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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호 노동을 읽는 눈] 임금체계 개편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등록일 2023-01-11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61
  • 임금체계 개편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노동개혁 의제의 하나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적인 노동개혁의 첫 단추로 보지만 노동계 일각은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삭감 의도를 지닌 노동 개악이라고 대립각을 세운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왜 임금체계 개편인가 그리고 어떻게 임금체계를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이 필요하다. 이 글은 임금체계의 의미, 한국에서 임금체계 개편 논의의 전개과정을 비판적으로 살펴본 후 노사정의 당면과제를 짚어보기로 한다.
    논란이 되는 임금체계란 기본급 지급원리를 말한다. 조직 구성원이라는 신분의 대가인 복리후생과 달리 기본급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며, 노동의 대가로서의 기본급은 조직(조직의 성과)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차등하는 것이 산업사회의 보편적 원리이다. 조직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는 담당하는 일의 가치나 개인이 보유한 역량·숙련의 수준에 따라서 달라진다. 단순보조 업무, 조직의 사활을 좌우하는 업무, 미래 수익을 좌우하는 연구개발업무 등 다양한 일들의 조직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여 기본급을 차등 지급하는 대표적인 임금체계가 직무급이다. 



    직무급은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곧 조직에 대한 기여도의 차이로 보고 이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 같은 일이지만 일하는 사람의 역량·숙련 수준에 따라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같은 연구업무를 수행하지만 역량·지식 수준에 따라 연구성과물의 조직에 대한 기여도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같은 오퍼레이션 업무이지만 숙련의 깊이나 폭에 따라 돌발상황 대처 등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역량·지식·숙련 수준의 차이에 따라 기본급을 차등 지급하는 대표적인 임금체계가 역량급·숙련급이다. 현실의 임금체계는 위의 두 가지 기본 유형의 배합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일의 가치나 역량·숙련 수준에 따른 개인의 조직에 대한 기여도와 조직이 개인에 지급하는 임금이 균형을 잃으면 조직이 개인을 내치거나 개인이 조직을 떠나는 것은 경제학과 경영학의 기본 이론이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일의 가치나 역량·숙련 수준이 아니라 근속이 기본급을 규정하는 임금의 연공성이 지나치게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근속이 기본급을 규정하는 과도한 임금 연공성은 고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노동시장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정책 과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노동정책 과제로 등장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이다. 외환위기 전후로 ‘왜 고령층이 우선적으로 고용조정의 대상이 되는가?’, ‘왜 단순업무 담당자들이 우선적으로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해답은 과도한 ‘임금 연공성’이었다. 
    우선 고령층 고용 기피 문제는 당시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들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는데, 그 배경에는 일이나 역량·숙련의 수준보다 근속이 기본급을 결정하는 과도한 임금의 연공성이 있었다. 당시 일선 현상에서는 고령인력 1명 대신 젊은 사람 3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임금의 연공성과 고령층 고용문제 간 이러한 부정합성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연금수급연령이나 연금개혁과 맞물린 고용이나 정년연장이 필요한 현재 시점에서 더욱더 큰 노동개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단순업무 종사자들이 우선적으로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으로 대체된 배경에는 일의 가치나 역량·숙련 수준과 무관하게 근속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만 단순업무 및 비핵심업무의 비정규직 및 아웃소싱 확산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이고, 과도한 임금 연공성은 이를 가속한 촉진 요인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후 임금차별 해소, 임금 공정성 제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추가되면서 임금체계 개편의 의미와 방향성은 복잡성과 모호성이 증가한다. 임금차별 해소는 성별이나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의 연공급은 부적합하고 직무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논의는 특히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임금체계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보이는데, 여성이나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통한 임금 인상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정합성을 지녔던 정책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직무급이 아니면 임금차별 해소는 불가능한가 그리고 한국에서 직무급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가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게다가 한국에는 직무급이 없어도 성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비정규직 차별금지가 법으로 도입되어 있다. 임금 공정성 이슈는 임금차별 해소와 동전의 양면이지만 MZ 세대와 관련해서 다시 주목받은 이슈이기도 하다. MZ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하고 장기적 관점이 아니라 단기적인 기여도와 보상 간의 ‘공정’한 거래에 민감한 세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눈에 본질적으로 유사한 일을 수행하고 역량·숙련의 차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근속이 오래된 선임들이 자신들보다 임금을 2배 이상 더 많이 받는 것이 공정하게 비칠 리 없다. 다만 이 문제는 개별 기업 내부 세대 간 선택의 문제이자 사적 자치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개입하기는 곤란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임금체계를 연결하는 논의는 매우 복잡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통상 한국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대기업-중소기업 간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이동의 단절 및 격차 확대로 정의하는데, 격차 확대 특히 임금 격차의 확대에 주목하자. 

    연구자들은 과도한 임금의 연공성은 공공부문, 대기업,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에서 발견되는 지배적인 특징으로 본다. 즉 이러한 부문에서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개혁하면 결과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완화될 수 있으므로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논의들은 임금수준과 임금체계 문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의 근본 원인은 (중소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포함한) 생산성 격차나 ‘사실상’ 기업별 노동조합이 자사 노동조합원의 임금을 극대화하려는 임금 교섭전략이다. 이를 간과하고 임금체계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유사한 맥락에서 초기업 수준(산업이나 직종별)의 직무급 도입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직종별 노동시장의 전통이 있는 유럽의 경우를 상정한 듯한데, 직무급의 정착 가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유럽식 산업별노동조합주의가 한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그리고 산업별 직무급이 산업별 임금조율은 산업별 직무급이 없으면 불가능한가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왜’ 임금체계 개편인가에 대한 해답은 어떤 노동시장 문제를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사뭇 다르게 나타나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한다.법률 위반을 논의로 하면 임금체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임금체계가 고용(고용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국민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다. 고용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점을 가장 큰 원칙으로 하고, 임금체계 개편이 해당 노동시장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인가라는 점과, 구호나 슬로건이 아니라 정책의 실현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성과 당면과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고령인력 고용을 위한 과도한 임금 연공성 개혁 즉 탈연공((脫年功) 임금개혁을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으로 제시해본다. 탈연공 임금개혁은 임금차별 해소, MZ세대의 임금공정성 문제, 노동시장 이중구조문제를 완화되거나 낮출 여지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해당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직무급과 같은 특정 임금체계의 도입이 아니라 탈연공 임금개혁으로 보는 관점은 전문가들 사이에 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탈연공 임금개혁 관점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오류를 피하고, 모든 임금체계는 각각 장단점이 있어 만병통치약 임금체계는 없으며, 기업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임금체계는 다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임금체계는 노사 자치영역인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 다양한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한 노사정의 당면과제는 고용이나 정년이 연장될 때 현재의 임금 연공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과거 정년 60세에는 임시변통적으로 정년에 근접한 일부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가히 폭력적(?)으로 삭감하는 말 많고 탈 많았지만 단군 이래 가장 성공적인 임금제도 개혁으로 평가받는 임금피크제로 대응했지만, 더 이상 유효한 방안은 아닐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청년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고령인력의 고용연장과 탈연공 임금개혁을 통한 임금 양보의 ‘교환’으로 정의하자. 이 과정에서 노사정 당사자 간 공평한 비용부담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면 모두가 윈윈하는 ‘희망’을 주는 임금체계 개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탈연공 임금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민간부문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별로 없지만, 공공부문 탈연공 임금개혁은 민간부문의 임금체계 개편을 촉진할 수 있다. 공공부문 중 먼저 공무원 임금체계의 연공성 완화가 선행되고 이를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김동배(토마스) 교수 
    인천대학교경영대학·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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