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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호 그의 신발을 신고] 오늘도 희망한다
    • 등록일 2022-06-2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94
  • 오늘도 희망한다

    요즘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 캘리그라피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는 저녁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많다. 피곤함에 지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 시간에 들어가는 사람 중에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도, 퇴근 후 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도, 각자마다 사정에 따라 집에 들어가겠지 하면서...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정말 재미있고, 수업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배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정말 하기 싫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참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난 어디에 속할지 생각하면서 지나온 젊은 날 나의 노동을 떠올려 본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도와드리고, 결혼 후에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맞벌이해야만 했다. 두 아이가 태어났고,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으로 향해야 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부업도 하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어린 두 아이 때문에 종일 직장에 들어갈 생각은 못 하고 짬짬이 아르바이트하며 마음 졸이던 20여 년 전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웃 소개로 전화상담을 하는 콜센터에 처음으로 취직하였다. 지금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생겨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가 생겼지만 내가 입사했을 때는 ‘감정노동자’라는 이런 단어조차가 없었다. 나는 지역에 있는 케이블 통신사에서 인터넷, 케이블 디지털 방송, 인터넷 전화 상품을 문의하는 사람에게 가입을 도와주는 일을 하였다. 



    전화가 걸려 오면 상담해주는 부분(인바운드)과 전화를 걸어서 고객을 유치하고 가입시켜는 부분(아웃바운드)의 두 가지 일을 병행했다. 보통 전화를 걸어서 진행하는 상담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대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최대한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해야 했다. 그래서 고객의 위협과 욕설 성희롱적 모욕에도 솟아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자신을 낮추어 참아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였다. 나는 상담원이지 그들의 하인이 아닌데,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고객도 있어서 속으론 몇 번은 욕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병이 생기고 몸의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상담 진행을 잘못하여 고객이 가입하지 않으면, 실적이 올라가지 않고 실적 체크가 되면서 수당을 받을 수가 없어 월급에도 지장을 준다. 일을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직원 동료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고 집에 들어갔었다. 그렇게 버터야 했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한 번은 다른 직장에서 있었던 일인데 고객 응대를 잘 못 한 적이 있었다. 전화 상담이다 보니 고객의 말을 믿고 응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잘못되어서 크게 민원이 생겼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는 모든 책임을 상담원인 나에게 전가했고, 피드백 한다며 일을 빼고 내가 상담했던 내용의 녹음을 며칠 동안 듣게 했다. 그 일 이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회사를 퇴사했다. 회사 이익은 회사가 잘했다고 챙기고, 회사 손해는 직원들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하다고 본다. 글을 쓰면서 옛 생각을 하니 그때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노동자에게 폭언, 갑질하는 사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 생겼다는 정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내 주위에는 아직 상담을 하는 동생과 친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할 때나 지금이나 노동 현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믿고 싶다.



    잠깐 2018년 10월 18일에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노동자가 일하는 환경에서 고객 응대를 할 때 발생하는 피해 사례, 예를 들어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제정되는 이유는 ‘노동자가 안정적인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업주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는 목표로 설정되었다. [출처: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교육 방법까지|작성자 한국안전평생교육원]

    느리지만 점진적인 변화 그리고 양질의 노동 (Decent Work)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노동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길 꿈꿔본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는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열심히 일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임금과 안정적인 직장,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를 바라며, 모든 회사가 경영의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사고 없는 현장, 산재 사망자가 없길 바라며, 퇴근 후 여가를 즐길 수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희망한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10)

    서선미 로사리아(노동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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