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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호 노동을 읽는 눈] 노동에 대한 대가 지급에서의 정의(正義)
    • 등록일 2021-12-0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27
  • 노동에 대한 대가 지급에서의 정의(正義)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BTS는 크게 20・30대라 불리는 MZ세대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아이돌그룹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은 X세대라고 불리는 현재의 40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40대들이 최근 기업의 임금・인사 관련 제도 개편의 흐름 속에서 2030세대에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위로 베이비붐 세대와 386세대, 그리고 아래로 MZ세대 사이에 “끼인” X세대가 그들만의 존재 의미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한 원인이 지적되기도 한다.

     

    X세대의 때 이른 퇴진과 MZ세대의 빠른 등장 사이에서 주목되는 경향은 능률과 성과를 중시하는 임금・보상체계로의 대전환이다. 최근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체계를 개편하고 임금수준을 크게 인상한다고 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삼성전자의 신 인사제도는 호봉에 따른 자동 임금인상분 폐지 등을 골자로 하여 기존 보상체계의 천장을 걷어내고, 직급 및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과 성과에 따른 파격적 발탁・승진도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의 높은 효율성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발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는 몇몇 사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이른바 “저성과자”를 “월급 도둑”으로 매도하고 “퇴출”의 주된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정말 옳은 이야기일까?

     

     

    우선 “저성과자”라는 표현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에 대한 인사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사고과에서의 평가지표가 주관적・추상적이거나 객관성이 결여된 비과학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결과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성과의 높낮이를 판단하는 지표・기준점을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도 매우 민감하다. “경미한” 격차와 “현저한” 격차를 무엇으로 나눌 수 있을까? 누군가는 반드시 “꼴찌”가 되어야 하는 상대평가의 본질적 폐단 시정은 물론이고, 평가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차별을 어떤 근거에 비추어 입증하며 어떤 모습으로 바로잡을 것인지도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성과급 등 결과 중심의 임금・보상체계는 영업직・생산직 등과 같이 정량적 평가가 다소 용이한 직종 내지 고용 형태에 적합하다. 일반적인 사무직・관리직・연구직 등과 같이 근로자 개개인의 성과・업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곤란한 직종에는 처음부터 무리다. 이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능력급・직능급・역할급 등이 있지만, 정성적 영역이 개입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확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 동료(상하)평가 내지 팀(집단) 평가 등도 인사 평가의 오류(bias)를 시정하는 보완책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산업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지적되고 있었던 연공급(호봉급)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뜻있는 기업들과 임금체계 전문가들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의 59.1%,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의 69%가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확인되었다. 각종 공무원을 포함하는 공공부문 임금체계에서의 연공급적 성격도 두드러지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민간부문의 중소・영세기업들 대부분에서는 연공급은 고사하고 임금체계 자체가 없거나 매우 빈약해서,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보상체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연공급이 정말 임금체계상 부정의(不正義)의 상징일까? 종래 우리나라에서의 연공급은 국가가 마땅히 부담해야 할 사회보장체계의 공백 속에서 근로자의 생애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소득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써, 근로자의 기업・직장에 대한 충성・몰입의 제고(提高)를 통해 고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기능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연공급의 문제는 “임금체계에서 연공성이 높은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다.”라는 명제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규직・연공급을 축소하는 방편으로 비정규직 오・남용의 폐단이 양산되고 있다.

     

     

    결국 노동에 대한 대가 지급에서의 정의를 실현하는 기본 방향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며, 성과 내지 직무 가치가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되, 그 전제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제도를 도입・시행할 것을 경영 주체들이 약속함으로써 정규직・노동조합 등 종래 기득권자들의 반발・저항을 예방・최소화하는 설득 과정이 진지하게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산업・업종・연령・성별・고용 형태 사이의 지나친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초기업적 내지 산업・업종별 임금조정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기재(器材)로서 우리 산업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는 사회적 대화체계(Social Dialogue System)의 재가동 역시 시급하다. 노동관계 법・제도 자체의 변화는 그다음 순서라도 족하다.

     

    문무기 아킬레오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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