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는길
  • 후원안내
  • 문의하기
자료실

웹진

  • home
  • 자료실
  • 웹진
  • [8월호 생각의자] ‘나도 모르게 가담하고 있는 악행’
    • 등록일 2022-08-23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40
  •  ‘나도 모르게 가담하고 있는 악행’

    지난 6월 29일 저녁, 퇴근 후 숙소에 돌아와 티비 뉴스를 틀어놓고 방 정리를 하는데, 뉴스에서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새벽배송 택배기사님이 자신의 배송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뉴스 기자는 숨진 택배기사님의 동료, 형제, 자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얼마나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왔는지를 들려주었습니다. 다른 많은 새벽배송 기사님들이 그렇듯, 숨진 기사님도 투잡으로 새벽배송 일까지 하며 자신의 배송 탑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지내왔는데, 그러던 중 안타깝게도 과로로 세상을 떠나게 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새벽배송 기사님들은 주간 시간 택배기사님들보다 근무시간은 더 짧지만, 시간 대비 배송 물품 건수는 더 많다고 합니다. 또한, 새벽배송 물품들이 대부분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배송이 늦어지면 기사님 개인 비용으로 배상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더더욱 시간에 쫓기며 더 큰 정신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택배 상차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며 일하고 쉴 때면 차 안에서 쉬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더군다나 지난 2020년 코로나 발생 여파로 새벽배송의 수요가 급격히 많아지며 그에 따라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와 경쟁은 몇 배로 더 커졌지만, 그에 비해 기사님들을 위한 근로 조건이나 노동환경은 전혀 나아진 게 없으므로, 매년 과로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새벽배송 택배기사님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어떤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 첫 번째 생각은 ‘저렇게 노동자를 죽게 만드는 시스템과 그것을 주문하고 이용하는 소비자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책임 관련성이 있을까?’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문과 배송 시스템을 만든 건 소비자 자신이 아니라, 그런 수요를 통해 돈을 벌려는 사업자들이니만큼 가장 우선적 책임은 그 기업들과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정부 부처에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새벽시간 벌어지는 ‘죽음의 속도전(戰)’을 최종적으로 부추기는 건 결국 소비자 집단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알든 모르든 말이지요. 


     
    ‘그렇다면,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가 뒤따른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대기업들이 구조적으로, 또 방법적으로 악한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이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사회활동가가 지속해서 그런 사실을 세상에 알리며, 그 기업 제품들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저 역시 그 운동에 동참했고, 기회가 닿는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렸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아 해당 기업들의 ‘죽음을 통한 수익 창출’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런 집단행동이 일정 수준 이상 확대되면 주요 언론 매체들에 보도되는 등 큰 힘이 되어, 그 기업들의 악한 행위를 멈추게도 하고 또 바꾸게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때의 이런 행동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 변화의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선은 소비자들이 이런 내용들을 ‘아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알고 나면 스스로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지요. 덜 나쁜 구조를 지닌 기업을 찾거나, 아니면 필요한 물품을 얻는 시간과 방법에 있어서 다른 대안을 찾거나... 중요한 건, 내 편리를 위해 한 행동이 나도 모르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이겠습니다.



     끝으로 따라온 생각은 ‘나도 모르게 가담하고 있는 악행’이란 한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신부이기 때문에 윤리/도덕적인 부분에 좀 더 예민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윤리/도덕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 자신이 행한 어떤 일이 자신도 모르게 몹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들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그냥 버린 일회용 마스크의 끈이 바닷가 동물들의 목을 졸라 죽게 만들고, 길거리 배수구에 던진 담배꽁초가 여름 장마에 도심 홍수를 만드는 등... 가만히 보면,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했던 일상의 어떤 행동들이 우리 자신도 모르게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구조가 현대 사회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들을 우리가 일일이 살펴서 구조를 파악한 뒤 나쁜 것들은 멀리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실상 그렇게 하긴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새벽배송 택배기사님의 소식에서처럼 우리가 어떤 나쁜 구조의 케이스를 알게 되면, 거기에 내 자신을 계속해서 가담자로 있게끔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지요. ‘나도 모르게 가담하는 악행’을 알게 되었으면, 거기서 발을 빼는 것이 사람의 도리지 않겠습니까.

     여담으로, 새벽배송 택배기사님의 뉴스를 접한 지난 6월 29일 같은 날에,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중요한 성명 발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의료계의 또다른 중요한 이슈인 ‘존엄사’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예전에 ‘안락사’라고 불리던 것을 지금은 좋은 의미로 느껴지게끔 하려고 의료계 등 일부에서는 ‘존엄사’로 바꿔 말하지만, 여전히 의도적으로 목숨을 끊는 행위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날 생명위원회의 성명은,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의사 조력 존엄사’가 가능하여지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그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발표된 것입니다. 성명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 “존엄하고 품위있는 임종에 필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경청과 돌봄이지 죽이는 행위가 아니다.”  

    - “의사 조력 자살은 언뜻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깊이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심한 살인 행위에 불과하다.”

    - (의사 조력 존엄사는) “실제로는 자살과 이에 가담하는 살인 행위”


     생명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으면, 이렇게 한 사람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게 되어도 그것이 나쁜 일인지 모르거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인간공동체를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으면, 주변에 누군가가 죽어가는 일에 가담하고 있어도, 그것이 나쁜 일인지 모르거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속 그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가담하고 있는 악행’이 내 삶에는 없는지 한 번쯤 살펴보고 가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 로마 12,9-10. 15 >

    병원사목위원회 임상사목교육센터 부센터장
    장경민 시메온 신부
  • 첨부파일
    22 08 friendship day social media template (Poster).jpg
    22 08 Alex Motoc on Unsplash.jpg
    22 08 Cream and Red Illustrated Delivery Service Facebook Post.jpg
    22 08 택배과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