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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호 생각의자] 다시 울려 퍼진 그 목소리
    • 등록일 2022-09-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08
  • 다시 울려 퍼진 그 목소리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뜨거웠던 지난여름, 이 짧은 문장은 많은 사람의 뒤통수를 내리쳤고,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바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 문장 하나로 시민들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조선소 숙련 노동자의 시급이 1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요구가 임금 인상이 아닌 그동안 30% 정도 삭감되었던 부분의 원상 복귀하자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반면 사측은 교묘한 논리를 펼쳤습니다. 조선업 수주액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맞지만 수주금이 들어오는 것은 배가 인도될 때이니 아직 호황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배를 인도하며 실제로 매출을 올리게 되면, 그때는 신규 수주가 줄어들었다는 말로 태도를 바꿀 것을 우려합니다. 지금까지 사측은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노동자로서는 영원히 호황을 누리지 못해왔다 합니다. 조선업이 성장해도 그 성과를 노동자들과 공정하게 나누지 않겠다는 심보입니다. 발전은 이루어지는데,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임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은 대신 미안함을 느꼈고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냐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51일 만에 일단락되었고 슬프고 강렬했던 그 문구도 차츰 지워졌습니다. 물론 파업 종료 후 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47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이대로 살 것’을 강요했지만 말입니다. 


     
     “이대로 살 순 없다!”

     계절이 바뀐 가을날, 기억 속에서 지워진 그 문장을 다시 만난 건 지난 9월 24일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였습니다. 이날 기후정의 행진 집회에는 약 3.5만 시민들이 함께했고, 이들은 점점 뜨거워지는 기후 위기 앞에서 같은 구호, 바로 “이대로 살 순 없다!”라고 외쳤습니다. 인류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지구는 점점 뜨거워졌고, 가뭄, 태풍, 산불, 폭염 등 기후 위기는 이제 심각한 수준이 되었음을 알리는 자리였습니다. 오늘날 기후 위기 역시 생태계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쓰고 버리는 문화 때문이기에,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엄청난 쓰레기를 만드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였습니다.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으로 일부에만 부가 돌아가는 것이나, 생태계의 고통과 신음으로 일부의 인류만 풍요를 누리는 것이나 본질적으로 비슷한 상황이기에, 같은 구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노동 소외가 정치의 무관심과 기업의 탐욕 때문이라면, 기후 위기 또한 같은 이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닮은 점입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기후 위기의 피해는 몇백, 몇천의 사람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그 고통이 다가온다는 점이 더욱 섬뜩한 일이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의외로 해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불의한 현실에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가지고, 그래서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일입니다. 나 하나의 관심이 무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국 그 변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노동에 대한 착취도, 생태계에 대한 착취도, 이젠 정말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천주교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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