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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상황 파악 잘 안되는 ‘일자리 상황판’
    • 등록일 2018-10-0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99
  • 상황 파악 잘 안되는 ‘일자리 상황판’

         

    청와대 일자리상황판 썸네일(그래픽_김지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는 고용 지표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상황판)이 걸려 있다. 이 상황판에는 ‘대통령이 매일 일자리 상황을 점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24일 대형 스크린에 상황판을 띄워놓고 시연하며, 일자리 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일자리 상황판은 얼마나 우리 고용 사정을 보여주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의 일자리 상황판은 부실한 구석이 많으며, 일자리 질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완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뜯어보면 부실한 일자리 상황판 일자리 상황판에는 고용률과 실업률, 청년실업, 고용보험 가입자, 임금격차, 경제성장률 등 24개 항목이 표시되는데,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부실한 대목이 적잖다. 우선 일자리 상황을 오해할 수 있는 항목이 눈에 띈다. 고용률, 실업률, 취업자수 등을 보여주는 상세지표가 연간과 월별 통계가 혼용돼 있어서다. 2000년~2017년은 연평균을 나타내는 반면에 2018년은 지난달 평균을 보여준다. 예컨대 고용률(15~64살)의 경우 2016년 66.1%, 2017년 66.6%, 2018년 8월 66.5%가 나란히 표시돼 있어, 수치만 보면 고용사정이 그닥 나빠지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동하기에 월별 통계는 전년 동월과 대비해 지표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8월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나 하락했다.

     

    고용률·실업률 등 24개 항목

    연간·월별 통계 뒤섞여 문제

    지표 부적절 비교 ‘착시효과’도

     

    다양한 지표가 게시돼 있지만 그 지표가 보여주는 의미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업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5~64살 실업률은 3.8%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6.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를 분모로 계산하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날 경우 개선되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비경제활동참가율은 30.8%로 오이시디 평균(28.4%)보다 높았다. 특히 15~29살 고용률(42.1%)은 오이시디 평균(53.2%)에 견줘 매우 낮은데, 이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9.8%)이 오이시디 평균(11.7%)보다 낮아도 청년층이 겪는 고용 한파는 더 거세다.

     

    비정규직등 근로형태별 조사

    축소·폐지…통계 자체도 부실

    노동자 규모 조사도 기관별 달라

    통계청 사업체 단위·고용부 기업체로

     

    전반적으로 고용이 매우 부진한데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이유도 상황판은 말해주지 않는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8월에 36만1천명(전년동기비) 늘었다. 이는 월 기준으로 2016년 6월(36만3천명)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반면 지난해 월평균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8월에 3천명으로 추락했다. 이런 차이는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비중이 낮은 임시·일용직과 영세 자영업자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고용보험 가입 비중이 높은 상용직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상용직은 한해 전에 견줘 27만8천명 증가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8만7천명, 5만2천명 감소했다.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12만4천명이나 줄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고용보험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을 확대해오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따라서 이를 취업자 증감으로 직접 연결해 일자리 사정이 좋아졌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들어선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위 그래프) 통계청은 지난 2월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0~2017년 고용통계를 보정했는데, 일자리위원회는 이를 한동안 반영하지 않아왔다. 그 결과 ‘청년 실업률’의 경우 상황판과 국가통계포털 수치가 8개월간 서로 달랐다. <한겨레>의 지적에 따라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2일에서야 이를 수정했다. (위 상황판은 수정 전 화면. 청년실업률에서 잘못 게시된 수치는 최근 2002년(6.7%), 2006년(8.1%), 2008년(7.3%), 2009년(8.4%), 2010년(8.4%), 2013년(8.2%), 2015년(9.3%) 등으로 바로 잡혔다.)

     

    ■ 일자리 통계가 담지 못하는 것들 전문가들은 일자리 통계 자체가 과거보다 부실해졌다며,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지난해 폐지된 3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2007년부터 연간 두 차례씩 이뤄져온 비정규직·임금 조사는 지난해부터 한 차례로 축소됐다. 각종 부가조사 탓에 표본가구의 응답 부담이 커졌고 3월과 8월 조사 사이에 계절적 차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3월 조사는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유용한 자료로 쓰였는데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을 16.4%, 10.9% 각각 인상할 때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특수고용 노동자도 고용 통계에선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특수고용은 자영업자로 분류할지, 노동자로 분류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도 통계상으로는 비정규직 하위 분류라서 자영업자로 여기고 잘못 답변하면 특수고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노동자로 응답하더라도 예시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6종류뿐이어서, 다양한 업종으로 번져가는 특수고용 현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위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 앞에서 이용섭 당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상황판, 고용 단기 상황만 보여줘 한계

    양보다 질에 초점 맞춰 보완을”

     

    노동자 규모를 사업체 단위로 조사하는지, 기업체 단위로 조사하는지에 따라서도 고용 통계는 춤을 춘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광화문 지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은 기업체 단위 조사에는 1만 명이 넘는 거대 기업 소속이지만, 사업체 단위 조사에는 20~30명이 일하는 소규모 사업체 소속이 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사업체 단위로, 일자리 행정통계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 공시제에서는 기업체 단위로 조사한다. 두 기준을 비교하면 300인 이상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중이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알려지 있지만 이는 사업체 단위가 빚어낸 통계적 착시 현상”이라며, 기업체와 사업체 단위를 동시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일자리 상황판을 게시하는 취지를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대통령이 고용 흐름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황판은 큰 그림 없이 단기 변동만 보여주고 있다”며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려면 중장기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금방 효과가 나는 단기 정책에 집중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상황판이 고용의 질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병유 교수는 “상황판을 고용의 양보다 고용의 질에 초점을 맞춰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은주 기자.

     

     

    * 출처 : 한겨레 2018. 9. 30

    * 해당원본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38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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