아울러 감독의 전문성·지속성을 위해 독립적인 규제기관인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하고 이곳의 한 파트에서 어선원 안전보건 등 해양 분야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선원 재해 통계 부실

     

    어선원 산업재해는 기본적인 통계도 부실하다. 현재 어업재해 통계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해양경찰청, 수협중앙회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기관의 통계가 서로 맞지 않는다. 통계가 정확하지 않으면 현실 진단이 어렵고 해결책을 찾는 것도 어려워진다.

     

    그간 연구자들은 어선원 재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선어업 분야의 산재보험인 어선원보험 자료를 수협중앙회에서 제공받아 재분석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어선원보험 가입률이 50%가량이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업종별 재해율을 파악하기 위한 보험자료 확보가 어렵고, 미숙련 종사자·이주 선원 등 취약계층의 구분이 쉽지 않다. 수협이 보험 접수 시 통일된 양식의 보험자료 및 사고경위서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왜 사고가 나는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 등을 정확하게 알아야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어업작업 안전재해 관련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통계들이 다 다르고 표준화가 안돼 있어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통계 표준화를 검토하고 있다. 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월 어업재해 통계 기본설계를 작성하고 기관별로 산재돼 있는 통계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김지환 기자

     

     

    * 출처 : 경향신문 2020. 5. 6
    * 해당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60600025&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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