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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호 그의 신발을 신고] 나는 '임시' 전업주부다
    • 등록일 2022-09-21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18
  • 나는 ‘임시’ 전업주부다

     2008년 1월 결혼생활 시작, 벌써 15년 차가 되었다. 현재 나는 전업주부다.
     결혼 후 신랑만 믿고 연고 없는 군포시 산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유치원 교사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에 서울 강북구와 신혼집 산본(왕복 3~4시간)으로 오가며 두 달 정도를 지내던 중 임신 사실을 알았고, 헬(hell) 지하철에서 유산의 고비를 겪은 후 첫 번째 직장을 떠났다. 
     그동안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새 생명을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 행복한 상상을 하며 겨울을 앞둔 11월 출산을 하였다. 배운 게 유아교육이라 그에 맞는 전공자답게 생각보다 수월한 육아 생활을 해나가며 이렇게 아이만 키우길 1년...



     내 자존감 하락은 이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울증이었나 싶기도 하다) 남편도 늦게 퇴근하였기에 모든 집안일과 육아는 내 몫이었고, 연고 없는 산본에서 생활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했다. 이러다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결혼을 일찍 한 편이라 친구들은 사회생활에 바빴고, 나는 어른과의 대화가 너무나 고팠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아기와 무슨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때 난 무너지지 않았다. ‘이곳 산본에서 취업하리라...’ 라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 2년간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아기가 자는 틈틈이 책을 펼쳐 현재 유아교육 흐름과 상담 기술, 그리고 리더쉽을 중심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24개월이 되면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계획한 대로 경력 단절 3년 만에 인근 아파트 입주 단지의 관리동 어린이집에 취업했다. 운이 좋았다. 중간학기여서 교사 구인이 쉽지 않을 때였는데, 제출한 이력서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주임 교사로 입사했던 난 어린이집이지만 유치원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2개월 만에 원장직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 내 나이 서른 살 끝자락... 원장계의 아이돌이라 불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린 나이였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로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와 일을 잘해 나갔다. 
     그러던 중 둘째가 생겼다. 원장직이 아깝긴 했지만 난 아이가 먼저였나 보다.
      4년간 다시 육아와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첫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둘째는 4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갔다. 아... 몸이 근질근질했다. 아이가 둘인 상황이라 긴 시간 근무하는 유치원 취업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때 부업을 알게 되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좋고, 소소하게 돈도 버는 일거양득이었다. 답례품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상품 디자인과 주문 고객상담을 하면서 정직원이 되었다. 유치원 교사는 참 다방면에 재주를 갖게 해준다. 집 앞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3년 정도 근무했다.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 전 손이 많이 갔다.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던 중 30대 끝날 무렵... 40대가 되기 전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은 일이 미술 특기 강사였다. 이 또한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았지만, 1년쯤 됐을 때 코로나 발생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나는 다시 3년 차 임시 전업주부가 되었다. 큰아이는 중학생,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아이들의 엄마표 교육과 집안 살림으로 여전히 나는 자존감 높은 주부 생활 중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월급을 주진 않지만, 남편이 힘들게 일해서 주는 월급을 고맙게 생각하며 알뜰살뜰 쓰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에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드니 또 몸이 들썩들썩한다. 계획이 생겼다. 3년 안에 그 계획을 이룰 작정이다.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나인데 결혼 후 주부 생활을 하면서 훨씬 더 변화무쌍한 삶을 살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하더라도 그 상황에 맞는 직업을 생각하고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었다. 전업주부 생활이 항상 녹록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음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 커서 내 곁을 떠나 독립할 때, 마음이 적적해지거나 짐이 되지 않도록 여유롭게 천천히 내 미래를 그려본다. 전업주부로 시간을 보낼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하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배우고 느끼는 점이 생기고,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성급하지 않게 조용히 나를 성장시켜본다. 
     그래서 나는 현재 ‘임시’ 전업주부다.

    임시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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