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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호 그의 신발을 신고] 노동의 대가
    • 등록일 2022-03-16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601
  • 노동의 대가

     

     

    얼마 전,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5층에 택배 기사가 분풀이하듯 물건을 던지고 가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제품이 파손되어 오는 것을 의심한 소비자가 문 앞에 CCTV를 설치한 후 그 영상을 포착하여 올렸는데, 기사의 태도를 비난하는 여론과 옹호하는 의견이 맞섰다. 우리 부부는 남의 일 같지 않아 웃기기도 슬프기도 했다. 남편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강제로 휴가를 쓰며 월급이 삭감되었는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쿠팡 플렉스 배송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수, 액체 세제, 타일 등 무거운 물건을 5층까지 나르면 에너지가 급격히 소진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피하고 싶은 건 고양이 모래다. 20kg 무게인 데다 들기도 지기도 애매한 박스라 많이 힘겹기 때문이다. 이런 배송 건을 접하면 저절로 야속한 마음이 올라온다. 소비자는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겠지만, 배송하는 입장에서는 대가가 응당하지 않기에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다.

     

     

    일반 택배 회사의 사정은 모르지만, 쿠팡 플렉스는 배송 건당 급여를 지급하는데 솜털같이 가벼운 박스나 태산같이 무거운 박스나 같은 단가이다. 더군다나 월 회원을 모집해 배송, 반품을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는데 단가를 정상적으로 책정할 수 있을까? 그나마도 업무 경쟁이 치열하니 회사는 단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

     

    나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셀러이기도 하다. 취급하는 상품 중, 직접 포장하여 보내는 것도 있는데 택배사와 계약을 맺기에는 판매 수량이 많지 않아 편의점 택배를 사용해왔다. CU나 GS편의점 택배를 사업자 회원으로 이용하면 건당 2,900원으로 가장 저렴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CJ 택배를 통해 움직이는 편의점 배송에서 적잖이 사고가 생기기 시작했다. 분류작업이 많아 몇 차례 누락되어 출고지에 계속 발이 묶여있는 상황부터, 오분류되어 엉뚱한 곳에 가서는 며칠씩 애를 태우더니 결국 분실되는 사건까지... 연결도 쉽지 않고, 시원히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담센터와 씨름하다 보면 속이 터지고 진이 빠졌다.

     

     

    그래서 결국, 배송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건당 4,000원인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게 되었다. 우체국 택배는 단 한 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신속, 정확하게 배송이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배송비가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소비자이면서 생산자, 배송자 입장에 모두 속한 나로서, 일련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불합리하지 않은 대가가 지급되어야 한다.
    저렴한 택배 요금 뒤에 착취의 그늘이 있고, 가성비 꿀인 월 회원의 혜택 뒤에 노동자의 울며 겨자 먹기식 희생이 따르니 말이다.

     

     

    “일하지 않으면서 호화롭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른 사람이 노동한 대가를 빼앗는 것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바란다면 우리는 누군가가 땀 흘린 대가를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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