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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호 생각의자] 2022년 노동의 단상
    • 등록일 2022-12-28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09
  • 2022년 노동의 단상

    ‘200충’을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중학교 동창들이 조문을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의 안부를 두런두런 묻다가도 나이가 찬 자녀들의 취업에 대해서는 질문을 아꼈다. 먼저 얘기하기 전까지는 묻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라더니 그런가 싶었다. 그래도 4년제 알만한 대학을 나왔으니 큰 걱정 없으려니 했던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심각한 취업난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한 친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인문계열 학과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다 들어간 직장이 유명한 ○○물류 전산직인데 계약직이고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로 하는데 오래 할 일은 아니라고 말을 흐린다. 

    또 한 친구도 아들이 2~3년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접고 독립시켰는데 다행히 원하던 분야의 작은 방송·홍보 제작 업체에 취직했다고 한다. 일을 익히고 경력을 만들어서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며 얼마간이라도 다닐 수 있길 바라는 눈치였다. 

    아들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200충’이 뭔지 아느냐고 묻는다.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비하하는 말일 거라 짐작되었고 기대와 희망을 포기한 청년들을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이었다. 부모 된 입장에 이런 자조 섞인 말속에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이었으리라 짐작되었다.


    며칠 후 뉴스에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을 초대하여 3대 개혁 간담회를 갖고 ‘노동 개혁이 최우선이라며 힘을 보태달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지지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상황에 있는 청년들의 실태를 들을 수 있는 구성이어야 했다.

    간담회에 초대된 청년들은 현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2023년 청년예산만 보더라도 청년내일채움공채(1조 39억 원 → 6,375억 원) 약 51% 삭감, 추가 고용장려금(9,952억 원 → 2,294억 원) 약 77% 삭감, 고용유지지원금(5,981억 원 → 1,974억 원) 약 67% 삭감, 일자리안정자금(4,575억 원 → 60억 원) 약 99% 삭감, 청년도약 계좌(공약: 1억 원 10(년) → 4,165만 원(5년)) 절반 축소된다는 것이 청년들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체감되지 않는 것인지 이러한 청년 정책이 없어도 앞길이 열려있는 청년들인지 궁금해졌다. 

    지지율과 노조 탄압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잠시 국가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기이한 일들과 경제·사회적 불안은 결국 ‘1029 이태원 참사’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참사를 수습하는 보수 정권의 태도는 변한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심각한 대응에 국민의 우려는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하락한 지지율을 ‘노조혐오’ 정서를 이용한 ‘노조때리기’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이었다. 화물연대는 이미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요구하는 파업이 있었고 정부는 합의한 바 있다.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대비했다면 안전운임제 일몰제 기한이 다가오는 11~12월에 불가피한 파업은 없었을 것이다.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 종료가 임박해지면서 조급했었을 화물연대 기사들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시간만 보내며 노조와의 약속을 무시했다. 

    궁지에 몰려 선택한 파업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경 대응으로 제압하고 지지율이 반등하자 승기를 잡았다는 듯이 2023년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추진을 선포한다면서 최우선 과제로 노동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한 3대(노조·기업·공직) 부패를 규정하고 그중에 ‘노조 부패’라는 신종 용어까지 등장시키며 노·정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개혁’이라 쓰고 ‘노동개악’을 말하지 말라

    노동조합은 노동자 개인이 사업주와 동등하게 교섭할 수 없으므로 노동자에게 부여된 권리로 단결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집단행동을 무척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노·사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나 급격한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그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시민의식 등과 같은 이러한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쟁에 이용하는 것은 균형을 가져야 할 정부에 실망하여 비난하는 지점일 것이다.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적대시하려는 발언들과 이에 더해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가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 


    내년도는 외환위기 시절보다 경제가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벌써부터 들리는 금융권의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앞으로 각 사업장의 노사갈등 또한 예상된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협력해야 할 때다. 친기업적 노동정책을 내놓고 ‘개혁’이라는 말로 포장한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라고 권한을 주었고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임무 부여한 것이다. 새해를 희망하는 시기에 그 역할에 충실한 정부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인가!

    노동사목위원회 박신안 선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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