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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호 생각의자] 노동자는 사람이다
    • 등록일 2022-06-2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510
  • 노동자는 사람이다



    수많은 노동자가 몸이 얽히고설킨 채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입구를 빠져나와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무리 지어 공장으로 이동합니다. 공장에 들어와서는 거대한 기계들 사이로 각자 자리를 잡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그 공장 사장은 시작부터 관리자에게 기계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합니다.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양손으로 제품의 볼트를 조이는 단순한 작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계속 놓쳐 다른 작업자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몸이 간지러워도 긁을 수가 없고, 파리가 얼굴에 앉아 성가시게 해도 쫓아낼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담배 한 대를 피울만한 잠시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노동 후에 찾아온 점심시간이지만 작업장 한 편에서 자신이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사장은 점심시간을 줄이거나 없애서 생산량을 더 높이기 위해 노동자 한 명을 실험 대상으로 하여 자동 급식기를 시연하기까지 합니다. 이후 작업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그 속도를 견디다 못해 노동자는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됩니다. 결국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에 이상이 오게 된 노동자는 그만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1936년도에 개봉한 찰리 채플린 주연의 영화 ‘모던 타임즈’입니다.



    그때부터 시대의 흐름이 되었는지 이 영화가 개봉된 지도 벌써 86년이나 지났는데 예나 지금이나 상황은 똑같습니다. 우리의 노동자들은 노동 현장에서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보다는 생산을 위한 도구 내지는 생산비를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플러스, 마이너스의 숫자처럼 느껴집니다. 1997년 외환금융위기(IMF) 이후 대량 실직과 더불어 급속도로 늘기 시작한 비정규직의 고용 형태는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고강도․고위험 노동, 저임금, 정규직과 차별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켜 우리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을(乙)’이 될 것을 강요합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게 된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나도, 지하철 스크린 도어 작업 중 19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젊은 노동자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다고 할지라도, 그리고 꿈 많은 스물네 살 청년이 발전소 사고로 처참하게 목숨을 잃게 되어도,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그 누구도 단죄받지 않는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어느 노동자가 국내 굴지의 제과 회사를 상대로 53일간이나 단식하며 투쟁했던 이유는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자도가 아닌, 노동자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에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이 짧은 말을 외치며 스스로 생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외침이 계속해서 메아리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는 인간 존엄성을 이야기합니다. 창세기 1장 26절의 말씀처럼 모든 인간은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하느님의 모상’이기에 그 누구라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노동하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은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자본의 왜곡된 인식을 깨트리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2022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도처에서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우리부터라도 먼저 귀 기울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함께 연대해 나간다면 조금씩 조금씩 노동자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충열 요셉 신부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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