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자료실

웹진

  • home
  • 자료실
  • 웹진
  • [7월호 노동을 읽는 눈] 구조적 인권침해를 보아야 하는 이유 - 연세대 학생 3명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소송을 보며
    • 등록일 2022-07-1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730
  • 구조적 인권침해를 보아야 하는 이유
    연세대 학생 3명의 청소노동자에 대한 소송을 보며

    “졸업생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불편에 대한 책임을 잘못된 곳에 묻고 있는 무지, 눈앞의 손해만 보고 구조적 모순은 보지 못하는 시야의 협소함,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게으름이 안타깝습니다.”

    연세대 졸업생들의 공동성명 일부분이다. 5월 9일 연세대학교 재학생 중 한 명은 ‘1학기 내내 수업을 방해받았고 시위 소음 때문에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라며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6조 1항으로 고발했고, 5월 17일에는 재학생 3명은 청소노동자 노조인 분회장과 부분회장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와 학습권 침해를 입혔다며 638만 6,000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던 일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에 나왔듯이,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를 한 학생들은 “눈앞의 손해만 보고 구조적 모순은 보지 못하는” 협소한 시야를 보였다. 어쩌면 그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이 청소로도 바쁘고 힘든 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 집회하는지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사유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권리와 권리의 충돌?

    이번 연세대생들 고발사건을 둘러싸고 나오는 언론의 프레임 중 하나가 ‘노동권 대 학습권’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보면 인권침해의 구조와 그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보이지 않기에 문제다. 인권이 다수의 논리로 치환되거나 무엇이 우선순위인가 만을 기계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이는 거리에서 시위할 때 흔히 접하는 반응이다. “나도 시민이다, 집회 시위의 권리만 중요하냐,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어서 되겠냐?”며 항의하는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헌법은 시민들의 통행권이 일부 제한받더라도 집회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집회 시위의 권리는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자 방송이나 출판 등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단을 갖지 못한 대다수 민중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다. 시민들이 통행상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경찰들이 우회로를 만드는 등의 편의 제공을 하더라도 시민들도 불편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구성원들은 그 불편을 감수할 몫이 있다는 취지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학습권도 중요하고 노동권도 중요하다. 둘 중 하나만 보장하라고 할 수는 없다. 권리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 사건 발생의 구조와 맥락을 보아야 사건의 원인과 책임자가 보인다. 학교 운영자는 노동권과 학습권 침해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 집회 시위로 인한 소음이 학습권을 침해했다면 학교 책임자인 이사장에게 빨리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물어야 한다. 인권 보장의 책임, 인권침해의 구조가 무엇이고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지 않으면 겉으로 드러난 행위자에게만 책임을 묻게 된다. 그 결과 인권침해의 구조는 그대로 존치하게 된다. 인권 보장은 개개인의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계인권선언 28조에서도 인권이 보장되는 질서를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국제적 질서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연세대학생 3명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학교 이사장이 아닌 소음을 발생시킨 시위행위를 한 청소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혹시 학교 운영 책임자가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컸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 퇴직자 인원 충원이다. 청소를 하면 몸을 많이 움직이고 땀이 날 수밖에 없으니 샤워실 설치는 정당한 요구다.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르는 여름에는 오죽할까. 청소인력 확충은 청소노동자들만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위생적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 나온 사측 안은 달랑 200원 인상 안이 전부다. 440원 인상할 때 드는 비용은 공대위 추산 5억 5,000만 원이다. 연세대학교의 교비 회계 적립금은 5,840억 원(2020년)이나 되니 440원 인상하더라도 학교 재정에 무리가 가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도 학교는 원청인 학교는 책임이 없으니 하청업체와 협상하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학교는 간접고용 형태라는 이유로 책임회피 말아야

    청소노동자들이 없다면 학교에 있는 그 누구도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없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뒷받침한다. 학교 구성원 중 하나인 청소노동자들을 단지 고용 형태만을 내세우며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학교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있어야 운영된다. 

    대학교에서 청소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는 간접고용 형태로 바뀐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사실 예전에는 많은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고용되어 일했다. 1998년 파견법이 생기고 한국 사회 전반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파견법은 핵심 업무가 아닌 노동은 파견 노동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핵심 업무 대 주변 업무’라는 구분으로 차별을 정당화했다. 이후 청소는 핵심 업무가 아니라며 많은 기업과 대학교에서 청소업무는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는 노동에 대한 분절적이고 편의적인 사고다. 공장이건 학교건 병원이건 청소 업무 없이 일이 돌아가는가.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을 허용한 것일 뿐이다. 청소가 되지 않은 학교나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과연 보장되겠는가. 간접고용은 학교 운영자의 책임을 숨기는 수단일 뿐이다. 현재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곳은 국공립대학교를 빼면 거의 없다. 서울에는 서울시립대·가톨릭대·삼육대·서경대·서울기독대 등 5곳을 제외하고는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으로 자회사방식의 청소노동자 고용을 바꾼 경희대학교마저 올해 청소노동자들을 다시 용역회사에 맡긴다고 한다. 물론 자회사 방식도 간접고용이기는 하지만 고용불안은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은 있었다. 씁쓸하다.

    청소 노동을 간접고용 한다고 기업이나 학교의 비용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어떤 보고서에서는 간접고용이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즉,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처우나 임금 등에 대한 의무를 피하고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연세대학교처럼 원청인 학교와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는 식의 답변이 나온다. 더 이상 간접고용으로 원청인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어지려면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즉 상시 고용이 필요한 업무는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고용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 



    물론 학교가 주장하듯이 고용 형태가 간접고용이더라도 청소노동자가 학교 구성원이 아닌 것은 아니다. 연세대 학생 3명이 청소노동자에게 소송을 걸며 책임을 물은 것은 ‘을 대 을’의 대립일 뿐 아니라 청소노동자들을 학생과 동등한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았다면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서 갈등을 해결할 길은 많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고소당한 청소노동자가 “우리 조합원들은 고소한 학생을 하나도 미워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말은 학생들이 학교 구성원임을 인정한 발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갈등은 풀 수는 없다. 

    청소노동자 노동조건을 둘러싼 문제를 학생과 청소노동자, 을과 을의 갈등으로 만든 학교가 가장 큰 문제다. 이제라도 학교는 청소노동자도 학교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 CPBC [사제의 눈] 청소 노동자 고소, 무엇이 공정인가? 
      영상보기 : https://youtu.be/WuJV4iOaU58
  • 첨부파일
    22 07 연대 (1).jpg
    22 07 Verne Ho on Unsplash.jpg
    22 07 연대 (3).jpg
    22 07 Dom Fou on unsplash.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