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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호 노동을 읽는 눈] 꿀잠 꿀밥 세상으로 가는 연대의 작은 연결 끈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 등록일 2022-12-14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32
  • 꿀잠 꿀밥 세상으로 가는 연대의 작은 연결 끈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올해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이 문을 연 지 만 5년이 되는 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으로 해고되어 투쟁했던 당사자들이 제안하고, 시민사회가 손잡아 주어 투쟁하는 이들의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 5년간 15,000여 명의 노동자와 각 부문 활동가, 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꿀잠에서 잠자고, 회의하고 밥을 먹었다.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씻고 빨래도 하고 잠시 쉬기 위해 온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파업투쟁 당시 0.3평 철제감옥에 스스로 갇혀 투쟁했던 유최안 부지회장이 이번엔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이들이 씻는 장소도 우리 꿀잠이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도 현실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호소하며, 이렇게 살 수 없지 않냐고 절규하며 투쟁에 나선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투쟁을 보고 있다. 그들은 안전운임제 전면 적용을 요구하며 14일째 파업 중이다. 그들을 정권은 귀족이라 부르지만, 실제 수입을 보면 여지없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안전운임제는 벼랑 끝에 내몰린 화물노동자들이 긴 시간 투쟁을 통해 만들었다.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다. 화물노동자의 권리와 도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정 운송료를 법으로 정해둔 화물 영역의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화물연대 조합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류비 지원을 하지 않고 허가취소를 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시키는 대로 주는 대로 받는 노예가 아니면 한마디로 해고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법대로 하겠다며 기업주들에게 화물연대 파업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이렇게 노골적인 반노동 친기업 행태를 본 적이 없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파업권을 부정한 업무개시명령은 노동기본권을 묵살한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산업계 피해는 이미 3조 5,000억 원을 넘어섰고,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한국 정부는 법 테두리 내에서의 대화와 타협은 보장할 것이지만,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히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말하는 정부에게 도대체 화물노동자는 국민이 아닌가. 노사 법치주의라는 해괴한 단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화물차는 도로 위 폭탄이라고 불린다.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안전운임제는 꼭 필요하다. 또한 3조 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있다면 하루빨리 문제해결에 나서면 된다. 왜 우리는 노사문제를 항상 노동에 대한 압박으로 풀려는 말만 들을까? 해결의 힘을 가진 사용자와 정부에게 해결을 요구하는 말은 씨가 말랐을까? 그렇지 않아도 빈부격차에 차별에 힘겨운 우리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사용자 편 선수가 심판으로 나선 셈이다. 하지만 정권의 노골적인 반노동 행보는 노동자들의 더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저항이 어둠을 깨고 새길을 내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 꿀잠은 오늘도 바쁘다. 꿀잠이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슬프고 아픈 일이 많다는 것이니 말이다. 멀리 제주에서 부당하게 해고되어 홀로 투쟁하고 있는 에이플러스에셋(법인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도 제주와 서울로 오가며 본사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투쟁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꿀잠에서 거의 상주하며, 내 집처럼 편안하다며 자연스레 빨랫감을 챙겨 세탁기에 돌린다.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 故 정우형의 유가족이 200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삼성본관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투쟁하며 꿀잠에서 잠시 지친 몸을 누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잠시 회의하기도 하고 지방에서 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당연하게 우리 꿀잠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꿀잠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외갓집이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할머니 약손이 되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의사 선생님들의 봉사도 필수다. 항상 고맙다. 국회 앞에서 외국자본의 먹튀에 맞서 20일 넘게 단식농성하는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건강도 챙기려 한다. 오늘만도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됐는데 필요한 물품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다. 희망연대노조 헬로비젼 조합원 20명이 집단단식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하고,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는 로비 농성이 3일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해결되지 않아 분회장이 오늘(12월 7일) 단식농성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모두 고용 문제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의 경우 지난 3년간 정규직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단기 계약직이나 시니어 인턴으로만 대체해 노동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정부가 정한 임금인상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느새 꿀잠은 가장 가혹한 투쟁을 결의하고 견디는 노동자들의 의지처가 되고 있다. 

    상황은 숨 막힐 만큼 어렵지만, 물러설 곳 없는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 위한 투쟁을 멈출 수 없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지지와 응원은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래처럼 노예가 아닌 존엄한 사람으로 차별 없고 평등하게 더불어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모든 이들의 작은 연결 끈으로 꿀잠을 잘 유지하고 싶다. 모두가 빈곤과 차별 없이 꿀밥 먹고 꿀잠 자는 세상을 향해 우리는 우리의 가난한 길을 놓지 않을 것이다.

    김소연(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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