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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호 노동을 읽는 눈] 왜 노동조합은 미움을 받을까?
    • 등록일 2023-05-10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264

  • 왜 노동조합은 미움을 받을까? 

    2023년 5월 1일 노동절 오전, 강릉 법원 앞에서 건설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했고,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유서에는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에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건설노조 간부였던 故양회동 님이었습니다. 강원도 속초에 살던 가족들은 5월 4일 아침 일찍, 성당에서 미사를 마쳤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지를 잇기 위해, 노동조합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1970년대에서 쓰였을 법한 유서의 내용에 비해 정부에서 건설노조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힘겨움이 있었는지,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누가 폭력적이네, 누가 취업을 어떻게 하나 이런 이야기들이 떠돌았죠. 그럴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건설 개발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깡패는 건설회사였던 것 같은데?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만들어 중간에 건설 노동자들 임금을 쪼개 가져가고, 건설 현장을 위험하게 만들어 일을 시킨 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저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죽는 노동자들의 통계를 봐 왔습니다. 매년 추락, 끼임, 전도, 붕괴... 이렇게 간단하게 사망 사유가 적힌 목록을 정리해서, 어떤 기업에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었는지, 다단계 하청 구조가 많으니, 원청을 모아서, 어느 기업이 사람을 가장 많이 죽였는지를 추려냅니다. 매년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인 4월 28일쯤에, ‘살인기업 선정식’이라는 이름으로 그 무서운 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합니다. 어떠한 의심도 없이, 매년 1위 살인기업은 건설 현장입니다. 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은 현대건설이었는데, 2006년에도, 2012년에도, 2015년에도 1위였습니다. 한국의 재벌  목록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건설기업이 살인기업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사람이 죽는 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 많이 죽는 곳이라면, 평소에 대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요?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동료들 살리려고 노동조합을 했습니다. 



    가끔 고용노동부에 출석 조사를 받으러 갈 때, 서너 분, 네다섯 분 이렇게 모여서 노동부를 찾아온 중년의 남자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옷차림과 말투, 목소리 크기를 가늠해 보면 보통은 건설노동자들입니다. 최소한 몇 년 동안 현장 일을 하면 중간에 임금 떼어먹고 도망가는 사장을 여러 번 만날 수밖에 없다(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에 대해 재하도급을 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는 그들은, 엄청나게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엄청난 소음에 난청이 생겨 잘 안 들리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떼인 임금을 받기 위해 골병이 든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찾아다니시고, 큰 목소리로 하소연해야 그나마 임금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억울한 일이 차곡차곡 쌓여 그분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위험한 건설 현장이 바뀌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건설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그 환경을 안 바꿔도 역대 어떤 정부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안전한 환경을 제대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는 건설 노동이 직업인 사람인데, 옆에서 누가 떨어져서 죽습니다. 끼어서 죽고 높은 곳에서 날아온 물체에 맞아서 죽습니다. 그런 현장에서 계속 일을 하려면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그 방법 말고는 없습니다. 평생 임금 체불을 겪어온 사람들이 앞으로도 당하지 않으려면 건설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바꿔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에 대해 재하도급을 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불법입니다)



    건설 노동자가 자신의 ‘노가다’ 노동을 공적 서류로 증명할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도 오래도록 싸워왔습니다. 죽음에 내몰리고, 매번 고용이 불안하고, 그 고용도 툭하면 임금을 못 받고 하는 그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방법은 노동조합입니다. 모여서 장시간 노동을 멈춰 달라고 항의하고, 저기 저 위험한 환경 좀 고쳐 달라고 항의하고, 임금 체불 안 하는 사업주랑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이왕이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건설 노동자가 위험 예방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동료와 자신을 지키는 그 용기 있는 활동이, 때로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쓰고,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이 몇십 년 쌓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출됩니다. 그게, 폭력적이랍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나서서 그 거친 활동은 불법이랍니다. 왜 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걸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경기도 남양주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는 속보가 뜹니다. 이들의 싸움이 불법이라면, 우리는 진지하게 그 법을 만들고 해석한 사람들과 제도가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53년 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고, 2023년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헌법 제33조 노동3권을 지켜달라 분신했습니다. 남은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할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혜영(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영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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