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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호 생각의자] 가톨릭 노동사목 활동과 상상력
    • 등록일 2023-02-22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57
  • 가톨릭 노동사목 활동과 상상력

    내가 수도회에 입회해서 노동자들을 만난 세월이 거의 31년이 되었다.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긴 시간 노동사목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예수회적인 상상력의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예수회원들이 매일 복음 묵상을 할 때 복음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이용해서 그려본다. 이런 이유로 나는 늘 사목에 대해서 상상하곤 했다. 이런 상상을 통해서 나의 세상을 보는 방식도 조금씩 바뀌었고, 그래서 나의 노동사목에 대한 접근 방식도 조금 변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1992년부터 95년까지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동반했다. 그리고 사제서품을 위한 신학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 호주 멜버른으로 떠났다. 내가 JOC회원들을 동반했던 그 시기에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을 출범시키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며 조직을 정비하고 있었던 반면, 교회는 정치 사회적 현안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교회가 사회적 견해를 내놓는 현실 참여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기득권자들의 입지를 확장해주는 고도의 정치적인 활동이었다. 나는 교회의 이런 모습에 답답함을 가졌다.

    나는 2000년에 사제로 서품된 이후부터 교회 밖에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2001년 인천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연대했고, 2003년부터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에 정기적으로 나가서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 활동가 중 몇 명을 소개한다면, 나중에 대한문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끌었던 김정우, 기륭전자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회사를 상대로 불법 고용 판결과 직접고용을 끌어내는 싸움의 큰 역할을 한 김소연, 그리고 스스로 글을 쓰는 노동자라고 소개하는 송경동이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이들도 교회가 자신들을 지지해줄 수 있음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로서 나는 교회 밖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과 연대할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다. 



    남부노동상담센터는 공식적으로 법인 형태를 갖춘 단체는 아니다. 이 단체는 2003년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나를 비롯한 개신교 목사, 스님,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교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결합했다. 개소식 하는 날 많은 단체가 그러하듯 돼지머리를 상에 올려놓고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고사를 지냈다. 우리 중 목사님은 자신은 절대로 돼지머리에 절을 할 수 없다고 고사했다. 그러나 나는 돼지 코에 만 원짜리를 한 장씩 잘 말아 꽂고는 멋지게 절했다.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절을 했다. 그러나 그 돼지머리가 우리의 바람을 들어준다고 절대 믿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지만, 십자가에 기도한 것은 아니라 그 십자가 넘어 계신 예수님께 기도하지 않는가? 나의 이런 상상력이 나를 소위 교회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게 했다. 이 남부노동상담센터는 나중에 기륭전자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긴 싸움을 할 수 있도록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상담센터는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주로 다루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상상력은 내가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한 것이다. 고상한 척 표현한 것이 카페지 본질은 술집이다. 예수회도 내 창조적인 상상에 동의하여 내가 술집이라는 상업적인 공간을 영성적인 사목 공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그래서 그곳이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술집 이름을 ‘삶이 보이는 창’이라고 했다. 이 이름은 내가 노동자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출판하는 계간지 ‘삶이 보이는 창’에서 빌려왔다. 이 공간을 한 달이 모자라는 7년을 운영했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술을 너무 전투적으로 마셨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도 중‧장년 노동자들이 가족과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적인 사람이 되도록 어떻게 그들의 감성을 키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상상하고 있다. 나는 노동사목 활동을 하는 사목자들(사제든, 수도자든, 평신도든)이 사도직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상상을 통해서 우리는 어려운 장애를 뛰어넘을 힘을 얻을 수 있다. 지금과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그러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자! 그러면 그 세상이 우리의 세상이 될 것이다.

    김정대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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