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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호 노동을 읽는 눈] 책임자의 사과와 진상조사로부터 애도는 시작
    • 등록일 2022-11-09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79
  • 책임자의 사과와 진상조사로부터 애도는 시작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다음 날 새벽에 그 소식을 봤다. 진짜인가 싶은 정도로 믿기지 않고 계속 뉴스를 틀어놓고 있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연이어 죽음의 소식, 공포였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듣고 봤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났다. 외국 문화에 들뜬 청년들이 문제였던 것처럼, 질서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원인이었던 것처럼, 일선 경찰서에서 대응을 잘못한 것처럼, 행정기관은 권한이 없어서 대처하지 못했던 것처럼 뱉어내는 책임자들의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숨겨진 사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고 진실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산업재해와 시민 재난은 노동자, 시민의 탓으로
    어쩌면 이렇게 일터에서의 재해와 사회에서의 재난이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재판에서 여전히 회사 책임자들은 김용균이 그렇게 일을 한 게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2인 1조는 하지 않는 게 맞는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2인 1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람이 기계에 끼이면 비상 멈춤 줄을 당겨줄 수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안전줄이 없고 안전대도 없는 곳에서 400도가 넘는 포트에 사람이 빠지면 노동자의 지병을 들먹이고 안전줄을 하지 않은 노동자 책임을 들먹인다. 빵 만드는 공정의 2인 1조는 2명이 동시에 같은 곳에 있으면서 서로를 지켜보고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2명이 한 조로 묶여 있으면 되는 것으로 둔갑한다. 사고가 나니 재료를 가지러 간 노동자에게 작업장 그 컨베이어 벨트에 있지 않고 왜 자리를 비웠냐고 되묻는다.

    노동자의 나이, 질병, 가정 상황, 재정 상태 등은 어느 사이 산재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죽음의 진상은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한 드러나게 되어 있다. 평상시 시키는 대로 작업했는데도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회사의 이야기는 진상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진다. 작업하다 사고 난 게 아니라고 신고하고 근로계약서마저 위조하는 회사의 감추기는 유족들의 노력으로 드러난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눌리고 저항하며 목숨을 잃은 이들의 상황은 동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되고 사업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애도와 추모를 위해 정부의 사과와 진상조사가 우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추모한다. 부상자와 수습자들에 대한 치유와 치료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가까운 이들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는 사회적 메시지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진상을 밝히는 일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 재해와 재난의 이유인지 우리는 똑똑히 밝혀야 한다. 애도와 추모는 슬픔을 공감하고 상실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책임 있는 이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때만이 진정으로 가능하다.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하는 만큼 이제는 정치공세나 대정부투쟁을 핑계 삼아 정부의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사실에 따라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일선 파출소를 뒤지고 꼬리 자르기로 모면하려는 모습은 애도와 추모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일하게 기소된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애도가 가능한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애초 취지대로 불특정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 대해 예외없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관련 기관에 있다고 했다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대비라도 했을텐데. 매년 10만 명 정도가 모였고 올해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행정기관이 왜 방치했을까. 
    그간 경영책임자들은 노동자의 죽음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추모를 위한 투쟁을 만들었다. 이태원 참사가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권력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드러나는 요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권력은 애도를 위한 투쟁을 만들게 될 것이다. 진정한 사회적 애도와 추모를 위해, 지금 정부는 장례비 지원금을 발표하기 전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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