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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호 생각의자] 땀의 가치
    • 등록일 2022-05-25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502
  • 땀의 가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2009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지금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에서 부국장 신부로 근무하고 있는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입니다. 

    저는 20살 대학 새내기 때부터 28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교에 올 때까지 신문 배달을 하였습니다(군대 가기 하루 전까지 하고, 제대한 다음 날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은 가난한 집이 아니었는데 아버지는 늘 저희에게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버지가 도와주지만, 그 이후에는 본인이 벌어서 학교에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학금을 주는 대학에 진학하였고, 학비 외의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1995년 당시에 아르바이트비는 평균 시간당 1,900원 정도였습니다. 휴학 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학비 외의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돈이었고,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외에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도 알아봤고, 호프집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도 알아보았지만,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는 지방에 주로 있어서 숙박비와 교통비를 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고, 호프집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아주 오랜 시간 아르바이트하거나 주말에도 쉼 없이 아르바이트해야 겨우 학비 외의 나머지 비용이 충당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찾게 된 것이 신문 배달이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문 삼백 부 정도를 배달하면 40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았습니다(제대한 후에는 IMF 이후라 육백 부 정도를 배달해서 80만 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주일에 수금을 다니면 수금 건수에 상응하는 보너스도 주었기에 저는 신문 배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신문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서(어머니가 오토바이는 위험하다고 타지 말라 하셨는데 걸어 다니는 것이 제 건강에는 더 위험했습니다 ㅋㅋ) 삼백 부를 배달하고 나면 새벽 6시가 조금 안 되었습니다. 그렇게 토요일까지 6일 신문 배달을 거의 6년 반 동안 하였습니다. 

    신문 배달 일은 힘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고,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힘들었습니다. 한 달에 한 켤레 이상의 운동화가 닳아 사라졌고, 입는 옷은 땀으로 삭아서 2주 이상 입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좋으면 좋은 하늘에 대한 원망,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하늘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집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돈을 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생겼고, 신문을 받아보고는 돈을 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과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수금하러 가면 학생이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주는 분도 있었고, 기특하다고 용돈을 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새벽에 만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와 인생 얘기도 할 수 있었고, 우유 배달하는 분과 신문과 우유를 바꿔 먹기도 하였습니다. 

    나만 힘들고 어렵게 사는 게 아니구나,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구나 하는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의 땀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는 데에 일조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안이한 생각이 들 때 첫차(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봅니다. 그럼 예전에 신문 배달할 때처럼 부지런히 새벽을 여는 분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안이한 생각에서 깨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절을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삶에 대한 원망이 많은 시절입니다. 혹시나 땀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땀의 가치를 우습게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한때는 땀 꽤 흘렸던 사람으로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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